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로-아마 최강전에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두 출전할 전망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오는 15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리는 최강전에서 양동근(모비스), 김선형(SK), 김종규(LG), 이종현·문성곤(고려대), 최준용(연세대)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이번 대회에 참가시키기로 했다.

대회 흥행을 위한 결정이었다. 애초에 대표팀은 오는 9월 아시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진천선수촌에 소집돼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이번 최강전에서는 국가대표팀 소속된 선수들은 불참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모두 프로와 대학 무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들이다. 만일 이들이 모두 빠지게 되면 2년 만에 개최되는 프로-아마 최강전의 흥미가 아무래도 반감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훈련할 시간도 부족한 대표팀 선수들을 굳이 최강전에 차출하는 것이 최선인지 의문이다.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코앞인데... 대표팀 차출 최선인가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에 김동광 전 삼성 감독 김동광(62) 프로농구 전 서울 삼성 감독이 남자농구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농구협회는 29일 "제2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김동광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3년 3월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2차전 경기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김동광 삼성 감독.

▲ 남자농구 국가대표 사령탑에 김동광 전 삼성 감독 김동광(62) 프로농구 전 서울 삼성 감독이 남자농구 국가대표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농구협회는 지난 6월 29일 "제28회 아시아선수권대회에 대비하기 위해 김동광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에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2013년 3월 25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인천 전자랜드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2차전 경기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김동광 삼성 감독. ⓒ 연합뉴스


농구대표팀의 현재 상황은 그리 한가롭지 않다. 사실상 출발부터 꼬였다. 기본적인 사령탑 선임조차 표류하다가 겨우 김동광 감독에게 지휘봉이 돌아가며 한숨을 돌린 게 지난 6월 29일이었다. 대표팀이 처음으로 소집된 것은 7월 중순이 되어서였다. 그나마도 소집 이후에도 재활이 필요한 부상 선수가 많았고, 심지어 아마추어 선수들은 소속팀에서 대학농구대회 일정을 마치고 뒤늦게 합류하느라 제대로 된 전체 팀 훈련을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아시아 경쟁국들의 준비 상황과 비교하면 뒤처져도 벌써 한참 뒤처졌다.

다른 국가들처럼 해외 전지훈련이니 전력분석이니 대표팀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여력은 없더라도, 최소한 대표선수들이 오직 대표팀에만 집중하기에도 하루하루가 아까운 시간이다. 물론 최대한 대표팀 훈련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최강전에 참여하는 선수들도 경기만 출전하고 경기 후에는 바로 대표팀으로 복귀시키겠다는 방안이지만, 아무래도 선수들에게 돌아갈 부담감은 클 수밖에 없다.

만일 최강전에서 자칫 부상선수라도 발생한다면? 아시아선수권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표팀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그렇다고 몸을 사리거나 설렁설렁 뛰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고 욕먹을 게 자명하다. 이래저래 선수들만 난처한 상황이다.

최강전의 가치를 헐뜯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일에는 우선순위가 있는 법이다. 이번 아시아선수권 대회 기간은 올해부터 앞당겨진 프로농구 정규리그 초반 일정과 겹친다. 이처럼 프로 리그도 일정한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이벤트 경기에 가까운 프로-아마 최강전을 위하여 무리수를 둘 필요가 있었을까.

올림픽 티켓 걸려 있는 선수권, 선택과 집중 절실하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는 리우올림픽 티켓이 걸려있다. 한국 농구는 1990년대 이후 아시아선수권 우승과 올림픽 본선진출에 계속 실패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이 거둔 호성적에서 보듯, 국제대회에서의 경쟁력이 국내 리그보다 한국농구의 흥행이나 화제성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 게 사실이다. 가뜩이나 최근 승부조작 파문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대표팀의 국제대회 선전은 한국농구의 실추된 이미지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러나 대표팀의 선수층은 얇고 지원은 열악하다. 굳이 선택과 집중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상황이라면, 지금 당장 최강전과 아시아선수권 중 무엇이 더 중요한 대회인지는 자명하다.
사실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대한 기대는 회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하고 있다. 냉정히 말해 우승은커녕 망신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불과 1년 전 홈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정상에 올랐던 팀에 대한 기대치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해서 최선도 다하지 않는 것은 이야기가 다르다. 팬들의 걱정과는 달리, 대표팀에 대한 지원이나 농구계의 분위기는 정작 강 건너 남의 집 불구경하듯 너무 안이해 보인다. 냉정히 말해 농구계에서 이번 아시아선수권에 대한 의지나 절박함 자체가 처음부터 별로 없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경쟁 종목인 남자 배구는 최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제18회 아시아 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 7위에 머물며 내년 리우 올림픽 본선 진출이 좌절되는 '테헤란 참사'를 겪었다. 한국 남자배구는 2000 시드니 올림픽 이후 4개 대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어쩐지 남의 일 같지 않게 친근한(?) 데자뷔는 우연이 아니다. 올림픽 본선이나 아시아선수권 정상에서 멀어진 지 한참 된 것은 한국 남자농구도 마찬가지다. 특히 2006년 '도하 참사'나 2009년 '톈진 참사' 등의 추억은 그리 오래된 과거도 아니었다. 2015년 현재 농구대표팀을 둘러싼 환경이 과연 그때보다 낫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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