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나의 앨리스: 살인사건>

영화 <하나의 앨리스: 살인사건> ⓒ CJ E&M 투니버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 <하나와 앨리스>는 2004년도 작품입니다. 올해 개봉한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 10년만에 나온 프리퀄입니다. 감독은 원작의 두 주연배우 아오이 유우와 스즈키 안을 다시 한 번 기용하고 싶었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접어든 배우들이 중학생을 연기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그 결과, 속편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고 두 주연배우들은 성우로서 작품에 참여했습니다.

속편은 하나와 앨리스의 중학생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나가 다니고 있던 중학교로 앨리스가 전학을 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앨리스는 새로운 학교에서 영문도 모른 채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데 이는 학급에서 떠돌고 있던 유다 살인 사건이라는 소문에서 비롯한 것이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앨리스는 옆집에 사는 히키코모리 소녀 하나를 찾아갑니다. 하나가 미스터리를 푸는 실마리를 가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지요. 이를 계기로 하나와 앨리스는 살인사건의 진실을 함께 밝히기 시작합니다.

<하나와 앨리스: 살인사건은>은 잘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입니다. 실사 촬영한 화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로토스코핑 기법 덕분에 등장인물들은 생생하기 그지없는 움직임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하나와 앨리스>를 재미있게 본 관객의 입장에서 애니메이션은 역시 백퍼센트 만족하기 어려운 선택지입니다. 실사 영화였다면 배우들의 개성 있는 연기를 볼 수 있었을 뿐만이 아니라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장기인 아름다운 빛의 사용도 보다 효과적으로 전달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 특유의 장점도 있습니다. 특히 14살 소녀들의 순진무구하고도 애틋한 마음이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에 잘 녹아듭니다. 또한 이루어지지 않는 짝사랑과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 본편과 공유하고 있는 소재와 감성은 관객이 속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돕습니다.

본편에서는 알 수 없었던 등장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가는 재미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소녀들간의 우정이 싹트는 모습을 시리즈 특유의 느긋한 템포로 그려낸 것이 좋습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만남을 통해 소녀들이 한 뼘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감동적입니다. 본편만큼이나 사랑스러운 속편의 탄생입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10년동안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또한, 속편만 보고 아직 본편을 보지 못한 관객들이 몹시 부러워집니다. 이 시리즈를 세월의 간격 없이 연이어 볼 수 있다는 건 분명 큰 행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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