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일단 반갑다. 5월의 첫날부터 고속도로나 공항에 사람들이 북적이는 걸 보니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 아니지 싶다. 5월엔 노동자의 날이 있고, 어린이날이 머지않았으며, 석가탄신일이 기다리고 있다. 더구나 올해엔 이들 모두가 주중에 포진되어 있다. 이 얼마나 좋은 달인가!

'지극히 주관적인' 5월의 기대작들을 추려봤다. 뭔가 객관적인 정보나 수치를 기대했다면실망할 수도 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감독 조지 밀러), <위아영>(감독 노아 바움백), <모두의 천사 가디>(감독 아민 도라), <산다>(감독 박정범)가 그 주인공이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스타일리쉬함의 끝을 보여줄 것인가?

 영화 <매드맥스> 포스터

영화 <매드맥스> 포스터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조지 밀러' 하면 무엇보다 장르를 넘나드는 스타일리쉬함이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속도감 있는 액션 장르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14일 개봉 예정인 <매드맥스>에 기대를 거는 까닭은 이 때문이다.

기대는 예고편을 본 뒤로 한층 더 커졌다. 짧은 영상 몇 편이 전부였지만, 인물 설정, 외양, 의상, 배경뿐만 아니라, 카메라의 움직임, 굉장한 속도감 등 영화 팬을 설레게 할 요소들로 꽉 들어차 있었다.

- 끝내주는 속도감을 선사할 수 있을까?

'분노의 도로'라는 부제와, 예고편의 상당수가 도로 위에서의 추격씬이라는 점으로 미뤄 봤을 때, <매드맥스>의 성패는 '속도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속도감이라는 게 단순히 빠르다고 해서 장땡은 아니라는 데에 있다. 중요한 것은 속도의 완급조절이다. <매드맥스>는 과연 유려한 리듬으로 최상의 속도감을 구현해낼 수 있을까.

- 캐릭터들은 얼마나 압도적일 것인가?

<매드맥스>는 핵전쟁 이후의 22세기를 다룬다. 말하자면 판타지인 셈이다. 판타지는 그 세계에 대한 철저한 정초 작업이 필수적이다. 즉,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런데 <매드맥스>의 세계는 그다지 엄정하게 구성되어 있는 것 같진 않다. 오히려 그 세계 혹은 상황에 대한 설명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각 인물들의 대응 방식이 영화 서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매드맥스>에서 불가피하게 중요해지는 요소는 캐릭터다. 이미 '주어진' 세계의 불친절함을 메우기 위해서 강렬한 캐릭터가 필요하다. 예고편만으로도 충분히 개성적이고 압도적인 캐릭터를 암시하고 있었다. 과연 영화에서는 캐릭터들이 어떻게 구축되어 있을지 기대된다.

<위아영> - 노아 바움백과 벤 스틸러의 조합이란?

 영화 <위아영> 포스터

영화 <위아영> 포스터 ⓒ ㈜젠프로덕션

사실 개인적으로는 14일 개봉하는 <위아영>에서 매력을 느낄만한 요소들이 별로 없다. 노아 바움백의 전작 <프란시스 하>(2012)를 꽤 인상 깊게 보긴 했으나, 또 그렇게까지 감명 깊진 않았다.

벤 스틸러는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나,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2013) 등을 통해 많이 접했지만, 그건 벤 스틸러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그저 종종 킬링타임용(별 생각 없이 볼 만한) 영화를 보고 싶어졌고, 그때마다 그 곳에 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서사도 마찬가지다. "당신에게 젊음이란, 현재진행형? 과거완료형?" 영화의 카피인데, 이건 그냥 자기계발 서적 홍보 문구로 써도 딱 들어맞지 않은가. 내용을 한 마디로 줄이면, 청춘을 잃어버린 이들이 청춘을 되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아마) 사랑이다. 영화를 보지 않아도 어떻게 서사가 전개될지 눈에 선하다.

- 언밸런스를 한 번 믿어보자!

그럼에도 이 영화에 기대를 거는 이유는, 노아 바움백(엄밀히는 <프랜시스 하>)과 벤 스틸러 사이의 거리감 때문이다.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프랜시스 하>에서 벤 스틸러를, 벤 스틸러에서 <프랜시스 하>를 연상은커녕 상상할 수도 없다. 그 까닭에 이 둘 사이의 언밸런스함이 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형상화될지가 궁금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긋남의 연속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기묘한 방식으로 둘의 접점이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영화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거기서 오는 쾌감이야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모두의 천사 가디> vs. <산다> - 숨겨지거나 파헤쳐지거나

 영화 <모두의 천사 가디>와 <산다>의 포스터

영화 <모두의 천사 가디>와 <산다>의 포스터 ⓒ 브릿지웍스 엔터테인먼트㈜, 리틀빅픽쳐스


각각 7일과 21일에 개봉 예정인 <모두의 천사 가디>(이하<가디>)와 <산다>는 한데 묶어 다뤄야겠다. 모두 비극에서 출발하지만 서사의 진행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에서 비극은 환상 속에 철저하게 숨겨지며, 후자에서 비극은 집요하게 파헤쳐진다. 그런 의미에서 두 영화 모두 리얼리즘으로부터 출발하나, 실제로 리얼리즘과는 다른 쪽을 향하고 있다.

- 어떠한 접근이 더 효과적일까?

비극적 현실에서 <가디>는 환상을 향하고, <산다>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그래서 비현실적인) 현실에 천착한다. 이 영화들을 통해 둘 중 어떤 방식이 효과적으로 '현실'을 재현해낼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다. '효과적'이라는 말은 다양한 의미를 함축하겠지만, 여기서는 관객들에게 비극적 현실을 전달할 때의 충실도나 충격도(혹은 감정적 울림)의 정도를 의미한다.

얼핏 보면 <산다>가 훨씬 효과적이리라 짐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산다>는 분명 비극적인 현실을 더욱 더 비극적으로 묘사함으로써, 관객은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끔찍하다고 곧 효과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아프리카 등지에서 내전 등으로 죽은 이들을 담은 사진작가 살가두의 끔찍한 사진들을 봤을 때 그 충격이야 엄청나겠지만, 그만큼 참상을 외면하고 피하고자 하는 욕구도 클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반대로 <가디>는 단지 환상으로 비극적 현실을 아슬아슬 치장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소위 이 '환상의 기만술'이 효과적이지 않으리란 법도 없지 않을까.확실히 <산다>보다 <가디>를 본 관객들은 감동 혹은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에둘루서라도 비극적 현실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 않을까. 

참 난감한 문제다. 마음속으로 둘 중 하나의 방식을 미리 택해놓은 뒤, 영화를 보면서 직접 그 효과를 체감하는 것도 재미있는 관람의 한 방법이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벼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byulnight.tistory.com/204)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매드맥스 위아영 모두의 천사 가디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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