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시즌 '천재'와 '끝판왕' 같은 극찬을 쏟아내는 SBS <K팝스타>

매 시즌 '천재'와 '끝판왕' 같은 극찬을 쏟아내는 SBS ⓒ SBS


SBS <일요일이 좋다-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5>(아래 <K팝스타5>) 심사위원들의 극찬 릴레이(?)가 또 시작되는 모양이다. 지난 네 번의 시즌 동안 수많은 '천재'와 '끝판왕'을 만들어 온 세 명의 심사위원은, 올해도 어김없이 화려한 수식어를 동반하며 이번 시즌이야말로 '역대급' 시즌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6일 방영된 랭킹오디션에서도 3명의 심사위원은 서로 경쟁적으로 한 참가자에 대한 극찬을 쏟아내며 '천재론'에 불을 지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뉴욕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New York State of Mind)'라는 곡을 부른 유제이. 지난 1차 예선 당시에도 독특한 음색과 소울로 주목을 받은 유제이는, 이날 랭킹오디션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선보이며 단숨에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지난 시즌 우승자 케이티김을 연상시키는 그녀의 무대와 폭발력은 분명 예사 실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K팝스타>를 통해 배출된 수많은 '천재'들 가운데서 데뷔 후 안정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인원은 그리 많지 않다. 아직은 더 실력을 갈고닦아야 할 팀도 있고, 기성 가수들과 승부를 펼치기에는 배워야 할 게 더 많은 '미완의 천재'도 있다. 또, 그들 중 일부는 막상 생방송 경연이 시작되자 약점을 노출하거나 긴장감에 제 모습을 못 보여준 친구들도 있다. 한두 번의 무대만을 보고 "역대급" 운운하는 건 지나친 경솔함 아닐까.

심사위원의 극찬이 불편하게 다가오는 이유

 6일 방송에서 유제이의 무대를 보고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보낸 심사위원 박진영.

6일 방송에서 유제이의 무대를 보고 역대 최고라는 찬사를 보낸 심사위원 박진영. ⓒ SBS


유제이를 향한 이 날 심사위원들의 극찬 릴레이가 다소 과도하게 다가온 것 역시 마찬가지 이유다. 유제이 무대를 보고 난 뒤 박진영은 특유의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과장을 정말 안 하고 말하겠다, 지난 5년간 <K팝스타> 하면서 본 무대 중의 최고였다"고 평가했다. 어쩌면 내년 시즌에도 박진영은 "<K팝스타> 하면서 본 무대 중의 최고였다"란 평가를 하지 않을까. 그는 1년 전에도 그리고 2년 전에도 똑같은 평을 내놓은 바 있다.

유희열과 양현석의 평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희열은 "지금까지 노래 들었던 것 중에서 더할 나위 없었고, 최고의 무대였다"며 엄지를 추켜세웠다. 양현석은 "노래를 들으면서 등에서 찔끔찔끔 울컥울컥 했다, 전 세계 최고의 가창력을 지닌 가수인 휘트니 휴스턴도 15살에는 유제이만큼 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녀의 천재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어 3명의 심사위원은 "100점 만점에 100점 이상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한 느낌이다"며, 유제이를 향한 극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마치 누가 더 칭찬을 잘하는지 경쟁하는 것처럼, 이들은 미사여구를 총동원하여 유제이 띄우기에 나섰다. 마치 이번 시즌5의 히로인은 유제이로 정했다는 듯, 작심하고 칭찬하는 모양새다.

물론 유제이는 이번 시즌 참가자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친구 중 한 명이다. '듣는 귀'는 심사위원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다. TV를 통해 지켜보는 시청자도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정도는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특정 참가자를 향해 극찬을 쏟아내는 건 마치 천재 한 명을 만들어서 프로그램을 홍보하고자 하는 의도로 비친다. 과도한 칭찬은 불편함을 동반한다.

이들이 앞장서 극찬하는 대부분 참가자는 비슷한 상황에 부닥쳐 있다. 아직 나이가 어리고, 한국말에 서툴며, 무대 경험이 많지 않다.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는 일이다. 또, 한국 가요를 불렀을 때는 어떤 모습일지, 그리고 생방송이라는 긴장감을 어떻게 이겨낼지도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지금 당장은 유제이보다 실력이 뒤처져 보이는 친구가 반전의 무대를 선보일 수도 있다. 어떤 가능성도 있다. 이는 지난 5년간 <K팝스타>가 줄곧 보여준 모습이기도 하다.

굳이 심사위원들이 침을 튀겨가며 "역대급", "끝판왕", "종결자"와 같은 극찬을 쏟아내지 않아도 시청자 역시 누가 뛰어나고 실력자인지 판단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더 냉정하게 앞을 내다보는 그런 심사를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창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saintpcw.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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