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 영화 포스터. 오랜만에 돌아온 성룡의 액션이 볼 만하다.

▲ <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 영화 포스터. 오랜만에 돌아온 성룡의 액션이 볼 만하다. ⓒ 미디어로그


성룡이 <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아래 <스킵트레이스>)의 아이디어를 떠올린 건 <베스트 키드>(2010)를 촬영하는 시기였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영화에 나오는 중국 경관에 감탄하는 걸 보고 이것을 제대로 표현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스킵트레이스>의 출발이었다. 더불어 <러시아워> 시리즈의 크리스 터커, <상하이> 시리즈의 오웬 윌슨과 보여주었던 모습처럼 동양과 서양의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코믹 액션 영화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끝낸 성룡은 곧장 레니 할린 감독에게 각본을 보냈다. 성룡과 레니 할린은 <클리프 행어>(1993)의 시사회에서 처음 만난 이후 인연이 몇 번 닿을 뻔했다. 레니 할린은 <러시아워>의 제작을 제안받았으나 잡혀있던 일정 때문에 거절했던 적이 있다. 1990년대 후반엔 세계 무역 기구를 배경으로 성룡이 주연하는 <코피>의 연출을 수락했지만 9.11 테러의 여파로 영화 제작이 무산된 바 있다. 그래서 레니 할린 감독은 <스킵트레이스>를 운명처럼 느꼈다고 한다.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의 결합


<스킵트레이스>는 버디 무비와 로드 무비의 요소를 가졌다. 베니 챈(성룡 분)와 코너 왓츠(조니 녹스빌 분)는 전혀 다른 성향의 인물이다. 베니는 명예를 가장 소중한 가치로 여기며 정의를 수호하는 경찰이다. 반면에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며 허세로 무장한 코너는 타고난 사기꾼이다.

상반된 성격의 두 사람이 대립하다가 여정을 겪으며 진정한 동료로 거듭나는 <스킵트레이스>의 서사는 <러시아워> 시리즈와 <상하이> 시리즈의 연장선에 서 있다. <스킵트레이스>는 할리우드와 중국의 합작 영화이기에 동양적 코미디와 전 세계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할리우드식의 코미디가 조화로워야 했다. 레니 할린 감독의 조율을 거친 동양과 서양 캐릭터의 화학반응은 재미있다. 베니와 코너가 비를 피해 동굴에 머무는 장면은 그 중 백미다.

성룡 표 영화를 보러 가는 관객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액션 시퀀스일 것이다. 이미 육체의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에 접어든 성룡. 그러나 영화 사상 가장 많은 스턴트를 소화한 경력으로 기네스북에 등재까지 된 '액션 레전드'에 걸맞게 그는 관록 있는 액션 시퀀스를 보여준다. 3200만 불의 제작비를 투입하고 3개국 7개 지역을 오가는 등 규모 역시 만만치 않다.

러시아 갱단, 홍콩 범죄 조직에 맞서 (전작처럼) 주변 지형과 사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성룡 스타일의 코믹 액션은 이번에도 건재하다. 수상 가옥을 부수기도 하고, 아찔한 급류에 빠지기도 한다. 절벽 사이를 줄을 타고 건너는 아찔한 장면도 있다. "스턴트 연기를 하되 끝내 성공시키는 타입의 연기를 하는 성룡과 결국 실패로 끝나는 스턴트 장면으로 웃음을 주는 조니 녹스빌"이란 감독의 표현처럼, 다른 유형의 두 배우가 만든 액션 시퀀스는 유쾌함이란 목표 아래 열심히 내달린다.

또 하나의 볼거리는 배경이다. <스킵트레이스>는 기차, 비행기, 자동차, 배 등 익숙한 교통수단부터 당나귀, 말, 구명보트까지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중국을 횡단한다. 몽골의 초원, 고비 사막의 모래 언덕, 황하의 급류 등 중국의 여러 풍경과 문화가 카메라에 담겨 있다. 마치 중국 관광 홍보 영화인가 느껴질 정도다.

성룡을 볼 수 있어서 행운이다


출연하는 배우도 화려하다. 베니의 파트너의 딸 사만다 역은 대륙의 여신 판빙빙이 분했다. 연정훈이 범죄 조직의 오른팔인 존 잘 월리 역할을 맡은 점은 우리에게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과거 홍콩 영화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증지위의 출연이 반가울 것이다. <복성> 시리즈의 오요한은 카메오로 힘을 보탰다.

고비 사막에서 베니와 코너가 소수 민족을 만나는 장면은 마음에 걸린다. 처음엔 두 사람을 오해하던 소수 민족은 진의를 알게 되자 술과 음식으로 정성껏 대접한다. 연회를 즐기던 도중에 베니는 즐겁게 아델의 노래 'Rolling in the Deep(롤링 인 더 딥)'을 부른다. 소수 민족도 합창으로 응답한다. 그저 웃으면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 중화권 대형 영화에서 내심 엿보이는 '내부 통합'과 '하나의 중국'이란 이데올로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스킵트레이스>는 이야기의 밀도는 떨어진다. 전개는 작위적인 구석이 많고, 반전의 뒤통수를 때리는 맛도 부족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인물의 변화는 당황스럽기 짝이 없다. 액션도 성룡의 과거 시절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가 있다. 분명 <스킵트레이스>는 성룡과 레니 할린의 필모에서 대단한 수준에 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성룡에겐 재미와 완성도를 넘어서는 힘이 존재한다. 1970년대부터 중국 쿵푸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성룡은 뜨거운 열정으로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을 개척하고 있다. 그의 걸음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젠 주먹도 무뎌지고, 발차기도 예전만 못하지만 성룡은 변함없이 성룡이다. 위대한 광대인 성룡과 함께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우리 시대가 가진 특별한 행운일지도 모른다.

스킵트레이스 성룡 조나 녹스빌 판빙빙 연정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