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사제들>의 포스터

영화 <검은 사제들>의 포스터 ⓒ (주)영화사 집


영화 <검은 사제들>의 김신부(김윤석 분)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의문의 증상을 보이고 있는 소녀(박소담 분)의 몸에 악령이 깃들어 있다고 판단합니다. 김신부는 가톨릭교의 전통적인 엑소시즘인 구마 의식을 통해 소녀를 구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 자신의 구마 의식을 도울 부사제를 찾게 됩니다. 김신부의 구마 의식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가톨릭계는 신학도 최부제(강동원 분)에게 김신부를 돕는 한편 감시하라는 명을 내립니다.

<검은 사제들>은 배우들의 연기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특히 악령이 깃든 소녀로 분한 박소담의 연기가 강렬합니다. 구마 과정에서 4개 국어를 번갈아 말하며 김신부와 최부제에게 저주의 말을 내뱉는 장면은 말 그대로 신들린 것처럼 보입니다. 실감나는 특수 효과와 함께 배우가 자신의 역량을 있는 힘껏 쏟아낸 것이 주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에서 종횡무진 활약할 신예를 발견하게 되는 아주 특별한 순간입니다.

강동원의 경우,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사제복 차림이 화제가 된 바가 있습니다. 사제복을 입은 그의 모습은 키는 훌쩍 컸지만 얼굴은 여전히 해사하고 호기심 많은 소년의 그것입니다. 엄숙한 사제복으로 숨겨 둔 소년의 내면에는 어린 시절 동생을 개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트라우마와 죄책감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강동원은 그 악몽에 몸서리치다가도 용기를 내어 저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줍니다.

김윤석은 악령에 사로잡힌 무고한 소녀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김신부를 연기합니다. 악령이 깃든 소녀와 내면의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는 부사제 사이에서 무게중심을 단단히 잡습니다. 한편 최부제와 티격태격하는 연기는 긴장감 넘치는 극의 흐름에 관객들이 숨 돌릴 틈을 줍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코미디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세 배우들의 연기 호흡도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극의 장치는 다소 상투적입니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이 인물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게 그것입니다. 극에서 반복되어 나오는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은 꺼림칙한 면이 있습니다. 극의 후반부에 나오는 영화의 반전은 이에 대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검은 사제들>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작품입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입니다. 또한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의 호기심을 이끌어내며 관객의 기대를 쉽사리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오컬트 소재를 충실하고 진지하게 다룸으로써 장르 영화로서의 성취도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하상미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aprilmono.blog.me)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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