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 중반에 콜롬비아 에이스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어깨 관절이 빠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정도로 양보 없는 몸싸움이 계속되었다. 의미 있는 대회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해야겠다는 의욕이 넘쳐보였다. 하지만 미국은 개최국으로서의 유리한 점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콜롬비아에 끌려다니다가 무너졌다.

호세 페케르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콜롬비아 축구대표팀이 한국 시각으로 4일 오전 10시 36분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 클라라에 있는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6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개막전에서 미국을 2-0으로 물리치고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뒀다.

사파타의 아름다운 발리슛 개막골

원래 이 대회는 작년에 칠레에서 열렸기 때문에 올해는 공식적인 개최 연도가 아니다. 그런데 올해가 마침 코파 아메리카 역사상 1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그래서 남아메리카 축구연맹(CONMEBOL)이 주관하고 북중미카리브해 축구연맹(CONCACAF)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례적으로 뭉친 것이다.

이 대회 개최국도 북아메리카의 미국이며 참가국도 남아메리카 10개국에 북중미카리브해 지역에서 엄선된 6개국이 모였다. 예상과는 달리 개막전에서 콜롬비아가 개최국 미국을 압도했다.

경기 시작 후 8분 만에 콜롬비아의 수비수 크리스티안 사파타의 아름다운 발리슛이 제대로 빨려들어갔다. 간판 미드필더 에드윈 카르도나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상황에서 뒤에서 어슬렁거리던 사파타가 재빠르게 빠져나와서 골라인으로부터 10m 지점에서 멋진 발리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리고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콜롬비아가 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40분, 파리드 디아스가 왼발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이를 가로막으려던 미국 풀백 데안드레 예들린이 핸드볼 반칙을 저질렀다. 로베르토 가르시아(멕시코) 주심이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페널티킥을 선언한 것이다.

이 기회에서 콜롬비아의 주장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자신의 정교한 왼발 킥 실력을 뽐냈다. 그의 왼발 인사이드 킥은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클린스만 감독 홈팬들 앞에서 고개 숙이다

독일 국가대표의 전설적인 공격수 출신의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미국은 콜롬비아의 끈끈한 압박 수비를 벗겨내지 못하고 득점 기회를 좀처럼 얻지 못했다.

후반전 중반인 64분에 간판 골잡이 클린트 뎀프시가 오른발로 감아찬 직접 프리킥이 수비벽을 절묘하게 피해 오른쪽 구석으로 날아들었지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FC 소속의 콜롬비아 골키퍼 다비드 오스피나가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쳐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에 풀리시치, 내그비, 주시를 차례로 들여보내며 1골이라도 따라붙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콜롬비아의 수비 조직력을 흔들지는 못했다. 오히려 76분에 콜롬비아의 골잡이 카를로스 바카에게 역습 단독 드리블 기회를 내줘 미국 골문 크로스바가 강하게 흔들리는 아찔함을 견뎌야 했다.

이로써 콜롬비아는 2007년 7월 코파 아메리카부터 계속된 미국과의 맞대결 기록에서도 3승 1무(5득점 1실점)의 압도적 우위를 지키게 되었고, 죽음의 조로 불리는 A조 '코스타리카, 파라과이' 틈바구니에서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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