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 대표팀이 2회 연속 8강진출을 위하여 이제 마지막 관문을 남겨두고 있다. 조별예선 2차전까지 1승 1무를 기록한 한국은 11일 오전 4시 멕시코와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른다.

앞서 8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었던 신태용호는 독일과의 2차전에서 90분까지 3-2로 앞서며 승리를 눈앞에 뒀으나 후반 추가시간에 뼈아픈 프리킥 동점골을 허용하며 결국 무승부에 만족해야 했다. 유럽의 축구 강호인 독일을 상대로 대등한 대결을 펼친 것은 분명 칭찬받아야 할 부분이지만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쳤기에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었다.

이로써 신태용호는 편안한 꽃길이 될 수도 있었던 8강행이 가시밭길로 변했다. 한국은 현재 멕시코와 승점 4점으로 동률을 이뤘으나 골득실에서 앞서 아슬아슬한 조 1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8-0으로 이겼던 피지를 상대로 멕시코는 선제 실점을 허용하며 끌려다니며 후반에야 겨우 5-1로 역전승했다.

한국은 멕시코와 최소한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오를 수 있기에 여전히 유리한 입장이다. 더구나 한국은 멕시코와 23세 이하 대표팀 역대 전적에서 2승 4무 1패로 우세했고 특히 올림픽 본선에만 국한하면 2승 2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아 자신감을 가질 만하다.

멕시코와 비기기만 해도 8강행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2차전 한국과 독일의 경기. 후반전 한국 장현수(왼쪽 셋째)가 독일 율리안 브란트의 공격을 마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런던올림픽 디펜딩챔피언이자 역대 올림픽 무대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둔 저력의 멕시코는 결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멕시코도 한국을 이기지 못할 경우 8강행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전력으로 부딪쳐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여기서 자칫 '비겨도 된다'는 소극적인 마인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수도 있다.

만일 한국이 멕시코에 패할 경우 8강행은 사실상 좌절된다. 조 3위인 독일(2무)이 최약체 피지와의 최종전에서 승리할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2연패를 당한 피지는 이미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된 상황이다. 독일이 최소한 승점 5점을 확보한다고 했을 때 한국이 멕시코전을 질 경우 승점 4점(1승1무 1패)으로 독일에 역전을 허용하고 조 3위까지 추락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멕시코가 승점 7점(2승1무)으로 1위에 오른다.

그동안의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만일 한국이 8강진출에 실패할 경우, 독일전에서 막판 실점을 허용한 장면이 두고두고 '통한의 1분'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한국축구는 역대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아깝게 탈락했던 기억이 많다. 특히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은 현재 신태용호의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당시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가나-멕시코에서 1승 1무를 기록하며 역시 이탈리아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가능했으나 무승부를 눈앞에 두고 종료 직전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1-2로 패하며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는 허정무호가 2승을 거두고도 골득실에서 밀려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들 사례는 한국축구 올림픽 도전사에 가장 아쉬운 장면으로 지금도 회자된다.

한국이 멕시코를 반드시 '이겨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8강 이후의 행보와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메달권 진입이다. C조에 속한 한국이 8강에 오를 경우,  D조 1위 혹은 2위팀과 만난다.

D조는 현재 포르투갈이 2연승으로 8강행을 확정지은 상황에서 아르헨티나와 온두라스가 각각 승점 3점으로 2위 싸움을 펼치고 있다. 온두라스와 아르헨티나는 최종전 결과에 따라 남은 한 자리가 결정된다. 현재로서는 온두라스가 무승부만 거둬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포르투갈의 D조 1위가 거의 유력하다고 했을 때, 한국 입장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C조 1위에 올라 8강에서 아르헨티나보다는 온두라스를 상대하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가 성립되려면 일단 한국이 멕시코를 잡아야 한다. 물론 비기기만 해도 최소한 8강 진출은 가능하지만, 독일이 피지를 상대로 다득점한다면 골득실까지 계산하는 복잡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만큼, 자력으로 조 1위를 확정짓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멕시코를 꺾는 것이다.

멕시코전 승부, 수비불안 해결이 관건

 4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피지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희찬이 피지 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오후 브라질 사우바도르 폰치 노바 아레나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남자 축구 조별리그 C조 1차전 한국과 피지의 경기. 전반전 한국 황희찬이 피지 문전에서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멕시코전에서 최대 화두는 역시 수비 불안이 될 전망이다. 최약체인 피지전에서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실제로는 한 수 아래의 상대에게도 역습으로 위협적인 찬스를 내준 장면이 몇차레 있었다. 우려한 대로 독일전에서는 무려 3실점을 내줬다. 모두 아군 진영에서의 부정확하고 불필요한 볼처리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같은 큰 무대에서 수비가 약한 팀은 결코 오래 버틸 수 없다.

수비불안과 뒷심 부족은 사실 아시아 무대에서부터 지속적으로 거론되어 왔던 신태용호의 약점이다. 올 초 아시아 챔피언십 당시 신태용호는 먼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한 경기만 무려 3차례나 됐다.

특히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2-0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내리 3골을 내주며 역전을 허용한 장면이 치명타였다. 이밖에도 요르단과의 8강전에서 사실상 상대의 정당한 동점골이 오심으로 무효처리된 장면도 있었다. 수비불안도 불안이지만 경기 운영의 완급조절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신감독은 수비가 약하다는 지적을 애써 부정해왔지만, 난타전이 된 독일전의 결과는 올림픽팀의 장단점과 현 주소를 또 한 번 극명하게 확인시켜 줬다.

올림픽에서 A대표팀 수비수 장현수가 와일드카드로 가세하기는 했지만 그 한 명으로 대표팀의 수비조직력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대회 개막 직전 주전 수비수로 예상된 송주훈의 부상 이탈로 변화를 겪어야 했고 지난 독일전에서는 최규백이 부상을 당하며 멕시코전 출장이 불투명해지는 등, 꾸준한 호흡과 조직력이 중요한 수비진에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멕시코전에서는 정승현과 장현수가 중앙수비라인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최전방과 미드필드 라인에서부터 적극적인 압박과 수비가담으로 포백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무엇보다 멕시코전에서는 불필요한 패스 실수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다.

멕시코도 전력누수가 심각하다. 공격의 핵으로 꼽히던 와일드카드 오리베 페랄타와 로돌포 피사로까지 모두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한국 수비진으로서는 큰 부담을 덜었다. 아무래도 심리적으로 더 조급한 쪽은 멕시코인 만큼, 상대의 심리를 지능적으로 역이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아시아 예선부터 잘싸우고도 번번이 뒷심이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했던 신태용호가 멕시코전에서는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고 난 후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 올림픽을 위하여 4년을 쌓아온 공든 탑의 운명은 이제 멕시코전 90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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