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친정으로 돌아온 임창용도 기아 타이거즈의 불안한 뒷문에 해답이 되어주지 못하는 걸까.

임창용은 12일 광주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3-2로 앞선 8회말 2사 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임창용은 첫 타자 김성현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마무리 지으며 깔끔한 출발을 보였다.

하지만 9회 들어 임창용은 흔들렸다. 정의윤과 박정권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임창용은 최정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렸지만 다시 이재원에게 중전 안타를 맞아 1사 만루에 몰렸다. 결국 임창용은 대타 박재상에게 중견수 희생 플라이를 맞고 3-3 동점을 허용하며 끝내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다잡은 승리를 놓친 기아는 결국 연장 10회 곽정철과 김윤동이 각각 2실점씩 하며 무너져 3-7로 역전패했다.

기아는 지난 3월 말 임창용을 전격 영입하며 많은 기대를 걸었다. 지난해 마카오 원정 도박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며 삼성에서 방출당한 임창용은 무적 신분으로 야구인생 지속이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기아는 친정팀에서의 명예회복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임창용을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며, 한편으로 마무리 보강이라는 실리까지 챙긴 듯 했다. 임창용도 올해 기아에서 받을 연봉 3억원을 사회봉사 및 야구 유망주 후원금으로 전액 기부하면서 속죄와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로 전반기까지는 기아가 임창용을 활용하기는 어려웠다. 기아는 지난해 마무리로 활약하던 윤석민이 선발로 다시 보직을 전환하며 불펜 약화가 불가피했다. 기아는 임창용이 복귀하기 전 6월까지, 11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최다 1위에 오를 만큼 뒷문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불안불안한 임창용, 압박감 너무 컸나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SK 와이번스의 경기에서 8회초에 등판한 KIA 구원투수 임창용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만큼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 적지 않은 나이와 공백기의 영향인지 임창용은 아직까지 기대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지난 7월 1일 원정 넥센전에서 단 한 타자만을 상대하며 반년 만의 1군 복귀전을 치른 이래, 두 번째 등판인 지난 3일 넥센전(2이닝 4안타 1볼넷 1삼진 3실점)부터 본격적인 마무리로 나섰으나 9회말 동점을 허용한 뒤 연장에서 결승점을 내주고 패전투수가 됐다.

임창용은 7일 kt 위즈전에서는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첫 세이브를 건졌다. 하지만 지난 9일 두산 베어스전에 나섰다가 1.2닝 1점을 허용하고 패전투수가 됐고, 다시 이틀 만에 시즌 두 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연이어 구원에 실패했다.

임창용은 시즌 5경기에서 블론세이브 2회 포함 6.1이닝을 던지며 2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은 5.68을 기록하고 있다.  탈삼진은 5개를 잡아내는 동안 피안타는 두 배인 10개를 내줬다. 5경기 중 3경기에서 실점을 내주며 박빙의 승부에서 연달아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마무리로서 안정감 있게 풀어간 경기가 거의 없었다.

임창용은 76년생으로 벌써 40세다. 사실 어지간한 선수였다면 선수생활을 이어가는 것도 녹록치 않을 나이다. 2014년 KBO 복귀 이후 삼성에서 활약했던 지난 두 시즌도 기록상으로는 구원 1위에도 오르는 등 좋았지만,  종종 블론세이브를 저지르거나 필승조의 지원이 아니면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 공백기의 영향도 있겠지만 구속은 지난해에 비해 확연히 떨어졌다. 과거 임창용의 트레이드 마크로 꼽히던 시속 150km 안팎의 뱀직구는 보기 어려워졌다.

여기에 지난해 도박 파문으로 물의를 일으킨 뒤 어렵게 복귀한 데다, 친정팀으로의 복귀인 만큼 더 잘해야 한다는 심리적인 부담감이 임창용을 짓누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창용은 베테랑답지 않게 주자가 나갈 때마다 눈에 띄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무리 경험이 많다고 해도 반년간 1군 경기에도 나서지 못하다가 갑자기 주전 마무리로 매 경기 박빙의 상황에 등판하다보면 압박감이 없을 수가 없다.

누구보다 임창용의 복귀를 내심 간절히 기다렸을 기아로서는 속이 탄다. 5강 경쟁에 갈길이 바쁜 기아로서는 임창용이 살아나야 불펜 운용에 계산이 선다. 어차피 현재로서는 임창용을 대체할 만한 대안도 마땅치 않다. 김기태 감독은 일단은 임창용에게 좀 더 시간을 주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만일 상황이 계속 여의치 않을 경우 후반기 복귀하는 윤석민을 다시 불펜으로 돌리는 것도 생각해볼 만한 시나리오다. 윤석민은 지난해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리는 등 통산 74세이브를 기록한 경험이 있는 투수다. 고질적인 어깨 염증에 시달리는 윤석민이 많은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선발보다는 당분간 불펜에서 뛰는 것이 본인이나 팀에게 더 보탬이 될 수도 있다.

임창용을 아예 셋업맨으로 돌리거나 윤석민과 더블 스토퍼를 맡기는 식으로 운영한다면, 서로의 부담도 줄이면서 불펜을 지금도 훨씬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가능하다. 임창용이 얼마나 구위를 빨리 끌어올릴 수 있을지, 김기태 감독과 윤석민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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