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전쟁 중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는 한상렬(임시완 분)과 박주미(고아성 분)

▲ 영화 <오빠 생각> 스틸컷 전쟁 중 소외된 아이들을 보살피는 한상렬(임시완 분)과 박주미(고아성 분) ⓒ NEW


영화 <오빠 생각>은 전쟁 중 실제 존재한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오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드라마 <미생>으로 이 시대 청춘을 대변하는 '장그래'역으로 사랑받았던 임시완의 첫 단독 주연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대표적인 한국 영화는 <태극기 휘날리며> <고지전> 등이 있다. 이들 영화의 또 다른 공통점은 장동건, 원빈, 고수, 이제훈까지 짧은 머리의 흙투성이 얼굴에도 감춰지지 않는 미남 배우들이 출연했다는 점이다. 영화 <오빠 생각> 역시 임시완 주연으로 이 궤를 같이한다.

전쟁터에서 시선을 낮추다

영화 <오빠 생각> 전쟁 중 실존했던 해군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 영화 <오빠 생각> 전쟁 중 실존했던 해군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 ⓒ NEW


이들 영화와 <오빠 생각>의 다른 점은 '전쟁터'에서 시선을 더 낮춰서 약자에게도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위해서 싸우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앳된 얼굴의 군인부터 전쟁터에서조차 쓸모가 없어 받아주지 않은 버려진 아이들의 이야기다.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이 느껴졌던 영화로는 태산 같은 부성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떠오른다. 태산과 같은 아빠마저 잃은 아이들은 버겁지만,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간다.

출연배우들이 하나같이 '천사 같은' 아니 '날개를 숨기고 있는 천사' 감독이라고 입을 모아 말하는 이한 감독의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전쟁'으로 우리가 허무하게 얼마나 많은 것을 잃고,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으며, 그런데도 우리가 버티며 살아가는 이유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가 다소 신파적이라는 평가가 있다. 6.25 전쟁을 배경으로, 고아원 출신의 어린이합창단이 소재라면 피할 수 없는 이야기다. 아마 이런 평가까지 예상하고 연출했을 것이다. 전쟁 중 전쟁터에서 아이들이 너무 순수하게 표현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나는 다시 묻고 싶다. 그러기에 '아이들이 순수하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전쟁 중 가족을 잃었는데 어떻게 슬픈 것이 과한 것이고, 전쟁 중이면 모든 사람이 타락하는가? 그렇지 않다. 그것의 증거는 간단하다. 아직 인류가 지구 위에 살아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전쟁과 학살에도 살아남아 인류의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 있었다.

유명한 위인뿐만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단지 자신의 가족들과 자신 친구들의 행복을 생각했다.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외부는 고통, 전쟁 속에서 그 고뇌 안에서 생각의 생각을 파고들어, 눈앞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을 억울하게 잃고도 그것을 핑계 삼아 악마가 되지 않았다. 삶을 저버리지 않고 살아남아 그들이 당시에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실천했다. 전쟁 중에도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내가 지금 지구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각자의 가치관을 가지고 전쟁에 임하는 이들

그렇다고 전쟁을 가볍게 잊은 것은 아니다. 지금도 '전쟁'이라는 단어는 정치적으로 이용된다. 그 '전쟁'이라는 말 한마디면 전쟁을 직접 겪은 세대들은 전쟁 당시의 공포로 돌아간다. '전쟁'이 다시 일어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오늘 지금 이 시각까지도 우리는 '종전 선언'을 하지 못하고, 정전상태다. 해소하지 못한 많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우리는 그래서 한이 많은 민족인지 모른다.

이 영화에는 전쟁을 대하는 각각의 태도들이 나온다. 언제든 이 나라를 떠나기 위해 배에서 생활하는 부잣집 자제들부터, 반대로 멀리 유학을 가 있었음에도 전쟁터로 돌아온 사람. 나라를 지키려다 장애를 얻고, 생존을 위해 비리를 일삼은 퇴역군인. 똑같이 장애를 얻었지만, 직업군인이 되어 끝까지 나랏일을 하는 사람. 타인의 안전보다 출세를 위해 일 하는 사람. 그들은 그들의 가치관대로 전쟁을 극복해 간다.

이 영화의 착한 주인공들은 살아남은 것에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자신이 구하지 못한 가족을 그리워하며. 그러나 좌절하고만 있지도 않다. 나는 이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통하기를 바란다. '세상 사람들은 원래 이기적인 것이지', '인간은 원래 원초적 동물과 같아'라는 씁쓸함이 아니라, 서로를 위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그래도 우리는 이 힘겨운 세상에서 버티고 살아가는 이유를 생각하게 하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이 이야기를 많은 사람이 봐 주길 바란다.

 영화 <오빠 생각>의 포스터. 오는 21일 개봉한다.

영화 <오빠 생각>의 포스터. 오는 21일 개봉한다. ⓒ NEW



덧붙이는 글 어느 분이 한줄평으로 '사이 나쁜 오빠까지도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고 남겼다. 이 영화가 많은 분의 가슴 속에 오래 남기를 바란다.
오빠생각 이한 임시완 고아성 이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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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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