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로 치면 2016년 칸영화제 마켓에서 한국영화는 풍년이다. 다섯 편의 장편 및 단편 영화가 영화제 경쟁 부문을 비롯해 주요 부문에 초청받으며 그 어느 때보다 해외 영화인들의 관심이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스타>는 17일 오전부터 오후(현지 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 내에 위치한 국내 여러 배급사 관계자들을 만났다.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뉴(N.E.W) 등 대형 배급사부터 엠라인, 파인컷 등 규모는 작지만 나름 긴 역사를 자랑하는 배급사들이다. 마켓 현장에서 이들이 직접 체감하는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도는 어느 정도였을까.

문전성시, CJ엔터테인턴트와 N.E.W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 이선필


아무래도 올해 가장 크게 웃을 것으로 보이는 배급사는 CJ엔터테인먼트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가 칸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초청받으며 4년 만에 한국영화로선 수상을 점치는 상황. 경쟁부문 초청의 힘은 고스란히 마켓에도 적용된다. 이미 지난 2월, 7분가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116개국에 선 판매를 성사시킨 바 있다. 이 기세를 받아 칸영화제 현장에선 <아가씨> 관련 문의가 폭주 중이다.

올해 칸영화제 마켓에 CJ엔터테인먼트가 들고나온 주력 영화는 <아가씨>를 비롯해 <탐정 홍길동>과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 김성은 해외사업부장은 "지난해 대비 약 40~50% 정도 매출 성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까지 공개된 판매국가에 더해 마켓이 끝나면 추가로 계약이 성사될텐데, 기대 이상으로 높은 성과를 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아가씨>가 만약 수상하게 된다면 일종의 인센티브까지 받게 된다. 기본 계약에 더해 수상작에 한해 일부 금액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조건이 계약서에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여러 모로 CJ엔터테인먼트가 수혜를 입는 셈이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서 상영된 <부산행>을 들고온 뉴 역시 상황이 좋다. 데니 리 해외세일즈 팀장은 "올해 마켓에서 가장 분위기가 좋은 부스에 해당한다"며 "어림잡아 지난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부산행>을 두고 해외 각 국가마다 경쟁이 붙어서 뉴 측은 마켓이 막바지에 이를 때까지 기다려본다는 전략이다. 이미 애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제작자나 배급사가 팔길 원하는 가격)에 근접했거나 이를 넘길 조짐도 보인다는 후문. <부산행> 외에도 뉴는 <특별수사> <원라인> 등 하반기 라인업도 마켓에서 함께 팔고 있다.

초청작은 없지만 그래도 대기업

이에 비해 롯데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는 다소 잠잠한 모양새다. 지난해 칸영화제 마켓에서 <암살>로 창사 이래 가장 높은 해외 판매고를 올린 쇼박스는 올해엔 이렇다 할 대작이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조용히 넘길 이들은 아니다 김희연 해외사업팀 차장은 "다양한 장르 영화를 들고 왔다"며 "기본적으로 올해 역시 나쁘지 않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쇼박스는 <터널> <살인자의 기억법> <가족계획> 등을 들고 왔다. 장르 구분을 하자면 스릴러, 드라마, 오락 영화다. 김 차장은 "기본적으로 3편의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공식부문에서 상영되다 보니 바이어들이 공격적으로 다가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사냥> <덕혜옹주> 등을 판매대에 올려놓고 있었다. 스릴러와 사극 장르로 명확히 특징이 구분되는 작품들이었다. 이지원 해외마케팅팀 대리는 "마켓 시사회가 좀 늦게 배정돼서 문의 진행이 좀 더뎠지만 계약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구체적인 결과는 마켓이 종료된 이후인 21일 정도에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곡성>에 <서울역>... 작지만 탄탄한 배급사들도 바쁘네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 이선필


해외배급을 전문으로 하는 화인컷은 올해 <곡성>의 해외배급을 맡아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이다. 취재를 위해 몇 번을 다녀갔지만 그때마다 바이어들과의 미팅으로 번번이 실무자를 만날 수 없던 곳이기도 했다. 김윤정 해외배급팀 이사는 "하루에 서너 시간 씩 자며 미팅을 이어가고 있다"며 "그래도 부스를 차린 이상 바쁘고 정신 없어야 보람이 있다"고 웃어보였다.

화인컷이 마련한 영화는 <곡성>을 비롯해 <인천상륙작전> <원스텝> 등 상업영화는 물론이고, 김기덕 감독의 <그물>, 정지우 감독의 < 4등 >,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 등 예술영화도 포함돼 있었다. 김 이사는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영화들"이라며 "테러 위험으로 바이어들이 줄었다고들 하는데 체감하는 인원은 더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해외배급사 엠라인은 <귀향> <날, 보러와요> 등 기 개봉작과 <밀정> <이와손톱> <무서운 이야기3> 등 장르영화를 골고루 갖추고 있다. 서정미 과장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며 "한국이 영화를 잘 만든다는 인식이 이미 퍼져있고, 특히 스릴러 장르를 찾는 이들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다만 서 과장은 "기존에 존재하던 수입 배급사들과 주로 거래되고 있는데 새로운 회사는 찾기 힘들다"며 다소 위축된 해외 시장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 부족한 과제들

직면한 과제에 대한 의식 또한 필요해 보였다. 예를 들면 할리우드 및 주요 국가 영화들은 감독이나 배우 이름만으로도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영상이 있어야만 계약이 이뤄진다는 점. 작품 자체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소위 '믿고 보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미다.

김윤정 화인컷 해외배급팀 이사는 "시나리오나 캐스팅만으로도 계약이 성사되는 일이 한국에선 거의 없다"며 "각 회사마다 전략이 있겠지만 현재까진 다양성 영화와 상업영화를 두루 갖추는 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극장 판매뿐만 아니라 이젠 IPTV나 온라인 상영 등 더 세분화 된 플랫폼에 대한 이해도 필요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종의 뉴미디어 판권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이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관련 계약이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분위기다. 인구 수 만큼 극장이 충분하지 않기에 향후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이슈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칸영화제 마켓을 찾다]
- ① 한 영화 수입사의 칸 방문기 : 칸영화제, 너넨 영화 보니? 우린 산다!
- ② 점점 치열해지는 마켓 시장 : 수입업자가 본 칸영화제 마켓 화제작은?
- ③ 국내 주요 배급사 실적 : <아가씨> 문의 폭주...<곡성> 비명...한국영화 함박웃음중

아가씨 곡성 부산행 칸영화제 탐정 홍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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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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