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부산영화제 전야제 행사 때 함께 자리했던 유지태 배우와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인 유지태 배우는 서 시장이 영화인들에 대한 자격 논란을 거론하자 "저를 잊으셨냐?"며 발끈했다.

2014년 부산영화제 전야제 행사 때 함께 자리했던 유지태 배우와 서병수 부산시장.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 자문위원인 유지태 배우는 서 시장이 영화인들에 대한 자격 논란을 거론하자 "저를 잊으셨냐?"며 발끈했다. ⓒ 성하훈


부산영화제 사태와 관련해 2일 기자회견에서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한다"며 영화인들을 비난한 서병수 부산시장이 영화계의 비웃음을 사고 있다.

부산영화인연대는 "한국의 영화인들과 영화제 관계자들, 그리고 부산 시민들이 애써 성장시킨 영화제의 위상을 한순간에 추락시킨 장본인은 누구인가? 서병수 시장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오히려 서 시장의 자격문제를 거론했다.

지난 2일 곧바로 반박 입장을 표한 배우 유지태를 비롯해(관련기사 : 배우 유지태 "절 잊으셨나요?" 일갈) 서 시장이 "자격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던 영화계 인사들도 공개적으로 반박하기 시작했다.

이준동 나우필름 대표는 "서병수 부산시장이 나를 자격도 없는 부산영화제 자문위원이란다, 내 제작 영화가 부산영화제 발전에 한 몫 했을 거라고 은근히 자부하고 있다가 제대로 조인트 까였다"라며 "난 거의 20년 가까이 부산영화제에 참여해 왔다, 내가 아무리 자격이 없어도 4년짜리 계약직으로 이제 겨우 2년 부산영화제 관련 업무를 한 서병수보단 자격이 차고 넘치지 않을까?"라고 응수했다.

김조광수 감독은 이렇게 반문했다.

"1996년 첫 해부터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해 왔고 총 11편의 장편과 2편의 단편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상영되었던 제작자·감독이며 심사위원을 한 번 맡았고 ACF운영위원인데,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니 도대체 어떤 자격이 필요하단 말입니까?"

인디포럼작가회의 의장을 지낸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SNS에 "서병수 시장이 많이 쫄았나 보다,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부산국제영화제 자문위원들을 가리켜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답니다"라고 전한 뒤 "사실, 서병수 시장이 이렇게 안달 난 건 절차에 따른 '임시총회'가 소집돼 정관이 개정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에요"라고 서 시장이 초조해 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또한 "조직위원장에서 사퇴했다는 양반이 긴급 기자회견까지 열어서 자문위원들 자격이 없다는 둥, 영화제에 대한 기여가 없다는 둥, 임시총회 소집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둥 치졸하게 트집을 잡는 것"이라며 "본인이야말로 영화제에 대한 기여는커녕 4년짜리 뜨내기 시장 주제에 통째로 말아들고 계시다"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한 제작자는 "검찰 고발을 이유로 이용관 위원장 재위촉이 불가하다고 했으면서 시장 자신은 성완종 리스트 건으로 고발당한 상태 아니냐"며 "시장직에 있는 것 자체가 모순인 사람이 영화인들의 자격을 문제 삼고 있다"고 비꼬았다.

불신과 타협 불가 정서가 비웃음으로 표출

 지난 25일 부산국제영화제 총회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좌측부터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김조광수 감독, 방은진 감독, 유지태 배우 등

지난 25일 부산국제영화제 총회에 참석한 영화계 인사들. 좌측부터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나우필름 이준동 대표, 김조광수 감독, 방은진 감독, 유지태 배우 등 ⓒ 성하훈


이같은 영화인들의 비웃음에는 서 시장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문제로 영화계와 대립했던 서 시장이 영화제 개최 전에 화해를 요청하더니, 영화제 직후 다시 돌변한 바 있다. 특히 "부산영화제는 부산시의 소중한 공공자산으로 영화제 때문에 부산이 한국영화의 중심이 됐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공유된 인식인데, 시장이 나서서 자해행위를 하고 있는 것은 윗분의 심기관리 때문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부산지역 영화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조직위원장 내정자가 따로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영화제에 간섭하려는 서병수 시장의 뜻은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부산영화제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는 정서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연임을 참가 기준으로 공언한 영화인들 입장에서는 이 집행위원장에 대한 강제 해임이 이뤄지면서 큰 미련을 두지 않고 있다. 올해 영화제의 파행 운영 가능성이 그만큼 커지는 형국이다. 정치적 탄압이 계속될 경우 영화제 취소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게 영화계에서 나오는 의견 중 하나다.

이준동 대표는 "부산영화제는 부산을 넘어 한국영화뿐만 아닌 아시아의 공공재"라며 "필연적으로 손상이 되겠지만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싸워야 한다, 굴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정적 토대가 없으면 어렵지만 굴복하면서까지 영화를 해야 하나 의문"이라면서 "고난의 시대를 갈 각오를 하고 맞붙는 것 외에 다른 게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서병수 부산시 BIFF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