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광희, 형들과 함께해 좋아! <무한도전>팀의 광희가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 2015 MBC 방송연예대상 >에서 '무한도전'에 합류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 광희, 형들과 함께해 좋아! <무한도전>팀의 광희가 지난 2015년 12월 2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 2015 MBC 방송연예대상 >에서 <무한도전>에 합류한 소감을 이야기하고 있다. ⓒ 이정민


광희가 MBC <무한도전>의 식스맨 후보가 되었을 때, 아무도 광희의 낙점을 예상하지 못했다. 필자 역시도 그랬다. 광희는 상대적으로 안티가 더 많고, 어딘가에 숨어있을 그의 팬은 그다지 활발히 활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에게 황광희는 그저 그렇고 그런 '비호감 연예인'으로 분류됐을 뿐이었다.

'비호감 연예인'에서 '국민 예능' 일원으로

무도에 적응하고 있는 광희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 당시 광희의 모습

▲ 무도에 적응하고 있는 광희 <무한도전> '배달의 무도' 특집 당시 광희의 모습 ⓒ MBC


광희가 '비호감 연예인'이 된 이유,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남자 연예인치고 상당히 높은 톤의 목소리, 까마귀 울음소리를 연상케 하는 그의 웃음소리, '모조리 뜯어고쳤다'고 고백하며 노골적으로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그의 발언. 그게 광희의 캐릭터였다.

처음에는 광희를 응원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광희가 <무한도전>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아마 그렇게 느꼈던 게 나만은 아니었을 테다. 그 때문일까. 광희는 딱히 잘못한 게 없었지만, 방송에서 언제나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어찌 됐건 광희는 <무한도전>의 새로운 멤버로 낙점됐고, 그는 최선을 다해 <무한도전>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시간은 흘렀고, 광희는 예상외로 잘 적응하고 있다. 비난과 비판 일색이던 누리꾼들의 반응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광희가 누리꾼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바꾼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1년 뒤의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던 장면이다. 광희는 스스로 "너 <무한도전>에서 자리를 확실히 잡았더라?"라는 편지를 작성했다. 다소 애교 섞인 그의 편지에, 왠지 광희를 환영해주지 않았던 것에 자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살벌했던 연예계, 그리고 광희의 선택

정형돈과 황광희 황광희의 부담감은 클 것이다. 길과 노홍철의 대타로서 활약해야 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운 정형돈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차별화된 웃음을 줘야 한다. 매서운 예능 현장에서 황광희의 분투는 2030세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비슷하다.

▲ 정형돈과 황광희 황광희의 부담감은 클 것이다. 길과 노홍철의 대타로서 활약해야 하면서, 잠시 자리를 비운 정형돈의 공백도 메워야 한다. 그러면서 이전과는 차별화된 웃음을 줘야 한다. 매서운 예능 현장에서 황광희의 분투는 2030세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과 비슷하다. ⓒ MBC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광희에게 선택권이라는 게 있었을까. 우여곡절 끝에 아이돌 멤버가 된 광희. 그러나 특출나게 잘생기지 않은 외모와 뛰어나지 않은 노래 실력은 그의 생존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비호감 캐릭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자기가 잘하는 것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광희의 캐릭터는 더 강해졌다. 본래의 모습이 어떤지는 모르지만, <무한도전>에 입성하기 전까지의 광희는 억척스럽거나 까불거리는 모습을 계속 보여줬다. 아니, 보여줬다기보다는 연예인으로서의 '폼나는' 모습을 버린 그에게는 그거 외에 남지 않았다. 한 가지 이미지만 남겨둔 채,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광희의 자아는 하나둘씩 버려야만 했다.

광희는 적응하고 있다. 이 혹독한 현실에서 <무한도전>의 일원이 되기 위해. 그는 자기보다 훨씬 경력이 오래된 선배들, 연예대상을 받은 예능 선배들과 친하게 지내야 했다. 노홍철과 길을 그리워하지 않을 정도로 웃겨야 하면서도, 전 멤버들과는 차별화된 웃음을 보여줘야 한다. 그의 현실은 사회에 나온 청년들이 맞닥뜨려야 하는 현실과도 닮아있다. 끈끈한 그룹 안으로 들어가 녹아드는 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광희는 그것을 매일 하고 있고 매번 테스트받는다.

광희의 <무한도전> 적응기, 2030세대를 대변하다

우리가 '황태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 무대는 1988년 동갑내기 세 사람을 상징하듯 서울88올림픽 로고와 사자탈, 사물놀이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 우리가 '황태지' <영동고속도로 가요제>에서 황태지(황광희, 태양, 지드래곤)의 '맙소사' 무대는 1988년 동갑내기 세 사람을 상징하듯 서울88올림픽 로고와 사자탈, 사물놀이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졌다. ⓒ MBC


추격전을 통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광희는 비록 총총 뛰어다니지만, '살아남기 위해' 달린다. 연약한 몸, 가벼운 몸으로 형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적당한 말과 행동을 내뱉는다. 회사에 입사한 청년은 누구나, 사회인으로서의 언어를 배우고, 부하 직원으로서의 행동을 익혀야 한다. '회사'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멋모르던 20대 초반, 어른이라고 착각했던 시절의 습관들을 버리기 시작한다.

<무한도전> 속 광희는 어딘지 모르게 <미생>의 장그래를 떠올리게 한다. 열심히 뛰고, 노력하고, 적응해가는 광희는 스스로가 <무한도전>에 잘 녹아들기 바라며 1년 뒤 자신에게 '확실하게 자리 잡았더구나'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광희 자신과 함께, 나도 오늘부터 광희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될 것 같다.

1988년생, 29살의 광희는 적응하고 있다. 그도 우리와 다를 것 없이 촬영이 끝나면 친구와 만나 위로받을 것이다. 소주 한 잔 사주고 싶었던 <미생>의 장그래처럼, 광희에게도 술 한 잔 사주고 싶다. 녹록지 않은 사회 초년생의 삶이 광희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광희를 응원할 수밖에 없다. 1988년 동갑내기의 진심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석준 시민기자의 <김작가의 브런치>(www.brunch.co.kr/@byulpd)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광희 김작가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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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집 「안녕의 안녕」 작가. 대중문화에 대한 글을 씁니다. https://brunch.co.kr/@byulpd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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