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삼성 썬더스가 올 시즌 농구 명가의 부활을 알리는 비상을 거듭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7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2라운드 경기서 전주 KCC 이지스에 82-77로 승리했다. 최근 홈 8연승 행진과 함께 2라운드 첫 경기에서 승리를 챙긴 삼성은 8승 2패로 단독선두에 복귀했다.  2010/11시즌 이후 첫 10경기에서 5년만에 최고의 출발이다.

삼성은 아마추어 실업농구 시절을 포함하여 자타공인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가다. 1978년 삼성전자 농구단으로 창단한 이래 프로 시대인 지금까지 가장 오랜 시간 모기업과 팀명을 유지하고 있는 전통의 역사를 자랑한다. 프로 농구에서도 2번이나 정상(2001, 2006년)에 올랐고 2002/2003시즌부터 2010/2011시즌까지는 무려 9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삼성은 전대미문의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김상준 감독 시절이던 2011/2012시즌 10위로 곤두박질친 것으로 시작으로 최근 5년간 3번이나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고 그중 2번은 최하위를 기록하며 역대 최악의 성적을 잇달아 경신하는 수모를 맛봤다.

이상민의 삼성... 추락 그리고 반등

 지난 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낙승을 앞둔 서울 이상민 감독이 크레익을 교체하면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지난 8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전주 KCC와 서울 삼성의 경기. 낙승을 앞둔 서울 이상민 감독이 크레익을 교체하면서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민 감독은 2014/15시즌부터 삼성의 지휘봉을 잡았다. 자타공인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출신이었고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한 레전드였기에 팬들의 기대가 컸다.

하지만 삼성은 이상민 감독의 부임 첫해 11승 43패(승률 .204)로 최하위에 그쳤다. 이는 김상준 전 감독 시절을 뛰어넘은 삼성의 창단 이래 최저 승률 신기록이자, 이상민 감독의 현역 시절까지 모두 포함해도 농구인생 최악의 성적이었다. 이밖에도 2014년엔 인천 전자랜드전에게 56점 차 대패(44-100)를 당하면서 역대 프로농구 한 경기 최다 점수 패배 신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등 흑역사를 잇달아 경신했다. 이상민 감독은 스타 선수는 좋은 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스포츠계 속설의 전철을 밟는 듯했다.

삼성은 지난 15/16시즌부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울산 모비스의 3년연속 우승을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 콤비, 베테랑 포인트가드 주희정까지 영입하며 단숨에 전력을 끌어올렸다. 삼성은 29승 25패로 전년도보다 18승이나 향상된 성적을 거뒀고 5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3년만에 다시 봄 농구를 경험했다.

올시즌의 삼성은 지난해보다 전력이 한 단계 더 상승했다. 재능만큼은 여전히 리그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꼽히는 김태술, 제2의 조니 맥도웰로 꼽히는 단신 외국인 선수 마이클 크레익이 가세해 백코트진이 한결 탄탄해지면서 이상민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적이고 빠른 농구가 가능해졌다. 여기에 리빌딩의 핵심으로 거론되며 몇 년간 꾸준히 공들여 키운 임동섭과 김준일 등의 성장세까지 더해지며 삼성은 어느새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선수층을 구축한 팀으로 거듭났다.

'부활' 김태술

 지난 13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김태술이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삼성 김태술이 수비를 피해 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특히 김태술은 '부활'이라는 삼성 농구의 키워드를 상징하는 선수가 됐다. 김태술은 한때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포인트가드 계보를 잇는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몇 년간 잦은 부상과 슬럼프로 고전했다. 특히 KCC에서는 전술적으로 안드레 에밋-전태풍 등 볼 소유시간이 긴 선수들과 공존에 실패하며 극심한 슬럼프에 빠졌다.

삼성은 라틀리프와 문태영 등이 모두 패스를 이어받아 간결한 움직임으로 득점까지 연결하는 유형의 선수들이라 김태술이 가드로서 주도적으로 경기운영을 이끌어갈수 있다. KCC에서의 15/16시즌 4.5득점  3.7도움이라는 커리어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던 김태술은 지난해와 비슷한 출전시간에도 평균 11점 5.7도움(전체 3위)로 기록이 수직상승했다.

데뷔 이후 야투율이 한번도 5할대를 넘기지못했던 김태술은 올해는 초반이긴 하지만 야투(55.9%), 3점슛(53.3), 자유투(83.9%)에서 모두 데뷔 최고의 페이스를 선보이며 꿈의 180클럽(야투-3점슛-자유투 성공률 합산)을 뛰어넘는 고감도 슛감까지 선보이고 있다.

과거 이상민-강혁 등이 현역으로 활약했던 시절 가드왕국으로 명성을 떨쳤으나, 최근에는 포인트가드 부재로 몇 년간 고전했던 삼성으로서도 김태술의 영입은 '신의 한수'였다. 팀과 선수의 궁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해로 감독 3년 차를 맞이하는 이상민 감독 역시 아직 지도자로서는 검증을 받는 단계다. 지난 시즌 사령탑으로 첫 6강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지만 라틀리프-문태영 같이 전년도 우승팀 멤버들을 그대로 영입한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대에 못미친 성적이었다는 평가도 많았다.

이 감독은 현역 시절 KCC(대전 현대 시절 포함)에서 무려 3번의 우승을 거머쥔 바 있다. 아직은 이른감이 있지만 이 감독이 만일 올시즌 삼성을 정상으로 이끌 수 있다면, 허재 감독(국가대표팀)에 이어 프로무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세울수도 있다.

삼성은 스포츠 부문에서도 굴지의 명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전반적으로 다소 침체기를 겪고 있었다. 프로야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올시즌 9위에 그치며 창단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고, 프로축구 역시 수원 삼성이 하위 스플릿(전체 7위, 스플릿B 1위)으로 밀려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그간 스포츠에서도 항상 일등주의를 표방하던 삼성으로서는 악몽과도 같았던 2016년이었다. 하지만 농구가 모처럼 부활의 계기를 마련하며 삼성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사실 삼성은 오랜 역사에 비하여 농구에서는 확고한 1인자라기보다는 오히려 '콩라인'(2인자를 의미)에 더 가까웠다. 아마 시절에는 허재가 이끄는 기아자동차(현 울산 모비스)의 아성에 늘 가렸고, 프로무대에서도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 원주 동부 등에 이리저리 치이며 우승 경력에서는 뒤진다. 삼성이 마지막으로 프로농구 정상에 오른 것은 안준호 감독이 이끌던 2005/2006년으로 정확히 10년 전이다. 이상민 감독의 삼성은 11시즌만에 프로농구 정상에 도전하고 있다. 한동안 침체기에 빠져있던 삼성 스포츠가 농구로 중흥기를 마련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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