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포미닛의 전지윤이 자기소개 랩을 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의 출연자의 트루디가 전지윤의 랩을 "타령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포미닛의 전지윤이 자기소개 랩을 하고 있다. 같은 프로그램의 출연자의 트루디가 전지윤의 랩을 "타령 같다"고 비판하고 있다. ⓒ Mnet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정말 상상치도 못한 미숙한 랩 실력이었다. 전지윤의 이야기다. 아이돌 그룹 포미닛에서 보컬을 담당하던 전지윤이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에 출연했다. 중간투입이란 출연의 방식도 뜻밖이었지만 자기소개시간에 선보인 랩도 수준 이하였다. 당시 전지윤의 랩 스타일은 일명 '타령랩'으로 불리며 많은 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다. "사람들은 현아만 좋아해", "어차피 우승은 내가! 내가! 해!" 등의 가사도 큰 웃음을 샀다.

전지윤은 출연자들 중 최 하위권이었다. 처음부터 당연히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사진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미움을 받는 위치도 아니었다. 귀여운 외모 덕도 있었겠지만 전지윤만이 발산하는 분위기가 사람들을 기분좋게 만들었다. 일종의 감초로써 전지윤은 프로그램에 빠르게 적응해갔다. 여러 번 탈락의 위기도 맞았지만 랩 실력 또한 계속해서 성장해갔다.

전지윤만의 매력

랩 실력뿐 아니라 그녀의 인터뷰도 매번 화제가 되었다. '전지윤 어록'이 등장할 정도로 그의 솔직하고 재밌는 말투는 많은 인기를 끌었다. 네티즌들이 가장 좋아했던 말은 일명 '그녀 드립'. 전지윤이 프로그램에서 같은 팀이었던 엑시에 대해 "엑시 그녀 오늘 너무 잘했다. 그녀 오늘 해냈다"라고 한 데서 시작됐는데, 사실 특이한 화법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전지윤의 독특한 캐릭터와 어우러져 의외의 웃음을 선사했다.

이후 '지푸라기랩' '콩 심은 데 콩 나는 랩' 등 숱한 화제와 유행어를 뿌리며 프로그램 애청자들로부터 '그녀', '콩심이'로의 존재감을 부각시켜갔다. 물론 전지윤은 자신이 희화화되고 있는 상황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던 듯하다. "지금 심장이 울고 있어요"라며 랩 대결에서 패배한 후의 아픈 마음을 다소 시적으로 표현하는가 하면, "오늘은 타령 안 하고 랩 할게요"라며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있어서는 애석하게도) 이마저도 큰 웃음을 안겨주며 '콩심이' 래퍼 전지윤은 어느새 '무슨 말을 해도 웃기는' 경지에 오르며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출연자 중 한명으로 등극했다.

'그녀'의 반전 무대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엑시 그녀 너무 잘했다. 그녀 오늘 해냈다!"

▲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엑시 그녀 너무 잘했다. 그녀 오늘 해냈다!" ⓒ Mnet


그리고 그녀, 드디어 실력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아이돌 그룹 원더걸스의 래퍼 유빈과의 합동 무대에서였다. 전지윤을 놀림거리로 만든 랩 구절 중 하나인 '내가! 내가! 해!'를 훅으로 활용한 유빈과의 무대로 전체 순위 1위에 오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을 자원 삼아 자신의 매력을 뽐낸 전지윤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당시 많은 팬들이 "그녀 해냈다"라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지난 6일 방영된 세미파이널 무대에서 전지윤은 가장 그녀다운 가사를 들고 나와 짧은 기간 동안 일취월장한 실력을 마음껏 뽐냈다. 전지윤은 "악플은 신경 안 쓴다"라며 "모든 사람들한테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말고 나처럼 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라고 했다.

'바, 바, 바꾸지 마 / 바, 바, 바꾸지 마 / 남의 시선 때문에 네 자신을 바꾸지 마… 난 내 자신을 인정해/ 그게 가장 큰 무기 / 넌 너다울 때 가장 예뻐 / 그게 진짜 큰 무기' 

가사의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됐다. 지금의 나로서 이미 충분하다는 것. 누군가를 따라하려 할 필요가 없다는 것. 무엇을 하든 당신은 옳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게 세상이란 서바이벌 무대에서 가장 큰 무기를 지닌 거라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한 통찰 같지만 비교와 경쟁으로 얼룩진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전해지는 치유의 울림은 생각보다 컸다. 무대 자체도 흥이 넘치고 신났다. '바, 바, 바꾸지 마'란 훅의 반복도 인상적이었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비투비의 래퍼 정일훈과의 호흡도 훌륭했다. 한마디로 전지윤만이 해낼 수 있는 훈훈한 무대였다.

좋은 공연을 선보였지만 경쟁자였던 키디비에게 100표차 이상의 압도적인 표 차이로 패배해 결국 파이널 무대에는 오르는 데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랩 가사처럼 본인을 바꾸려하거나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대는 충분히 훌륭했다. 어차피 남의 시선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그녀 스스로 말했잖은가. 그녀 오늘 잘 해냈다. 아니, 그녀는 프로그램 중간에 투입되어 '내가! 내가! 해!'란 자기소개 랩을 쏟을 때부터 '바, 바. 바꾸지 마'라는 마지막 공연을 한 순간까지 내내 너무 잘했다.

고맙다 콩심이!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유빈과 함께 선보인 무대에서 1위에 오른 전지윤

▲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유빈과 함께 선보인 무대에서 1위에 오른 전지윤 ⓒ Mnet


인신공격 등의 디스가 난무하는 랩 서바이벌에서 그녀는 과도하게 팽창된 긴장감을 부드럽게 마사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시즌1의 제시나 시즌2의 예지같은 센 캐릭터와는 정반대의 매력을 어필하는 것으로도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음을 입증했다.

꼭 카리스마로 기선 제압을 하지 않아도, 흑인처럼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비트에 실어 상쾌하게 전달할 수 있음을 그녀는 보여줬다. 전지윤은 랩 실력을 끌어올리려 부단히 노력하되 자신이 가진 기본적인 자세는 결코 바꾸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도 안 하고 TV도 아예 안 본다"라며 시원하게 웃어 넘겼다.

세미파이널 무대를 담은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9회분이 종영한 시간에 그녀는 자신의 SNS 계정에 다음과 같은 유쾌한 글을 남겼다.

"그동안 저의 무대를 좋게 봐주신 모든 시청자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 파이널 무대까지 재밌게 보세요! 그리고 세미무대 때 도와준 정일훈 군은 바쁜 활동 중에도 자기 일처럼 도와준 멋진 친구입니다. 그 녀석 오늘 참 잘했다. 전 콩 심으러 가야 해서. 빠이"

마지막까지 '멋진 친구'는 아무래도 그녀인 듯. 전지윤의 랩 가사와 인터뷰 중 일부를 그녀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고맙다 대인배! 그녀 너무 잘했다!'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전지윤의 세미 파이널 무대.

▲ Mnet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 방송 장면 캡쳐 화면 전지윤의 세미 파이널 무대. ⓒ 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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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노무사. 반려견 '라떼' 아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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