김진수는 2016년 3월 24일 레바논전 이후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김진수는 2016년 3월 24일 레바논전 이후로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 KFA


지난 15일,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5차전 경기가 2:1로 끝이 났다. 정말, 아주, 천만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선제골을 헌납했지만, 후반 남태희와 구자철의 골로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번 경기를 통해 한국은 조 2위로 조 1위 이란과 승점 1점 차이로 차이를 좁히게 되었다. 2016년에 치러야 할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는 우즈베크와의 경기로 마무리되었다.

경기를 봐서 알겠지만, 우리가 선제골을 헌납했던 장면은 너무나도 어이없었다. 김기희의 헤딩 패스가 장현수, 김승규의 발까지 가지 못하였는데 김승규가 재빠르게 나와서 왼발로 처리했지만, 그 볼이 다시 우즈베크의 비크마예프에게 가게 되어 왼발로 골대를 향해 슛을 시도하여 골로 연결했다. 정말, 참으로 어이없는 실점 장면이었다. 비난을 면치 못할 장면임이 분명했다.

계속 되는 수비 불안, 특정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난 3차전 카타르와의 경기에서도 수비 실책을 보았다. 홍정호가 카타르의 소리아와 주력 싸움을 하다 태클로 볼을 처리하려고 했는데 그 볼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소리아가 볼을 점유했고 그것이 기점이 되어 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전에도 페널티킥을 카타르에 준 선수 역시 홍정호였다. 게다가 이날, 홍정호는 후반 65분 퇴장을 당했다.

사실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수비 불안 문제는 과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할 당시, 강민수나 조용형과 같은 수비자원들이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이른바 '자동문'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던 한국 수비수 선수들이다. 홍명보 이후로 이렇다 할 수비수 자원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공격 자원만 넘쳐날 뿐, 수비자원은 부족한, 가분수 형태의 성장세가 나타나게 되었다. 다시 말해, 한국 공격 선수들은 발전하는데 수비 선수들은 제자리걸음, 혹은 퇴보한다는 말이다.

센터백도 그렇지만 윙백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영표, 송종국, 차두리와 같은 선수들이 우리나라 좌우 측면 수비를 책임졌다. 2002년 월드컵과 2006년, 2010년까지 송종국을 제외한 이영표와 차두리의 국가대표 커리어는 계속되었고 차두리의 경우, 포지션을 윙백으로 변경하고 나서의 경기력이었으니 정말 대단한 재능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의 은퇴 뒤에 여전히 그들을 그리워하는 목소리들로 가득하다. 왼쪽 수비야 박주호, 윤석영, 김진수와 같은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좋은 모습과 성장세를 보여줬으나 현재 그들의 위치는 후보에도 있지 않다. 윤석영은 그나마 브뢴비로 팀을 옮겨 재기를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그에 대한 의문 부호는 여전하다. 무엇보다 오른쪽 윙백이 가장 큰 고민이다. 그나마 계속 김창수를 써왔고 본인의 주 포지션이 아니었던 장현수를 오른쪽 풀백으로 활용해보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것은 왜 장현수를 오른쪽 수비로 기용하냐는 비난뿐이었다. 오른쪽 윙백 적임자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인 슈틸리케지만 이번 우즈베크 경기를 통해 여전히 김창수는 그렇게 강한 임팩트를 주는 선수는 아니라는 느낌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축구의 수비력의 문제는 바로 유소년 시스템에 있다고 하고 싶다. 그 이유는 한국 축구 시스템은 오로지 승리를 갈망한다. 승리하지 못하면 비난을 받고 누군가가 패배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 누가 잘 못 해서, 누가 실수해서 등의 이유를 찾고 그 이유를 통해 그만둬라 식의 평가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반드시 이겨야 하고 어린아이들에게 결과물을 만들어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이들은 혼이 나게 된다.

초등학교 시절 유소년 축구부 선수 생활을 했던 사람으로서 그런 문화를 잘 알고 있다. 분위기라는 것은 단번에 알기 쉽다. 초등학생도 알 만하다. 본인이 원하는 대로 팀의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온갖 욕을 해댄다. 왜 너는 그렇게 하질 못하냐며 왜 내가 알려준 대로 하지 못하냐는 것이다. 칭찬은 없고 온갖 핀잔과 비난만 무성하다. 잘한 것은 금방 잊히고 잘못한 것만 아이의 뇌리에 남게 된다.

조세민 코치라고 스페인 UE코르네야 유스 후베닐 D팀(U-16), FC바르셀로나 한국 축구 총괄 지도자를 역임했던 사람이 있는데 그는 <그들은 왜 이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가>라는 책을 저술했다. 바르셀로나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공개하여 책을 지은 것인데, 제목만 봐도 '바르셀로나 유스에서는 이기는 법을 배우지 않는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최고 구단인 바르셀로나 유소년은 이렇게 배우고 있다. 먼저 지는 법을 알기 때문에, 반드시 이기려고만 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이 더 많은 것을 일찍 깨우치고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승리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런 교육을 통해 아이의 승부욕이 길러질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역효과가 더욱 심하다. 자신감의 하락, 불안감, 창의력 성장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내재하면서 성장하게 된다. 예를 들면, 선수는 감독이 원하는, 지시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 플레이를 할 수 있다. 이를 다시 말한다면, 자기 생각으로 창조적 플레이를 한다고 하는 것이다. 그랬을 때, 이것이 제대로 먹히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비난을 받는다. 그러면 아이는 더는 그런 플레이를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게 한국과 유럽 축구 유소년 시스템 문화의 가장 큰 차이이다.

수비에 대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축구 유소년 시스템은 발전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축구 유소년 시스템은 발전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다. ⓒ KFA


승리하기 위해서는 공격하는 선수가 잘해야 한다. 어쨌든 축구는 골을 어느 팀이 많이 넣었느냐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공격수의 발굴이 절대적일 것이다. 한마디로 공격은 키우고 수비는 그렇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렸을 때의 수비란 잘 걷어 내거나 상대 볼 뺏는 것을 잘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수비수도 똑똑해야 하고 발기술도 좋아야 하고 패스도 잘해야 한다. 헤딩도 잘해야 한다.

우리는 수비가 잘 걷어내고 잘 뺐고 키 크고 몸 좋으면 하는 포지션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키가 작아도 수비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갈라스나 칸나바로도 키가 작지만, 최고의 중앙 수비수로 활약했었다. 물론 점프력이라는 능력치를 많이 계발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수비라고 해서 패스나 드리블, 키핑, 트래핑, 빌드업의 능력이 낮아도 된다는 편견도 버려야 한다. 독일 축구가 현대 축구를 주름잡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수비로부터 시작되는 빌드업을 말할 수 있다. 보아텡, 훔멜스 모두 발기술이 좋고 빌드업 능력이 있다.

독일에 가서 직접 보아텡, 훔멜스의 빌드업 플레이를 본 적이 있다. 왜 이 두 선수가 세계 최고 센터백이 될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 두 선수 모두 짧은, 긴 패스의 정확도가 상당히 높다. 그리고 탈압박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거의 모든 공격이 이 두 선수의 발끝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과연 그런 수비수가 몇이나 될까 하는 것이다.

좌우 윙백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수비만 잘하는 윙백의 시대는 지났다. 빠른 속도, 강한 체력으로 상대 진영과 우리 진영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능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리고 윙백 역시 공격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윙백도 골을 넣을 수 있는 슈팅 기술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한국 축구 대표팀의 윙백에겐 무엇보다 크로스 정확도가 시급하다. 정말 질 좋은 크로스를 보기가 힘들다. 윙백도 공격력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호펜하임의 감독 나겔스만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 못하는 호펜하임의 왼쪽 윙백 김진수에게 했던 말이다. 김진수에겐 공격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언급하며 김진수를 아직 쓰지 않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이다.

수비수는 무조건 걷어야 한다고 말한다. 걷어낼 상황에서는 무조건 걷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상황에서 템포 조절을 하겠다고 볼을 잡고 볼을 정상화하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빨리 걷어내라며 잡아먹을 듯이 소리친다. 이 소리가 그 선수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자신감 있게 볼 소유와 이후의 탈 압박 동작을 하지 못하고 그저 아무 곳이나 걷어내려고만 하게 된다. 물론 위기 상황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볼을 소유해보는 시도를 계속해야 하고 수비도 빌드업 할 수 있도록 패스 훈련, 드리블, 탈 압박 훈련을 끊임없이 해줘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가 수비 상황, 위험한 상황이었을 때 위기를 기회로, 역습 찬스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어릴 때부터 실시가 되어야 한다. 대학에서, 프로에서 하기에는 너무 늦다.

지금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인데 어떻게 스포츠의 유소년 시스템이 바뀔 수가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스포츠 선수로 성공하기엔 너무나 많은 돈이 필요하다. 특히 뒷돈을 무시할 수 없다. 아무리 부정청탁금지법이 제정되었다 한들 비리를 저지르고 비자금을 조성하는 무리는 계속 그런 행동을 일삼을 것이다. 승리만을 요구하는 문화,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문화, 경제적 요인만을 바라는 문화의 근본, 근간이 뒤바뀌어야 한다. 구조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임시방편만 논의하게 될 것이다. 뿌리가 뽑히지 않으면 새로운, 속이 꽉 찬 열매는 맺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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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상훈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sang495)와 <빙글>, <스포탈코리아> '나만의 기자', '아이라이크 사커', '유어슈닷컴'에도 중복 게재됐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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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이식으로 상식을 뒤엎다라는 모토와 함께 상식축구라는 이름으로 축구 칼럼을 게시하고 있는 대학생 이상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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