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도 이제는 간호사 하는게 나쁘지 않다. 취업도 잘되고 월급도 상당히 많이 받을 수 있어. 게다가 미국 같은 곳으로 가면 간호사가 의사랑 동등하게 대우도 받을 수 있다. 전문직으로 간호사 꽤 괜찮은 직업이다 애들아."

고등학교 2학년때의 일이다. 생물을 가르쳤던 선생님은 우리에게 간호사도 괜찮은 직업이라며 간호학과를 추천했다. 당시에는 취업의 어려움에 대해서 크게 몸으로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었지만 취업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많은 친구들이 솔깃해했다. 나도 매우 솔깃했다.

하지만, 나는 간호학과에 진학하지 않았다. 물론, 여러가지 복합적인 고민때문에 선택하지 않은 거였지만 간호학과에 대한 편견 섞인 시선이 큰 몫을 했다. 먼저, 7년 전이었기 때문에 남자 간호사가 지금보다도 희귀했다. 간호사라면 으레 여성이 해야할 것만 같은 편견도 있었다. 또한, 간호사가 취업이 잘되는 이유 중에는 살인적인 업무 강도로 인해서 그만두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을 이미 소문으로 들었던 탓이기도 했다. 

나와는 다르게, 남자간호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친구들이 많았다. 당시 우리반에서 간호학과에 진학한 친구들만 20%가 넘었다. 한 반에 30명이라고 치면 6명은 간호학과에 진학한 것이다. 여성 다수의 간호사 사회에서 소수인 남성이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가 아니었을까.

시간이 지나서, 나는 가끔 그때의 선택을 되돌아본다. 만약 간호학과에 진학했다면 취업 걱정보다는 국가고시만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고, 다른 직업들에 비해서 비교적 쉽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부러움도 든다. 하지만, 정말로 그랬을까. 실제 남자 간호사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KBS2의 <다큐멘터리 3일 - 미스터 나이팅게일> 을 통해 엿볼 수 있었다.

간호사 사회, 소수의 남성으로서의 그들

 2016년 2월을 기준으로 전체 간호사 35만6000여 명 중에서 남자 간호사의 수는 약 3%인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직은 간호사 100명 중에서 3명의 간호사만 남자라는 것이다. 비록 매년 남자 간호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남자 간호사에 대한 환자들의 시선은 어려울 때가 많다.

2016년 2월을 기준으로 전체 간호사 35만6000여 명 중에서 남자 간호사의 수는 약 3%인 1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아직은 간호사 100명 중에서 3명의 간호사만 남자라는 것이다. 비록 매년 남자 간호사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도 남자 간호사에 대한 환자들의 시선은 어려울 때가 많다. ⓒ KBS2



사회가 점점 발전하면서 직업마다 존재하고 있었던 벽들은 점차적으로 깨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여성 경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나, 경찰에서 성별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요소가 되었고 그것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간호사도 마찬가지이다. 이제는 남자 간호사도 크게 이상하지 않은 존재가 됐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보니 남자 간호사 생활이 아직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물론, 간호사라는 직업 자체가 고된 일인 측면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다수의 여성들로 구성된 간호사 사회에서 소수의 남성들은 분명 소수로서의 어려움이 있다.

2016년 2월을 기준으로 전체 간호사 35만 6천여명 중에서 남자 간호사의 수는 약 3%인 1만명 수준이라고 한다. 아직은 간호사 100명 중에서 3명만 남자 간호사라는 것이다. 비록 매년 남자 간호사의 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지만 아직도 남자 간호사에 대한 환자들의 시선은 어려울 때가 많다.

병동에서 일하고 있는 우영씨는 환자분들이 자신을 간호사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때로는 옆에서 계속 혈압도 재고 간호를 하고 있었는데 왜 남자만 오고 간호사는 오지 않는냐는 말들도 듣곤 했단다. 우영씨가 병동에서 일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남자 간호사들은 주로 힘이 많이 필요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우영씨는 현재 4년차인데, 이 병원 병동 역사상 최초의 남자 간호사라고 한다.

남자 간호사들이 느끼는 어려운 점들은 무엇일까. 호준씨는 웃으면서 탈의실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아무래도 대부분이 여성들로 이루어져 있다가 남자 간호사의 수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보니 탈의실이 부족한 모양이다. 진무씨는 남자 간호사가 생소하다 보니까 환자분들이 불편해 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진심으로 간호하고 싶은데 그것이 잘 되지 않고 다른 여성 간호사들의 도움을 받아야 되는 게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

다큐멘터리를 보기 전에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상상했다. 소수로서 차별 받게 되고 적응 하지 못하고 어려워하는 그런 모습이랄까. 하지만, 실제 남자 간호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남자로서의 문제는 작고 간호사로서의 어려움이 큰 것 같다. 환자의 상태가 나빠질까봐 두려워하고, 환자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인계를 받으며 활짝 웃는 모습은 남자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간호사였기 때문이었다.

남자간호사도, 훌륭한 간호사도 아닌 그냥 간호사

 "저는 그냥 간호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남자 간호사도 아니고 어떤 훌륭한 간호사라는 얘기도 듣고 싶은 건 아니고요. 그냥 간호사이길 바랍니다. 그냥 모든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에게 저 사람은 간호사구나 그 말을 듣는게 가장 좋은 호칭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냥 간호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남자 간호사도 아니고 어떤 훌륭한 간호사라는 얘기도 듣고 싶은 건 아니고요. 그냥 간호사이길 바랍니다. 그냥 모든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에게 저 사람은 간호사구나 그 말을 듣는게 가장 좋은 호칭이라고 생각해요." ⓒ KBS2


"저는 그냥 간호사였으면 좋겠습니다. 남자 간호사도 아니고 어떤 훌륭한 간호사라는 얘기도 듣고 싶은 건 아니고요. 그냥 간호사이길 바랍니다. 그냥 모든 환자분들, 보호자분들에게 '저 사람은 간호사구나' 그 말을 듣는게 가장 좋은 호칭이라고 생각해요."

응급진료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병걸씨는 편견이 들어가지 않은 간호사라는 호칭이 가장 좋다고 한다. 그런데 이 말이 마음을 울린다. 다큐멘터리에서 나오는 많은 남자 간호사들은 남자라는 이유로 특별하지 않았다.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간호사로서 사명을 다하고 있었다. 때문에 병걸씨의 말은 더욱 감동적으로 느껴졌다. 뛰어난 존재도, 특별한 존재도 아닌 평범한 간호사가 제일 좋다니. 믿음이 간다.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다른 많은 간호사들도 병걸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처음에는 신생아를 대하는 것이 무섭고 두려워서 도망까지 쳤다는 신생아 중환자실 담당 희문씨는 지금은 아주 잘 적응하고 있다. 오히려, 신생아의 어머니들에게 아기를 잘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힘들 때가 많지만 아기들의 미소 한번에 피로가 싹 사라진다고 한다. 신생아를 정성스럽게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진다.

유독 남자 간호사가 많다는 심혈관 검사실에서 일하는 원우씨는 노력파 간호사다. 200명  간호사 중에서 단 2명의 남자간호사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동료는 그만두고 없지만 아직까지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의 고민은 어떻게 버티는가가 아니다. 어떻게 최고의 간호사가 되느냐가 그의 고민거리이다.

많은 간호사들의 고민은 대부분이 그들이 남자라서가 아니었다. 그들은 어떻게 하면 환자를 더욱 잘 간호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었고, 어떻게 하면 더욱 좋은 간호사로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에 힘들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내 편견이었다. 그냥 간호사로 불리고 싶다는 병걸씨의 말처럼 그들은 그냥 간호사였다. 그들을 남자 간호사로 보는 것은 바로 나였다.

남자 간호사의 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2016년에는 3%를 넘어섰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다. 또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주로 배치되던 것에 비해서 이제는 신생아실이나 일반 병동에도 남자 간호사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존재하고 있던 성별의 벽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우 바람직하다. 직업에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

<다큐멘터리 3일 - 미스터 나이팅게일>에서 우리가 본 것처럼 남자든 여자든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위해서 삶의 많은 시간을 쏟고 있었다. 그들은 특별하지 않았다. 자신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는 평범한 그냥 간호사들이었다. 특별했던 것은 오히려 그들을 남자라고 다르게 봤던 편견의 시선이 아니었을까.

간호사 남자 간호사 나이팅게일 다큐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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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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