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마이 리틀 텔레비전> 생방송에 출연한 정준하... 전반부의 '웃음소각꾼'은 후반부 '먹방'에도 불구하고 소통 부재로 난항을 겪었다.

지난 22일, <마이 리틀 텔레비전> 생방송에 출연한 정준하... 전반부의 '웃음소각꾼'은 후반부 '먹방'에도 불구하고 소통 부재로 난항을 겪었다. ⓒ MBC


박명수에 이어 <마이 리틀 텔레비전>(아래 <마리텔>)에 출연한 정준하에 대한 반응도 싸늘하게 식었다. 정준하는 <무한도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리텔>에 섭외될 당시, "내가 거기에 가서 무엇을 하겠느냐"며 부담감을 표한 바 있다. 하지만 오히려 정준하의 <마리텔>은 가장 기대되는 섭외 중 하나였다. 박명수의 <마리텔> 출연은 '웃음 사망꾼'이라는 별명만 얻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정준하의 <마리텔> 섭외는 그만큼 의외였기 때문이다.

<마리텔>은 현재 방영되는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젊은' 방송이라고 할 수 있다.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 전체의 문화라고 볼 수 없는 인터넷 방송을 공중파로 끌어들였다. 자막으로 표현되는 소위 '드립'도 젊은 층의 감성으로 편집된다. 방송 중 '노잼', '꿀잼', '핵노잼' 등의 단어가 채팅창에 난무하는 것 자체가 인터넷에 익숙지 않은, 혹은 인터넷 방송에 익숙지 않은 세대들의 문화는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인터넷 방송은 공중파 방송과는 상당한 괴리감이 있다. 일단 형식과 틀을 만든 후, 그 틀에 맞춘 진행을 해야 하는 공중파와는 달리, 인터넷은 즉각적인 소통을 전제로 한다. 그 틀에서 좀 더 자유롭다.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일명 'BJ'는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 파악하고 그 반응을 토대로 방송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불특정 다수에게 열려있는 TV와는 달리, 인터넷 방송은 시청층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그 제한된 시청층은 오히려 방송 콘텐츠의 범위를 넓힌다. 예를 들면 먹는 방송이라는 뜻인 '먹방'은 공중파로 넘어오기엔 너무 빈약한 콘텐츠다. 그러나 음식을 쌓아놓고 먹기만 하는 BJ들의 방송은 가장 인기가 높은 콘텐츠 중 하나다. 게임을 중계하거나 본인이 하는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송이 가능한 것 역시 '인터넷'이라는 공간적인 특징 때문이다. 애초에 특정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 접속하기 때문에, 오히려 콘텐츠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게 인터넷 방송의 매력이다.

인터넷 방송의 특성 파악하지 못한 정준하, 끼 못 살렸다

 지난 21일에 방영된 <무한도전> 화면 갈무리. 정준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팀의 500만 원 기습 입찰로 인해 <마리텔> 출연이 확정됐다.

지난 21일에 방영된 <무한도전> 화면 갈무리. 정준하는 <마이 리틀 텔레비전> 팀의 500만 원 기습 입찰로 인해 <마리텔> 출연이 확정됐다. ⓒ MBC


정준하의 패착은 이런 인터넷 방송의 특성을 파악하지 못한 데서 시작한다. 그가 들고나온 콘텐츠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 인터넷 방송은 무얼 하든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하는 게 중요하다. 남들이 볼 때는 이해 할 수 없는 콘텐츠도 어떤 이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콘텐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누리꾼의 관심사를 공략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방법이다.

이미 <무도>로 한 차례 화제가 되었기는 하지만, 굳이 인터넷에 접속해 정준하를 지켜보려 찾아간 누리꾼들은, 이미 인터넷 콘텐츠에 익숙한 시청층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정준하가 잘하는 콘텐츠였다. 이제까지 <마리텔>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사람들도 김구라 같은 예능인보다는 백종원, 이은결, 차홍, 이말년 등 자신의 전문 분야가 있는 사람들이었다. 이말년이 "이 방송을 대체 왜 보는 거냐"고 신기해하며 던진 한마디는, 인터넷 방송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예이다.

그러나 정준하는 방송 말미, 먹으라고 <무한도전> 멤버들이 보내준 자장면마저 굳이 먹지 않고 면발을 자신의 얼굴에 던지는 등 잘못된 방식으로 인터넷 방송에 접근했다. 그 접근 자체가 인터넷 방송에 익숙지 않은 정준하의 연구 부족에서 온다.

그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 부재였다. 인터넷 방송은 누리꾼이라는 관중 앞에서 진행되는 생방송인 만큼, 무엇보다 던지고 받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미 정준하의 <마리텔> 출연은 <무한도전>이라는 방송을 타고 화제가 된 터였다. 그 화제성은 방송망 서버다운 이라는 관심으로 증명됐다. 그러나 정준하는 자신이 준비해 온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정준하의 고집은 대중을 만족하게 할 수 없었다.

그의 가장 큰 문제점은 대중이 원하지 않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데 있다. (재미가 없다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인터넷 방송에 참가한 누리꾼들이 보길 원하는 것은 좀 더 누리꾼들과 가까이 호흡하며, 방송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정준하는 자신이 준비해온 틀에 누리꾼이 맞출 것을 요구했다. 옆에 앉은 서유리의 서포트에 정색을 하거나 네티즌들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듯한 태도는 그의 결정적인 실수였다.

애초에 내키지 않은 출연을 결정해야 했던 정준하의 처지도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이 잘 모르는 영역에 서야 했던 정준하의 부담감도 분명 상당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 부담감을 십분 고려하더라도, 정준하를 향한 비난의 화살을 막을 수는 없다. 재미가 없었다는 그 자체 보다, 그의 '태도' 탓이다. 정준하는 이번 <마리텔>의 출연을 통해 그가 단순히 익숙지 않은 분야에서 헤맸다는 것 이상의 반성이 필요하다. 자신이 받은 비난이 억울할지언정, 그 비난을 타산지석 삼아서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 게 연예인의 숙명이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우동균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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