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 이선필


매년 열리는 칸영화제는 그 역사와 작품의 질 등을 따졌을 때 명실상부 세계 주요 영화제로 손꼽힌다. 영화를 사고파는 마켓도 마찬가지다. 아메리칸필름마켓(AFM) 등과 함께 칸영화제 마켓은 전세계 영화수입업자와 배급업자에겐 황금의 땅이나 마찬가지다.

칸영화제 사무국에 따르면 칸영화제 마켓은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올해만 해도 약 1만 명의 인원이 마켓에 참여했고, 약 4000편에 달하는 영화가 이곳에서 발굴됐다. 본편 혹은 요약 영상 등이 상영되는 마켓 스크리닝룸만 해도 34개였다.

이쯤이면 관계자들 사이에서 여러 작품이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르기 마련. <오마이스타>는 칸영화제 기간인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국내 영화 수입 배급 관계자들을 만나며 마켓 화제작을 알아봤다.

최고액 계약 <나우 유 씨 미3>

이번 칸영화제 마켓에서 가장 비싸게 팔린 영화는 상업영화 <나우 유 씨 미 3>였다. 중소수입사인 데이지 엔터테인먼트가 국내에 수입한 1편이 270만 관객을 동원했기에 후속편에 대한 국내 수입사들의 관심이 매우 컸다. 2편은 지난 2014년 칸영화제 마켓에서 롯데가 한화로 약 70억 원을 주고 거래한 걸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3편 역시 롯데(롯데 앤 미디어 로그)가 계약할 예정이다. 제시금액은 2편과 비슷한 수준인 600만 달러(한화 70억 원) 정도다.

마켓에서 가격 경쟁이 붙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과한 열기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수입사 관계자는 "칸영화제 경쟁작이나 유명 감독, 배우의 작품이 애스킹 프라이스(Asking Price, 제작자나 배급사가 원하는 가격)를 넘어서 거래되기도 한다"며 "일종의 과열 내지는 쏠림 현상이 있는 건 맞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입사 관계자는 "보통 애스킹 프라이스의 절반 수준에 거래되곤 했는데 점차 제시 가격에 근접해 계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일부 세일즈사는 이런 한국 영화 수업 업계의 특성을 알고 일부러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물론 상업적인 할리우드 스튜디오 영화와 작가주의 작품 및 예술영화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생각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수익성을 고려해 남는 장사를 해야하는 만큼 흥행이 보장된 작품을 놓치려 하진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17일 오후 팔레 드 페스티벌 내 마련된 제69회 칸영화제 마켓 현장. ⓒ 이선필


엉뚱함으로 무장한 <스위스 아미 맨>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와 <유스>의 폴 다노가 함께 출연한 <스위스 아미 맨>은 칸영화제에서 엉뚱한 발상과 내용 전개로 영화인들 사이에서 회자 중이다. 길을 잃고 자살을 하려는 남자 앞에 시체 혹은 시체로 보이는 남자가 나타나 우정을 나눈다는 설정인데, 실험적 작품 및 장르 영화를 중심으로 소개하는 부천판타스틱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면 잘 어울리겠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2016 선댄스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던 이 작품은 당시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리기며 주목받기도 했다. 17일 현재까지 수입을 결정한 국내 수입사가 없는 걸로 파악되고 있다.

경쟁작 21편에서도 빈틈은 있다

예술영화로 분류되는 칸영화제 경쟁작도 갈수록 국내 수입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와 해외 직배사 작품을 제외하면 21편의 경쟁작 중 현재까지(17일 오전 기준) 정확히 계약되지 않은 걸로 알려진 작품이 크리스티 푸이유 감독의 <시에라네바다>와 클레버 멘돈사 필로의 <아쿠아리우스> 뿐이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선 인지도가 크게 없는 감독들의 작품이다.

계약이 돼 있지 않다가 현장에서 바이어들이 본 이후 계약된 작품도 있었는데, 알랭 기로디 감독의 <스테잉 버티칼>과 켄 로치 감독의 <아이, 다니엘 블레이크>였다. 특히 켄 로치 감독 작품은 전작들보다 많이 부드러워졌다는 평을 받았다.

언급한 작품 외 나머지는 모두 이미 사전에 수입사들이 입찰한 경우였다. 그만큼 경쟁은 치열해졌기에 수입사들 입장에선 한 작품 한 작품이 더 소중할 수밖에 없다.

뜨거운 마켓 분위기에 문득 든 생각. 여전히 국내 극장에서 이런 다양성 영화나 예술 영화를 가까이서 만나기 쉽지 않다. 매년 뛰어난 작품은 들어오는데 틀 극장이 마땅치 않다는 것은 상업영화 중심의 수익구조에 매달리는 우리 영화 산업의 아쉬운 단면이기도 하다.

[칸영화제 마켓을 찾다]
- ① 한 영화 수입사의 칸 방문기 : 칸영화제, 너넨 영화 보니? 우린 산다!
- ② 점점 치열해지는 마켓 시장 : 수입업자가 본 칸영화제 마켓 화제작은?
- ③ 국내 주요 배급사 실적 : <아가씨> 문의 폭주...<곡성> 비명...한국영화 함박웃음중

칸영화제 부산행 아가씨 극장 배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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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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