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시간대 방송되는 KBS 2TV <안녕하세요>와 SBS <동상이몽-괜찮아 괜찮아>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고민을 주제로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녕하세요>는 타인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고민에 빠진 출연자가 등장한다. 이해할 수 없는 상대의 행동이 강하면 강할수록, 프로그램의 재미가 올라간다. <동상이몽>은 부모와 자식 간의 소통을 주제로 삼았지만, 역시 그들의 갈등이 고조될수록 프로그램에서 추구하는 재미를 찾을 수 있다.

<안녕하세요>는 "대한민국 5천만의 고민이 없어지는 그 날까지!"라는 구호를 카피로, <동상이몽>은 '세대 공감 프로젝트'라는 부제로 고민해결과 소통을 주제로 내세운다. 하지만 그 거창한 목적은 뒷전임이 분명하다. 언제부터인가 '누가 더 재미있는 고민을 들고 나오느냐'가 프로그램의 목표가 된 듯하기 때문이다.

 <안녕하세요>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안녕하세요>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 KBS 2TV


이번 주 <안녕하세요>에서 우승을 차지한 사연은 '고기에 중독된 딸'이었다. 시도 때도 없이 엄마를 부려먹으며 고기를 구워달라 조르는 철없는 딸은 고기를 구워주지 않으면 패악을 부리기까지 한다고 했다. 고기 때문에 모친에게 욕설까지 내뱉는 딸이라면 예능이 아닌 다큐멘터리에 나올 일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상담을 받아야 할 만큼 문제 행동이다. 그러나 이런 사연은 그저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하나의 사연으로 그려지고, 딸에게 채소를 억지로 먹임으로써 마치 고민이 해결된듯한 뉘앙스로 가볍게 넘어가는 모양새를 취했다. 사실 사연을 들고나온 사람의 이야기를 100% 신뢰할 수 있는지도 알 수가 없다. 과연 방송을 위해 더 자극적이고 충격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오로지 1승만이 목표인 것 같은 고민은 때때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고민의 내용 역시 막말에서 폭력에 가까운 행동에 이르기까지 도저히 연예인 패널들의 충고 정도로는 해결되지 않을 내용이 상당수다. 단순히 출연자들의 말에 의존한 높은 수위의 고민 역시 신뢰도가 떨어지지만, 실제로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방송에서 하는 고민 토로 정도로 끝나서는 안 되는 고민이 많다는 이야기다. 고민의 수위가 높아질수록 1등을 차지하고 상금을 받는다는 콘셉트가 이런 극단성을 부추긴다.

 SBS <동상이몽>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SBS <동상이몽> 14일 방송화면 갈무리 ⓒ SBS


<동상이몽>은 이런 신뢰성을 '관찰카메라'라는 형식으로 극복하고자 했으나 여전히 고민 해결에 방점이 찍혀있지는 않다. 이번 주 방송에는 개그맨을 꿈꾸는 고교생이 등장했다. 방송의 포커스는 부모와 갈등을 겪는 주인공보다 그가 과연 개그맨이 될 수 있을까 없을까에 관한 것이었다. 실질적으로 그의 개그 방식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고민의 본질은 그가 개그맨이 되느냐 되지 않느냐가 아니다. 그가 그런 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더 중요한 문제인 것이다.

비전문가 패널들, 근본 해결책 줄 수 없어

주인공이 다소 무리한 개그를 펼치는 것은 명백히 관심을 받고 싶은 몸부림이다. 가족들이 그의 행동에 황당함을 느끼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한 일이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에 대한 이해 없이 그저 그를 억누르고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다. 그의 행동을 지지하지는 않더라도 그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가를 이해하고 그 욕구를 건강한 쪽으로 풀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족의 역할이다. 물론 이는 당사자의 자기반성도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포커스는 그의 개그가 프로 세계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 없을지에 맞춰졌고, 패널들과 사연 가족의 대화는 사실상 고민 해결 목적이 아니었다.

차라리 현직 코미디언들이 그에게 실질적인 충고를 던져줬던 이번 방송은 양호한 편이다. <동상이몽>은 실질적인 고민보다 좀 더 화제가 될 만한 소재를 찾아 헤맨다. '쇼핑몰 사장' '방송 BJ' 등 다소 홍보목적으로 비칠 수 있는 인물들을 섭외한 것은 프로그램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었다. 방송 BJ 편에서는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로 방송 하고 있는 현직 BJ까지 등장해 월수입을 공개하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가 이어졌다.

고민을 해결해 주는 방식 역시 그 내용 면에서 동의하기 힘들다. 패널들은 상담 전문가가 아니고 문제를 지적하기만 바쁘다. 제대로 된 해결책을 줄 수가 없다. 심지어 미용사를 꿈꾸는 고교생이 나왔을 때는 엄마의 비교가 나쁘다는 패널들의 지적에 이어 바로 최연소 미용사들이 등장해 주인공과 비교되기까지 했다.

예능이라는 소재는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제공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고민해결이라는 명목으로 사안이 다루어졌다면 그 사안에 대한 진지한 접근 역시 필요하다. 단순히 누군가의 고민을 웃고 떠드는 목적으로 소비하는 행위는 때때로 불편함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동상이몽 유재석 신동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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