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양 팀 간의 올 시즌 8차전 경기는 모처럼 명품투수전의 묘미를 선보였다. 경기에서는 두산이 2회 초 홍성흔의 적시타와 6회 초 터진 로메로의 결승 투런포로 두산이 3-0으로 승리했다. 스코어나 양팀이 5안타 1사사구에 그쳤다는 것이 말해주듯 이날 경기는 모처럼 '투수전'이었다.

연일 찜통같은 무더위 속에 이제는 한 주 3연전 두 번이 아닌 2연전 세 번의 체제로 개편된 첫날, 설상사상으로 우천으로 밀린 일정의 빠른 소화를 위해 다음주부터는 월요일 경기까지 치르겠다고 발표가 난 상황에서 이날의 투수전은 그야말로 긴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와도 같은 경기였다.

과연 무엇이 이날의 투수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을까?

 두산과 롯데 선수들이 경기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산과 롯데 선수들이 경기전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서민석


'느리게, 더 느리게'로 롯데 타선을 농락한 유희관

이날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유희관이었다. 비록 많은 109개라는 투구수 때문에 아쉽게 완봉승은 거두지 못했지만, 8회까지 보여준 그의 투구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1회 찾아온 위기가 유희관을 각성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1회 2사 1루에서 4번 아두치의 좌중간을 가르는 안타 때 홈으로 들어 오던 1루 주자 정훈이 중견수 민병헌의 빨랫줄 송구를 받아 홈에서 기다리고 있던 포수 양의지에게 아웃되면서 유희관은 위기를 넘기는데 성공했다.

다소 어수선했던 1회 초를 무실점으로 넘기자 이후 유희관의 투구는 한마디로 거침이 없었다. 특히 이날은 투심과 체인지업은 기본이고, 오히려 직구와 변화구 속도의 편차와 빠른 인터벌로 투구하면서 롯데 타자들과의 수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유희관이라고 하면 '느린 공'을 대비하고 타석에 들어서기 마련이지만, 유희관은 이를 역이용해 그 느림 속에서도 속도차를 둔 것이었다. 그 다양함은 느림을 더 날카롭게 한 최고의 무기가 된 셈이었다.

 유희관이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유희관이 투구를 마치고 내려오고 있다. ⓒ 서민석


역투를 펼치고도 아쉽게 패한 린드블럼

유희관이 느림이라는 무기를 앞세워 롯데 타자들의 타이밍을 농락하는 기교파 투수의 피칭을 선보였다면, 린드블럼은 외국인 에이스다운 파워피칭으로 두산 타자를 상대했다.

그러나 유희관과는 반대로 타자들이 선취득점에 1회말 실패하면서 2회 초 곧바로 2사 2루에서 홍성흔에게 좌전안타로 실점한 장면은 두고두고 이날 아쉬운 장면이었다. 이후 힘 있는 직구를 앞세운 린드블럼의 투구에 두산 타자들의 방망이는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지만, 그 사이 유희관의 피칭 역시 너무 빛났기 때문이다. 결국 린드블럼은 6회 초 1사후 김현수에게 볼넷을 내준 이후 로메로에게 불의의 투런 홈런을 내주면서 3점째를 내줬다.

로메로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린드블럼은 8이닝 3실점 11삼전 1사사구라는 준수한 기록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그가 손에 받아든 성적표는 패전이었다.

 울산문수구장의 전경

울산문수구장의 전경 ⓒ 서민석


공격적인 투수들이 보여준 투수전 

비록 이날 두 투수의 승패는 갈렸지만, 적어도 투구 내용만 놓고보면, 승자도 패자가 없었다. 두 투수의 투구 스타일이 전혀 달라서 더욱더 투수전이 돋보일 수 밖에 없었다. 린드블럼의 다이나믹한 파워피칭도 인상적이었지만, 정말 자로 잰듯한 유희관의 투구는 모처럼 투수전의 묘미를 제대로 팬들에게 선사했다.

이날 9회를 마친 시간은 오후 8시 57분, 세 시간도 걸리지 않은 그야말로 빠른 승부였다. 그 원동력은 이날 선발 투수들의 '공격적인'투구였다. 무더위에 펼쳐지는 요즘 야구에 야수들이나 팬에게 이러한 투수전만큼 좋은 약이 또 어디 있을까?

 9회말에 접어든 전광판

9회말에 접어든 전광판 ⓒ 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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