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16.11.2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된 두산 선수들이 2일 경남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확정 지은 뒤 환호하고 있다. 2016.11.2 ⓒ 연합뉴스


프로야구 FA 시장이 11일부터 막을 올렸다. 대어급 선수들의 등장과 우선 협상 기간 폐지로 또다시 FA 몸값 폭등 가능성이 거론되었지만 정작 뚜껑을 열자 아직은 조용하다.

이미 올해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일부 언론에서는 공공연하게 100억 시대가 개막될 것이라는 전망도 심심찮게 나왔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FA 선수들의 몸값은 급속도로 상승하는 추세다. FA 제도가 처음 도입된 1999년만 해도 해당 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5명에 불과했고 이들의 계약 총액은 24억 5천만 원이었다. 지금으로는 준척급 선수 1명의 몸값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총 21명의 선수가 계약하는데 총액 766억2000만 원이 투입되며 거의 30배 가까이 규모가 폭등했다.

선수 몸값은 계속 오르는데...

선수 개인의 몸값도 껑충 뛰었다. 1999년 당시 포수 김동수와 투수 이강철이 각각 3년 8억 원에 삼성과 계약을 맺은 것이 투타 최고액이었다. 지금 FA 시장 기준으로는 소형 계약에 불과하지만 당시는 한국 사회가 한창 IMF 시대를 겪고 있던 시절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프로야구 선수들의 FA 대박 잔치가 국민적인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난 여론이 나올 정도였다.

물론 지금 기준으로도 서민들에게 8억은 평생 만져보기 힘든 돈이다. 하지만 17년이 흐른 현재 투수 최고액의 윤석민이 4년 90억, 야수에는 NC 박석민이 96억을 기록할 정도로 FA 계약의 세계는 이미 위화감을 넘어 아예 딴 세상의 이야기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 심지어 올해 FA 자격을 얻는 SK 김광현, 기아 양현종, 삼성 최형우 같은 스타급 선수들의 몸값을 과연 어느 정도로 책정 해야 할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이처럼 한국 프로야구 FA시장은 모순의 연속이다. 한쪽에서는 100억을 넘어 120억을 오르내리는 비현실적인 몸값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언급된다. 반면 또 다른 한편에서는 FA 시장의 과열화와 지나친 몸값 거품이 한국프로야구의 기형화 구조를 부추긴다는 우려도 끊이지 않는다.

미국이나 일본에도 몸값 거품 현상은 물론 존재한다. 하지만 시장 규모가 더 크고 구단의 자립성과 수익모델이 보장된 해외 프로리그와 KBO의 현실을 똑같이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이런 상황은 선수들의 욕심이라기보다는 구단이 자초한 측면이 더 크다. 선수들에게 FA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누구나 평생 한두 번 올까 말까 한 대박의 기회에서 최대한 좋은 대우를 보장받고 싶을 것이다. 정상급 선수들의 눈에 이미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들이 FA 시장에서 특급 대우를 받는 것을 보고 그 이상을 받겠다는 보상심리가 형성되는 것도 당연하다.

구단은 당장 좋은 선수를 확보하고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욕심에 시장 상황이라 향후 파장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간에 '돈질'로만 성과를 내려다 쓴맛을 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한번 올라가면 내려가지 않는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는 어느새 구단의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되고 있다. '수요'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구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이들을 잡는데 실력보다 과도한 몸값을 들여야 한다. 구단의 예산은 한정되어있기에 몇몇 선수들의 독식이 심해지는 만큼 다른 곳에서 지출을 줄여야 할 수밖에 없다. 일부 스타 선수들의 몸값이 올라간다고 해서 시장이 커지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어차피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시장과 자원은 유한하다. 적자로 운영되는 프로야구에서 시장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일부 선수들의 몸값 폭등과 독식 구조는 장기적으로 공멸을 불러올 뿐이다. 다시 말하면 이런 왜곡된 상황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것도 결국 각 구단의 몫이기도 하다.

실제로 넥센이나 LG 같은 구단들은 올 시즌 별다른 외부영입 없이 자체 육성을 통하여 선수들을 길러내며 좋은 성과를 올렸다. 반면 FA 영입에 몇 년간 큰돈을 들였던 한화와 롯데 같은 구단은 우승은커녕 포스트시즌 진출조차 실패했다. 당장 1~2억짜리 안되는 선수들을 50억~6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들로 성장시키는 데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다.

선수들도 자신들의 가치를 좀 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필요가 있다. 흔히 선수들은 몸값을 자존심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프로의 자존심이란 그라운드에서  팬들앞에서 성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몸값이 높다고 해서 실력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100억급 가치 보여준 선수 현재 국내에 없어

현재 한국프로야구에서 '100억급'의 가치를 지닌 선수가 얼마나 있을까. 독자적인 수익구조 없이 모기업의 지원에 의존하는 국내 프로야구 시장에서 선수 한 명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는 한계가 있다. 자타공인 당대 리그를 지배하는 성적을 꾸준히 올린 슈퍼스타이거나 전국구로 구름관중을 몰고다니며 흥행파워를 갖춘 선수라고 자부할 정도는 되어야 한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역투하고 있다.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 NC의 경기. 두산 선발 장원준이 2회초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 장원준, KT 이진영, 한화 정근우-김태균 같은 선수들은 흔히 모범 FA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물론 한국프로야구 내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렸고 높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하지만 이들이 리그를 휩쓸 정도의 활약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개인성적은 좋았어도 팀성적은 저조한 경우도 많았다.

국내 투수 최고몸값인 윤석민은 메이저리그에서는 1경기도 뛰지못하고 실패하여 한국에 돌아온 선수이고, 야수 최고액인 박석민은 MVP나 홈런-타점왕 타이틀 한 번 따본 적이 없다. 당장 국내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에이스나 거포들과 비교해도 낫다고 할 수 없는 성적표다.

이대호, 류현진, 박병호, 강정호, 김현수, 오승환 등 최근 국내무대에서 최정상의 반열에 오른 선수들은 해외무대로 나가서 활약하고 있다. 정상급 선수들은 더 시장규모가 크고 좋은 선수들이 많은 해외무대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으며 높은 대우를 받고 있다. 진짜 일급 선수라면 이런 선순환이 더 정상이다.

올시즌 FA 자격을 얻는 김광현, 양현종, 차우찬, 최형우, 황재균 등도 해외 진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게 변수다. 이들이 대거 해외진출을 선언할 경우 일각의 100억 예상처럼 국내에서 초대박을 기록하는 FA가 오히려 나오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선수 입장에서 당장 국내 잔류로 손에 거머쥘수 있는 금전적 보상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일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선수 본인이나 국내  프로야구에 더 바람직한 상황일수도 있다.

어쩌면 올해는 FA 시장의 몸값 거품을 줄이고 시장을 합리적으로 되돌릴수 있는 기회가 돌지도 모른다. 최대어급 선수들의 거취가 정해지고 나면 그 뒤를 잇는 준척급 선수들을 중심으로 합리적인 투자와 수요가 형성해질수 있다. 구단도 선수들도 현실을 직시하고 터무니없이 높아진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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