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건성 지역의 전통 가옥 '토루'와 판옵티콘(원형 감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소사이어티 게임>의 원형 세트장.

중국 복건성 지역의 전통 가옥 '토루'와 판옵티콘(원형 감옥)에서 영감을 얻었다는 <소사이어티 게임>의 원형 세트장. ⓒ CJ E&M


강인한 리더가 대중을 이끄는 사회. 합리적 대중의 투표로 결정되는 사회. 과연 현명한 리더와 집단 지성. 어느 쪽이 이끄는 사회가 더 효율적일까? 만약 두 사회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사회와 리더에 대한 tvN의 특별한 실험이 시작된다. 마동(남쪽에서 부는 바람인 마파람의 '마', 남쪽)과 높동(북쪽에서 부는 바람인 높새바람의 '높')으로 나뉜 거대한 세트에는 각기 다른 직업과 배경을 가진 22명의 남녀가 자신이 속한 사회의 룰에 따라 리더를 만들고, 리더의 결정에 따라 대결을 펼치게 된다. 통제된 공간 속에서, '남'과 '북'이라는 이름이 붙은 두 체제의 대결은 의미심장할 수밖에 없다.

예능 안에 펼쳐질 '체제 대결', 피할 수 없는 정치성

 12일 서울 영등호 CGV에서 열린 <소사이어티 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정종연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12일 서울 영등호 CGV에서 열린 <소사이어티 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정종연 PD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 CJ E&M


하지만 12일 서울 영등포 CGV에서 열린 <소사이어티 게임>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는 "11명이 사는 공동체를, 나라와 정치에 대비하는 게 정당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방송이 나가면) 여러 해석이 나오겠지만, 나라 정치를 그대로 은유했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정종연 PD가 집중한 것은 체제가 아니라, 리더와 팔로워, 그리고 <더 지니어스>가 다 담아내지 못한, 카메라 밖에서 펼쳐지는 중상모략이었다.

"<더 지니어스> 때 녹화와 녹화 사이에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었어요. 그때 출연자들이 자기들끼리 전화하느라 바빠요. 이러자, 저러자 작전 짜고 하는 거죠. 그게 잘못된 행동이라는 게 아니라, 그 내용까지 찍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다음에 뭔가를 하게 되면 우승자가 나올 때까지 합숙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무래도 생활을 같이하다 보니 몰입도가 높았고, 보는 입장에서는 흥미로웠죠."

출연자들의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진의 개입은 최소화했다. 정 PD는 "인터뷰 외에는 접촉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형 세트를 만든 이유도, 카메라를 숨기기 위해서였다고. 실제 촬영장에는 70여 대의 카메라가 24시간 돌아갔지만, "몇몇 고정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스태프와 출연자들이 얼굴 마주치는 일은 없도록 했다"고 밝혔다.

매일 펼쳐지는 대결 결과에 따라, 패배 팀에서 매일 한 명의 탈락자가 발생하게 되고, 팀당 단 세 명의 참가자만이 '파이널 챌린지'에 진출하게 된다. 이 '파이널 챌린지'의 승자만이 누적 상금(매일 1000만 원)을 획득하게 된다.

제한된 공간에서, 거액의 상금을 투고 펼쳐지는 게임. 출연자들의 몰입도가 높아지면 질수록, 승리를 위한 출연자들의 정치, 작전, 거짓말, 꼼수 등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낼 가능성도 커진다. 정 PD의 전작인 <더 지니어스> 시즌2에 등장한 이두희의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신분증을 감춘 은지원-노홍철-조유영-이상민의 연합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낸 바 있다. 당시 여파가 얼마나 거셌는지, 3년의 세월이 지른 지금까지도 '온라인을 뒤흔든 역대급 사건' 중 하나로 언급되고 있다. 이때의 논란을 의식했는지, <소사이어티 게임>에는 '폭행과 절도는 안 된다'는 규정이 생겼다.

문제는 당시 연예인들이 주를 이뤘던 <더 지니어스>와 달리, <소사이어티 게임>의 출연자 다수는 일반인이라는 데 있다. 22명의 출연자 중 연예인/방송인 카테고리로 묶을 만한 이는 개그맨 양상국, 아나운서 윤태진, 가수 황인선, 파로, 한별 정도가 전부다.

일반인 출연, 필연적으로 따라올 '논란'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더 지니어스> 시즌 2의 한 장면.

시청자들의 공분을 샀던 <더 지니어스> 시즌 2의 한 장면. 폭력과 절도를 막는 것만으로 이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당시 은지원에게 쏟아진 비난이 <소사이어티 게임>에서 일반인에게 재연된다면, 이를 그저 프로그램의 '인기'로 치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그 실체는 뚜껑을 열어봐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CJ E&M


<소사이어티 게임>은 사회와 그 구성원이라는 설정. 만약 게임에 몰입한 출연자들이 이기적이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을 할 경우,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일반인 출연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감정을 감추는 데 익숙하지 않다. 만약 이들에게 <더 지니어스>와 같은 비난이 쏟아진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일반인 출연자들은 방송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이 같은 우려에 정 PD는 "생존하려면 모든 걸 활용해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상황은 현실 사회생활에서 겪기 어렵다. 방송의 모습을 두고 인성까지 이야기되는 것 자체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착한 척 양보하는 출연자보다, 우승을 위해 악착같이 열심히 하는 출연자가 박수받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작자로서의 입장을 전했다.

"어쨌든 이기기 위해 게임에 참가한 참가자들이지 않나"라면서 "(출연자들에게 논란이 일까) 너무 걱정된다"면서도 "사회적 경험이 미숙하더라도, 자기감정을 잘 노출해줄 수 있는 캐릭터로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만약 시청자가 방송을 보고 분노하지 않으면, 우리 프로가 성공할 수 있을까?"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사실상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내 화제성을 끌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은 셈이다.

"외국에서도 소셜 리얼리티는 늘 논란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인터넷이 발달해 더 욕먹는 것 같지만, 외국도 인터넷이 발달한 건 마찬가지다. 출연자들이 (비난에) 더 쿨하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 '쿨'할 수 있는 정서와 문화의 차이와 무게를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닌지 사뭇 걱정된다.

정 PD는 "사람의 날 감정을 훔쳐보는 재미가 대단할 거로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출연자들이 이렇게까지 하진 않겠지?' 싶었던 모든 것들을 다 뛰어넘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소사이어티 게임>이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거라는 데 이견은 없다. 정 PD는 "그런 의도는 아니"라고 했지만, 리더와 체제에 대한 여러 생각할 거리와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 줄, 훌륭한 기획이라고도 생각한다.

다만 그저 관찰자로서의 재미를 위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일반인 출연자들에 일상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여기는 한국이고, <소사이어티 게임>의 시청자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시청자든 출연자든, 마냥 '쿨'할 수 있는 이들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tvN <소사이어티 게임> 공식 포스터.

tvN <소사이어티 게임> 공식 포스터.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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