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을 맞은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

10주년을 맞은 MBC <무한도전>의 멤버들. ⓒ MBC


연극의 3대 요소가 있다. 배우와 관객, 그리고 무대(또는 희곡)가 그것이다. 이 3대 요소를 예능으로 가져오면 어떨까? 배우는 출연진이 되고, 관객은 시청자가 되며, 무대(또는 희곡)는 제작진이 될 것 같다. 연극의 3대 요소가 잘 어우러질 때 명작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예능 또한 이 세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질 때 이른바 '명품 예능'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예능의 세 가지 요소 중에 일반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출연진이다. 이들은 방송의 중심이며, 시청자를 방송으로 끌어들이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한다. 그래서 방송사에서는 어떻게든 인기 있는 스타를 캐스팅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출연진은 시청자와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으면서 제작진의 의도를 실제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예능의 꽃과도 같다.

그런 점에서 MBC <무한도전>의 출연진은 지금의 한국 예능을 대표하는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국민 MC' 유재석에 대해서는 더 설명할 필요도 없고, 유재석과 짝을 이뤄서 큰 활약을 보였고 이후에는 여러 개인 작품까지 선보이면서 결국 대상까지 거머쥔 박명수도 그 저력이 대단하다. 심지어 그는 뮤지션으로서도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정형돈은 '케이블의 유재석'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진행자로서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했으며, 정준하 역시 드라마·뮤지컬 등에서 꾸준히 자기 영역을 넓히는 동시에 '식신'이라는 확실한 캐릭터를 지니고 있는 연예인이다.

하하는 제작진의 의도를 가장 잘 파악하고 방송 내에서 필요한 액션을 만들어내는 데 훌륭한 역량을 보이며, 아시아 최고 인기 예능 중 하나라는 SBS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의 한 축으로서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음악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방면으로 활동 하는 만능 재주꾼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들은 다른 영역이나 방송에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무한도전>을 제일 우선시하고 있다. 그 덕분에 방송되지 않는 동안에도 이들은 함께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장기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제작진에게 있어서는 매우 성실하고 충실한 배우들인 것이다.

시청자 또한 출연진에게 아주 큰 사랑을 보내고 있다. 때문에 한동안 공석이었던 <무한도전>의 '고정'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고 불리기도 했다. 너무 큰 사랑을 받다 보니 아무나 들어와서 <무한도전>에 해를 끼치는 모습을 시청자가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반적인 예능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에게 제작진은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나 제작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끼치는 영향은 출연진 이상으로 대단하다. 최근 흥행한 나영석 PD의 tvN <삼시세끼>를 놓고 보자면, 아무런 사건도 없는 이 예능이 제작진의 노력에 의해 얼마나 재밌는 방송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무한도전>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 제작진의 힘이 가장 두드러지는 방송이다. <무한도전>의 자막은 '또 하나의 출연자'라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으며, 여전히 <무한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자막은 단순하게 시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을 넘어서, 사회를 풍자하거나 비판하면서 예능이 지닌 표현의 한계를 극단적으로 넓히고 있다.

<무한도전>의 제작진은 드러나지 않는 다양한 요소들을 사용해 프로그램 외적으로도 상당한 메시지를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스피드'특집에서 보여줬던 수많은 암시와 힌트들은 예능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린 제작진의 노력을 보여 주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무한도전>의 방송이 끝난 후에 방송 내에서 전달하고자 했던 또 다른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됐다. 이렇게 <무한도전>은 단순한 웃음을 목적으로 하는 예능 프로그램이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의 한계치를 뛰어넘은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무한도전>은 여러 가지의 에피소드를 동시에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조정하고 촬영해 결국 방송까지 해내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실력이 필요하다. <무한도전>의 제작진이 국내 최고의 역량을 지니고 있다는 것에 이견의 여지가 없다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무한도전>의 또 하나의 출연자라고 불리는 시청자는 어느새 <무한도전>의 가장 큰 힘이 됐다. 어떤 방송도 <무한도전>만큼 시청자와 밀접한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 이들은 아주 기본적인 시청자의 역할을 넘어 방송에 직접 출연하고, 방송에 대한 의견을 적극적으로 게재하며, <무한도전> 내의 다양한 암시와 상징을 풀어내 전달하고, 때로는 방송을 막거나 출연진을 제한하기도 하는 등 매우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다.

으레 시청자는 방송 프로그램과 피동적인 관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프로그램이 방송되면 보는 것이 시청자고, 시청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보지 않는 것'정도가 전부이기 때문이다. 일부 프로그램에서 이러한 시도를 깨기 위해 시청자를 출연시키거나, 시청자의 의견을 묻긴 하지만 그 어떤 방송도 <무한도전>만큼 정도가 심하지는 않다.

이런 적극적인 시청자들 덕분에 <무한도전>이 더욱 발전할 수 있었고, 국내 최고의 예능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가요제를 열면 미리 와서 대기하는 수만 명의 시청자들이 있고, '투표하자'고 하면 수십 분씩 줄을 서서 실제 투표를 하는 시청자가 있다. <무한도전>은 어느 순간부터 시청자 없이는 방송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수많은 시청자와 함께 만들어져 왔다.

이렇듯 <무한도전>은 국내 최고의 출연진과 제작진 그리고 시청자가 똘똘 뭉친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10년 동안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었고 한국 예능사의 가장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언급될 수 있는 상징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다. 이 세 가지의 요소가 계속해서 자신의 역량을 유지하는 한, 앞으로도 <무한도전>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명품 예능 프로그램으로 남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지종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trjsee.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무한도전 김태호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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