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영화제. 어렵게 시작은 했지만, 영화제를 앞두고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검찰 구형으로 그 어느 때보다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래도 영화팬들에게 있어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일년 중 가장 들뜨게 하는 국내 최고의 영화 축제다. 칸, 베를린, 베니스 3대 영화제에서 공개되어 호평받은 작품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지만, 아시아 최대 규모 영화제로서 대중성 또한 지향하는만큼, 남녀노소 누구나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들도 만날 수 있다.

전세계 69개국 301편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가장 화제로 꼽히는 영화는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국내 처음으로 소개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너의 이름은>이다.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신설 이래 처음으로 소개되는 애니메이션 영화인데, 이미 일본에서 천만관객을 돌파한 화제작이다. 국내 애니메이션 팬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높아, 지난 29일 온라인 예매 당시 1분만에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1분만에 매진된 화제작 <너의 이름은>

 영화 <너의 이름은> 포스터

영화 <너의 이름은> 포스터 ⓒ 카와무라 겐키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스튜디오 지브리 이후 <늑대아이> <괴물의 아이>의 호소다 마모루 감독과 함께, 차세대 일본 애니메이터로 각광받는 신카이 마코토 특유의 천연 감성을 느낄 수 있는 명작으로 평가받는다.

<너의 이름은>과 함께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영화로 꼽히는 작품 중 하나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 또한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소개된다. 지난해 <해안가로의 여행>에 이어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기요시 감독의 <은판 위의 여인>은 프랑스 제작진, 배우들과 의기투합하여 만든 영화로, 판타스틱 영화사에 길이 남을 걸작으로 꼽힌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직접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갖는다.

 영화 <은판 위의 여인> 포스터.

영화 <은판 위의 여인> 포스터. ⓒ 구로사와 기요시


그 외에도 올해 열린 69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켄 로치 감독),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열연이 빛나는,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퍼스널 쇼퍼>, 독일 영화의 새로운 부흥을 이끌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토니 에드만>(마렌 아데 감독),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각본상 등 2관왕에 빛나는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세일즈맨> 또한 영화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화제작 리스트이다.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 포스터 ⓒ 영화사 진진


 영화 <세일즈맨> 포스터

영화 <세일즈맨> 포스터 ⓒ 아쉬가르 파라디


부산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는 영화 <루이 14세의 죽음>

하지만 국내 극장 개봉이 확실시 되어지는 이들 영화들에 비해,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아니면 못볼 것 같은 영화도 있다. 대표적인 작품이 알베르트 세라 감독의 <루이 14세의 죽음>. 태양왕으로 불리던 루이14세가 서서히 죽어가는 모습을 담은 도전적인 영화로 극 중 루이14세 역을 맡은 장 피에르 레오가 올해 칸영화제에서 명예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화 <루이 14세의 죽음> 포스터.

영화 <루이 14세의 죽음> 포스터. ⓒ 알베르트 세라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필리핀 영화 <마'로사>는 필리핀 하층지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은 영화로, 살기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린 시절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전복적인 형태로 다루는 마르코 벨로키오의 <달콤한 꿈>, 다니스 타노비치의 <사라예보의 죽음>, 주앙페드로 로드리그쉬의 <조류학자의 은밀한 모험>, 올리베르 락세의 <미모사>, 라리짜 페트로바의 <신 없는 세상>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을 것 같은 수작들이다.

2014년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벌어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우여곡절 끝에 정관개정을 이뤘지만 부산시의 공식 사과 및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의 명예회복을 둘러싸고,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촬영감독조합, 전국영화산업노조 등 4개의 영화단체가 보이콧을 풀지 않았다. 때문에 예년보다 부산국제영화제에 출품되는 한국영화에 대해 관심이 줄어들긴 했지만, 눈여겨볼 작품이 있다.

DMZ 영화제 최우수한국다큐상 수상작 <공동정범>

와이드앵글 섹션 중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문에 소개되는 <공동정범>(김일란, 이혁상 감독)은 지난 8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최우수한국다큐멘터리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지난 2009년 있었던 용산참사의 뒷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로, 용산참사의 피해자이지만 사건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로 가해자로 몰린 사람들의 기억을 통해, 7년 전 그날의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되어, 상까지 받은 영화이기 때문에 BIFF 상영으로서의 화제성은 다소 떨어지지만, 그럼에도 부산국제영화제가 <공동정범>을 상영작으로 선정한 이유는 명확해 보인다. 고 백남기 농민 사망 이후 국가 공권력 남용 문제가 화두에 오른 지금, 7년 전 있었던 용산참사는 지난날 잊고 싶은 악몽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다.

 영화 <공동정범> 스틸 컷

영화 <공동정범> 스틸 컷 ⓒ 김일란/이혁상


세월호를 다룬 <다이빙벨> 상영 이후, BIFF에 대한 예산 삭감, 이용관 전 위원장 해촉 및 검찰구형 등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 최고 영화제로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 또한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 최고 문제작으로 떠오를 <공동정범> 상영 외에도, 과거 이란 정부를 통해 파지르국제영화제에서 상영이 금지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자얀데루드의 밤>, 카말 타브리지 감독의 <순례길에서 생긴 일> 상영을 통해 '표현의 자유' 수호 의지를 재확인하고자 한다.

9일, 비프힐 1층 아주담당 라운지에서는 최근 2년간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을 짚어보고, 향후 부산국제영화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실천가능한 방법을 모색한다. 10일에는 이창동, 허우 샤오시엔, 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감독들이 한 자리에 모여, 씨네필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특별대담 '아시아영화의 연대를 말한다'에서는 아시아영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개막식을 하루 앞두고, 태풍 '차바'의 영향으로 해운대 비프라운지에서 열릴 야외 행사가 줄줄이 비프힐로 옮겨지며, 마지막까지 진통을 겪게된 부산국제영화제는 6일부터 다음주 15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일대에서 펼쳐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권진경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neodol.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동정범 너의 이름은 영화 BI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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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지금 여기에서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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