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좀비스러움을 짚어볼 수 있을까.

<부산행>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좀비스러움을 짚어볼 수 있을까. ⓒ NEW


영화 <부산행>은 주연보다 엑스트라가 대세다. 좀비 때문이다. 백과사전에 따르면, 좀비(zombi, zombie)는 부두교에서 유래한, 부활한 시체다. 외부 조종대로 움직이는 영혼 없는 육신이다. <부산행>은 그러한 특성을 창의적으로 살짝 비틀었다. 물리면 걸리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설정해 속에서 치미는 어떤 힘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 행태를 연출했다.

시체 부활이 아닌 안팎의 변화로써 괴물 같은 욕망을 구현했다. 그래서 좀비는 괴물 같은 환자로 인격화되었다. 일단 감염되면 죽기 전까지는 멈출 수 없는 욕망을 클로즈업했다. <부산행>은 그런 가해성의 좀비떼로 관객들을 경악시키며 흥행에 성공했다.

<부산행>을 통해 우리 사회를 좀먹는 좀비스러움을 짚어 볼 수 있을까. 영화의 사회적 메시지가 강하다고 가정하면 가능하다. 물어도 물어도 계속 물려고 달려드는 그악스러움은 눈앞의 이익에 급급한 자기중심적인 이기심(공유 분), 즉 탐욕이다.

그 탐욕에 치여 공포가 조성되면 김의성이 연기한 배타성이 사회를 압도한다. 최소한의 예의조차 떨구고 저 혼자 살겠다고 핏대 세우며 상대에 대한 해코지도 마다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그런 안면몰수의 최강 멘토는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는 장면에 서려 있다. 사실이나 진실을 호도해 사회적 재난을 키우는 부정직한 권력이다. 연일 천문학적 숫자의 큰돈을 부당하게 빼돌리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인사를 감싸는 지금-여기의 현실이 사회의 좀비지수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 백신은 여전히 존재한다. 부성을 자극하는 어린 딸의 순수성(김수안 분), 인간성이 바닥날 때까지 어른 아들을 걱정하며 스러지는 노모의 육성, 딸을 지키려는 마음으로 자해하는 쪽을 택하는 아빠(공유 분), 불특정 다수를 도우려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좀비가 되는 남편(마동석 분),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도외시하지 않는 임산부(정유미 분) 등등이 사회를 지탱하는 천연백신이다.

그러다 궁금했다. 내 좀비지수는 괜찮은가. 그건 내게 백신의 요소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가에 달려있다. <부산행>이 무서웠던 것은 내가 백신의 요소들을 제법 많이 잃고 있음을 알아챘기 때문 아니었을까. 영화 보는 내내 무서워서 나는 부들부들 떨었음을 고백한다.

부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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