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이 오는 10일 오전 8시(한국 시각)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2015 캐나다 여자 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을 벌인다.

12년 만에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한국(FIFA랭킹 18위)은 공교롭게도 지난 2003년 대회 1차전에서 맞붙었던 브라질(FIFA랭킹 7위)과 또 다시 첫 대결을 펼치게 됐다. 역대 전적 3전 1승 2패로 열세에 있는 한국은 지난 2003년 9월 21일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월드컵에서 0-3으로 완패한 기억이 있다.

바당 감독이 이끄는 브라질은 월드컵 지역예선으로 열린 2014 코파 아메리카 페메니나 대회에서 남미 1위로 본선 진출했다.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에콰도르와의 최종 예선전에서 2승 1무(10골 무실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선보였다. 선수 개개인의 뛰어난 테크닉과 체력은 물론, 바당 감독의 지휘 아래 전방위적 압박 전술까지 더한 브라질은 역대 최강의 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축구 천재' 리오넬 메시를 연상케하는 드리블과 결정력으로 '지메시'라 불리는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과 182cm의 신장을 갖춘 박은선(29, 로시얀카)의 '빅 앤드 스몰' 공격 조합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공격수 여민지, 중앙 수비수 신담영이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낙마한 점은 아쉽지만, 베테랑 골키퍼 김정미(30, 인천 현대제철)를 비롯해 수비수 심서연(26, 이천대교), 미드필더 이소담(21, 대전 스포츠토토) 등이 버티고 있는 한국 대표팀은 신-구 조화가 잘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월드컵 8강을 목표하고 있는 윤덕여 감독은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상대가 좋은 전력을 갖췄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며 "한국에서 성원을 보낼 많은 팬에게 기쁨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지소연이냐 마르타냐... 한국-브라질 득점포 대결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이 1-0으로 승리, 지소연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4.5

지난 4월 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여자축구국가대표 친선경기 한국과 러시아의 경기에서 한국이 1-0으로 승리, 지소연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15.4.5 ⓒ 연합뉴스


캐나다 월드컵 E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맞붙는 한국과 브라질엔 나란히 '에이스 공격수'가 있다. 한국-브라질 전의 승패는 이들의 발끝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지소연(24, 첼시 레이디스)은 한국이 자랑하는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공격수다. 지난해 1월 한국 여자 선수로는 최초로 일본 고베 아이낙에서 영국 첼시 레이디스로 이적한 지소연은 데뷔 시즌 19경기에 출전해 9골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적응했고, 올 시즌에도 맹활약을 이어가며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PFA(영국프로축구선수협회)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맛봤다.

지소연은 윤덕여 호에서도 결정력이 가장 뛰어난 공격수로 꼽힌다. 2012년 12월 윤덕여 호 출범 이후 17골로 팀 내 최다 득점자에 올라있는 그녀는 지난달 31일 '세계 최강' 미국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도 날렵한 움직임으로 한국 공격의 활력소 역할을 했다.

지난 2006년 남녀를 통틀어 최연소인 15세의 나이에 국가 대표팀에 데뷔한 지소연은 현재 A매치에서 38골(75경기)을 기록 중이다. 지소연의 '한방'이 수비가 좋은 브라질을 상대할 한국의 결정적 무기로 분석되는 이유다.

지소연은 "브라질이 강팀이지만 우리에게도 찬스는 올 것"이라며 "승리를 못할 이유가 없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편 브라질은 내일 한국과의 경기에 마르타(30, 티레소FF)를 공격 선봉에 세운다. FIFA 올해의 선수 5회 수상, 여자 월드컵 최다 득점(14골)에 빛나는 마르타는 '여자 펠레'로 불리는 전설적인 공격수다.  

A매치 92경기 출전해 91골의 경이적인 기록도 함께 갖고 있는 마르타는 월드컵 첫 경기를 앞두고 "우리 팬과 선수들 모두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며 "내일 한국과의 경기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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