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나> 폐지에 대한 아쉬움은 강호동에 대한 아쉬움으로 확장됐다.

<마리와 나> 폐지에 대한 아쉬움은 강호동에 대한 아쉬움으로 확장됐다. ⓒ JTBC


한때는 유재석과 함께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갔던 예능 진행자였던 강호동은 이제 없다.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전체적인 시청률의 파이가 줄어드는 와중에 예능의 평가 기준 역시 절대적인 시청률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강호동은 잠시 활동을 중단한 후 다시 복귀하고 나서 수년간 대표작을 만들지 못했다.

강호동을 메인으로 한 프로그램들이 연이어 종영했고 현재 강호동이 맡은 예능들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마리와 나>의 종영으로 강호동의 위기설까지 또다시 제기되었다. 그가 복귀한 후, 한 번도 강호동은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그에게 하는 기대가 여타 예능인에 대한 기대보다 컸던 탓이다. 그러나 강호동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은 것이 단순한 강호동의 실패를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강호동의 의미있는 변신

 힘을 뺀 강호동은 '호감형' 캐릭터로 변모했다.

힘을 뺀 강호동은 '호감형' 캐릭터로 변모했다. ⓒ JTBC


<마리와 나>의 종영은 많은 사람에게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동물과 교감하는 스타들의 이야기는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충분히 감동적이고 따듯했기 때문이었다. 1%가 채 되지 않은 시청률은 폐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근거가 되었지만, 궤도에 오를 때까지 조금 더 두고 볼만한 여지가 충분히 있었음에도 폐지가 결정된 것은 아쉬운 일이었다. 이 아쉬움은 강호동이라는 예능인에 대한 아쉬움으로 확장되었다. 강호동의 <마리와 나>는 강호동이 그간 고수해 왔던 이미지를 뒤집는 선택이었다. 강호동은 그동안 소리 지르고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역할을 도맡아 왔다. 다소 위압적인 존재감이 강호동의 예능인으로서 정체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마리와 나>에서 강호동은 새끼 고양이를 보고 어쩔 줄 몰라 당황하고 쩔쩔매는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서툴지만 정성스럽고 세심한 배려는 강호동에게 있어서 그동안 찾기 힘들었던 부드러움을 어필하는 장면이었다. 강호동의 분위기 자체는 이전보다 가라앉았지만, 그 안에서 보이는 강호동의 이미지는 오히려 호감으로 돌아섰다. 시청자들 사이에서 '강블리'라는 별명을 얻은 것 또한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힘으로 밀어붙일 것 같았던 강호동에게서 새로운 매력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강호동은 그 존재감만큼이나 불편해하는 시청자들도 다수 존재하는 예능이었다. 분위기를 고조시키거나 힘이 필요한 장면에서는 강호동만 한 예능인이 없었지만, 그 힘은 때때로 보기 피곤할 정도의 에너지를 내뿜기도 했기 때문이다. 예능적인 센스나 화술, 혹은 밀고 당기기보다는 강호동이라는 '천하장사'의 캐릭터가 강호동 예능의 성공을 이끌었고, 그 뛰어난 존재감으로 예능을 장악했던 강호동이었기에 강호동에게 요구되는 모습 또한 그런 방향으로 치우쳐져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강호동이 내려놓기를 결정한 후, 오히려 강호동은 자신의 캐릭터가 단순히 힘과 장악력에 있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아는 형님>에서도 강호동은 주인공이 되지 않는다. 전체를 아우르려는 욕심도 전혀 부리지 않는다. 여전히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기는 하지만 함께 프로그램하는 동생들에게 면박을 당하거나 무시를 당하며 이전의 캐릭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힘 뺀 강호동의 새로운 매력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에게 어필한다.

<아는 형님>에서 강호동은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오히려 대중에게 어필한다. ⓒ JTBC


더군다나 <아는 형님>은 철저히 B급 정서에 가깝다. 황당한 미션이나 이야기가 펼쳐지고 다소 중구난방의 캐릭터가 이리저리 튄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예능의 분위기는 한층 더 신선하고 젊게 느껴진다. 강한 에너지를 가진 예능인이었지만 젊은 층의 트렌드와는 다소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던 이미지는 <아는 형님>에서 만큼은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강호동이 억지로 트렌드를 좇는 것은 아니다. 그는 새로운 용어나 트렌드가 등장할 때, 결코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모를 때는 모른다고 확실하게 시인하고 자신이 트렌드의 중심에 선 인물이 아님을 인정한다. 그런 과정에서 강호동의 약한 모습은 오히려 그의 캐릭터에 의외성을 던져주는 것이다. 중심인물에서 벗어나기를 두려워 않는 강호동의 변신은 폭발적이지는 않을지언정 적절했다.

<마리와 나>의 폐지를 안타까워하는 시청자들은 부드러워진 강호동의 비약을 바란다. 지금 강호동은 힘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예능 캐릭터를 재정비하고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 중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예전처럼 예능계를 양분하는 최고의 진행자는 아닐지언정, 시청자들이 두루두루 좋아하는 예능인이 되는 것. 그것만큼은 강호동에게서 다시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마리와 나 아는 형님 강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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