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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영화비를 올리세요. 사람들 이상하게 만들지 마시고요."

이른바 멀티플렉스 '메뚜기족'과 관련해 어느 영화인이 남긴 일침이다. CJ CGV가 지난 3일 도입한 좌석·시간대별 영화 관람료 차등화 정책에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중 기준이 되는 '스탠다드존'보다 1000원이 싼 '이코노미존' 좌석을 발매한 후 상영이 시작되면 1000원이 비싼 '프라임존'으로 자리를 바꾸는 '메뚜기족' 또는 '뻐꾸기족'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뻐꾸기족·메뚜기족·캥거루족... 영화관 '꼼수 관객' 몸살" <문화일보>
"불 꺼지면 움직이는 '극장 메뚜기족'" <동아일보>
"영화관 불꺼지자 '민족의 대이동' 메뚜기족 양산하는 CGV '좌석별 가격..." <조선일보>
"영화관 '메뚜기족' 생긴다... 가격차등제 여파" <헤럴드경제>

3월 한 달간, 가격차등제 실시 직후 생겨난 일종의 신풍경을 지적한 언론보도 제목들이다. 유형을 살펴보면, 위와 같이 값싼 티켓을 구입한 후 자리를 바꿔 다른 관객들에게 민폐를 끼치거나, 멀티플렉스 내 화장실에 가는 것처럼 위장해 자신이 표를 사지 않은 다른 상영관에 들어가는 이른바 '얌체족'들이 그런 경우다. 특기할 것은, 언론의 지적 외에도 관람객들 스스로 이러한 '민폐족'에 자성의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이다.

이 와중에, 지난 29일 한 커뮤니티에 CGV에서 이 '메뚜기족'을 적발, 추가 결제를 요구했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의 불씨를 다시 지폈다. 평일 오후, 관람객이 총 4명이었던 한 CGV 상영관에서 '이코노미존' 좌석을 구입한 이 관람객은 상영 시작 후 프라임존으로 자리를 옮겼고, 상영이 끝나자 영화관 직원인 '미소지기'가 추가 결제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현실화된 메뚜기족 논란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메뚜기족' 관련 글 중 일부.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메뚜기족' 관련 글 중 일부. 지금은 삭제된 상태다. ⓒ 인터넷 캡처


이 같은 사실에 영화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30일 오후까지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논란이 확대되자, 이 관람객은 원글을 삭제한 후, 아래와 같은 글을 다시 올렸다. 과거 한산한 극장에서 자리를 옮기던 "관행"이 가격차등제로 인해 문제가 됐다는 것이다.

"제가 분명 잘못 행동한 것은 맞지만, 사전고지도 없이 영화가 끝나고 난 후 결제를 요구한 것에 대한 의문 때문에 글을 작성했습니다. 다른 분들이 있었다면 자리이동도 아마 하지 않았겠지만, 영화관에 아무도 없었더라도 자리를 이동한 자체가 우선 잘못된 행동임은 맞습니다.

영화관을 다닌(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이 없으면 좀 더 편한 자리로 이동해서 보곤 했던 관행을 차등제가 시행되었음에도 행했기에 문제가 생긴 거겠죠. 다만 그들에 대한 감시가 아닌 사전고지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영업방식이었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 CGV 측도 입장을 내놨다. 30일 CGV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자리를 바꿔 앉는 관객들에 대한 감시는 없"고, "당시 미소지기가 매표소에서 근무한 후, 자리를 옮겼"기 때문에 해당 사실을 알았으며, "추가결제 매뉴얼이 없고, 글을 쓴 고객이 일방적으로 기분이 나쁘다며 CJ ONE 포인트로 추가결제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허핑턴포스트코리아>는 CGV 측의 입장을 이렇게 정리했다.

"CGV는 좌석을 바꿔 앉는 고객들을 상대로 추가결제를 요구하지도 않고, 그럴 수 있는 매뉴얼도 없다는 것. 또한 좌석을 바꿔 앉은 고객들을 감시하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평일 낮처럼 관객들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 좌석을 바꿔 앉은 고객들이 눈에 띌 수밖에 없고, 그런 상황에는 고객에게 다가가 다음에 극장에 올 때는 이런 일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한다는 것이다."

갑론을박... CGV는 손해볼 것 없다

 CJ CGV의 가격 차등화 관련 자료.

CJ CGV의 가격 차등화 관련 자료. ⓒ 하성태


"사실 가격 차등제에 반대하는 이유는 요금 인상 부분보다 저런 이유가 더 큼. 이 나라에서 저런 식의 요금제는 사용자의 부정을 제재하기가 쉽지 않고 결국 다른 관객의 피해로 전달되기 때문. 프리미엄석 요금 결제한 사람들만 엿먹이는 정책이라…." (@Ex********)

"CGV측의 말대로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아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추가결제를 요청하지도 않았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추가결제를 한 사람은 본인이 당한 굴욕을 결국 블랙컨수밍으로 해결하려고 한 셈일듯." (@Sk***********)

이번 논란에 대한 트위터상의 대표적인 찬반 의견이다. 오늘까지 잦아들지 않는 관객들의 논란과 관심, CGV의 해명을 놓고 볼 때, 간단하게 해프닝으로 넘길 사안이 아니다. 일종의 '가격 인상'이라고 지적받아온 가격차등 정책이 불러온 부작용이자, 미숙하고 허점이 많은 정책을 밀어붙인 CGV 측의 오만이 불러온 예견된 '버그'일 뿐이다.

관행까진 아니더라도, 한산한 극장이라면 좀 더 좋은 좌석으로 옮기기도 했던 일부 관객들의 행태가 지속됐고, 가격차등제 이후 좀 더 조명을 받는 것이다. 결국, 피해는 CGV가 지정해 놓은 '프리미엄석'을 이용하는 관객을 포함한 관람객 전체에게 전가되는 셈이다.

반면 CGV는 손해보다는 이득을 보고 있다. CGV는 영화관 구조 같은 시설투자나 뮤지컬이나 오페라 극장과 같은 서비스 향상과 같은 개선책은 내놓지 않은 채, 기존 좌석과 서비스로 요금제만 변경시킨 뒤 실질적인 인상 효과를 보고 있다. 이번 논란과 지속적인 언론 보도를 놓고, 일각에서 '메뚜기족'과 같은 민폐를 핑계로 또 한 번 CGV가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까지 나온다.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자랑하는 CGV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번 논란을 접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소비자기본법 제4조를 거론하기도 했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는 "물품 등을 사용함에 있어서 거래상대방·구입장소·가격 및 거래조건 등을 자유로이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시장 독점으로 영화관객이 기본적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면 심각한 문제다"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소비자의 기본적 권리가 실현되도록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 정도 상황이라면 필요한 의무를 하도록 더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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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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