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SBS


매일 오후 8시, 주파수를 맞추면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이하 <영스트리트>) DJ, 개그맨 이국주다. 지난 1월 처음 DJ가 됐을 당시 만났던 그는 "7년 전부터 DJ를 꿈꿔왔다"며 환호했다. 제작진 또한 "이국주가 힘들고 지친 청취자들에게 '힘내라, 정신 차리라'고 시원한 응원과 격려를 해줄 것"이라는 말로 기대감을 전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쭈디'가 된 이국주와 <영스트리트> 제작진은 척척 손발을 맞춰가고 있다. 이를테면 이국주가 '최근 공항에서 만난 항공사 직원이 보기 드문 훈남이더라'는 이야기에 열을 올리면, 제작진은 그의 신상을 알아내(!) 어느 날 불쑥 라디오 부스로 그를 초대하는 식이다. 청취자의 입장으로 즐겁게 이 '기형적'인 방송을 즐기던 중, 일일 스태프 체험의 기회가 돌아왔다.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뭐든 던져보라니까"...스태프로서의 첫 일정, '회의'

오후 1시 스튜디오에 들어선 기자를 가장 먼저 맞이한 건 '회의'다. 목요일인 이날은 고정 코너인 '영스 스무고개'가 방송되는 날. 매주 여러 개의 키워드를 정해 놓고, 이국주와 게스트를 제외한 청취자들만 답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스무고개를 통해 키워드를 맞히는 코너다. '어떤 문제를 내야 이국주와 게스트가 맞출 수 없을까'를 골똘히 생각하며 침묵하고 있던 그때, 작가진 중 맏이인 전진실 작가가 "회의라는 건 한 번에 베스트가 나오지 않는 것"이라며 "무엇이든 좋으니 던져보라"고 조언한다.

"잘 들어 둬요, 작가라는 건 '까임'의 연속이라니까". 전 작가는 기자와 함께 일일 스태프가 된 라디오 작가 지망생 임다운 씨에게도 '뼈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 말에 용기를 얻은 덕분일까, 금세 오늘의 문제들이 완성됐다. 청취자들에게만 들려줄 정답을 녹음하는 것도 작가의 몫이다. 녹음한 음성에 배태욱 PD의 화려한 손길(?)이 더해진다. 음성 부분을 따로 저장하고, 이를 확인해 보는 것으로 스태프로서의 첫 일과가 끝났다.

"라디오 작가가 우아해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아요"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에서 녹음을 진행하고 있다. ⓒ SBS


오후 2시, 이국주가 등장했다. 일일 스태프들이 왔다는 소식에 "어머, 부끄러워~"라 외치는 것도 잠시, 부스 안으로 들어간 이국주는 금세 녹음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평소 생방송을 선호하는 이국주지만, 어쩔 수 없는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이렇게 미리 녹음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제작진의 전언. 곧이어 게스트인 가수 홍진영과 버스 민경훈·손성희가 차례로 들어온다. 조금 늦게 일일 스태프로 합류해 대본에 얼굴을 묻고 있던 대학생 박재형 씨가 "연예인을 보는 것은 처음"이라며 눈을 크게 떴다.

2시간 가량 이어진 녹음 중간, 전진실 작가에게 라디오 작가로서의 일상에 대해 더 자세히 물을 수 있었다. "라디오 작가가 우아해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니까요". 라디오 작가들은 하루 한 두 시간을 위해 하루를 쏟아 부어야 한다. 상품을 전문적으로 노리는 '꾼'들의 유려한 글들 속에서 '진짜배기' 사연을 찾아 이를 '방송용'으로 다듬는 것도 작가의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철자나 띄어쓰기 검사부터 방송에 나오면 안 되는 비속어가 있는지도 꼼꼼하게 봐야 하니까요. 특히 <영스트리트>는 원고 분량이 많은 편이에요."

빗물인지 땀인지...혼신을 다한 이국주의 '지하철 홍보'

오후 5시. 매주 목요일마다 <영스트리트>는 SBS 스튜디오를 떠나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대형 쇼핑몰로 향한다. 특별히 이날은 이국주가 지하철을 타고 시민들을 만나기로 했다. 단단히 마음을 먹은 듯 이국주는 녹음이 끝나자 하이힐을 벗고 스니커즈까지 신었다.

왠지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이국주의 매니저를 먼저 떠나보내고 5호선 오목교역까지 걸어가려는 찰나, 날씨가 발목을 잡았다. 오전부터 흐리던 하늘에서 갑자기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한 것. 양 손에 <영스트리트> 홍보 피켓에 배지가 든 가방을 잔뜩 들고 있었으니 이국주도, 제작진도, 일일 스태프들도 쏟아지는 비를 피할 수 없었다. 전력질주 끝에 닿은 지하철역에서 잠시 숨을 고르던 이국주는 앞장서 지하철 안으로 들어갔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5호선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이미나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5호선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5호선 지하철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이미나


"안녕하세요~ 이국줍니다!" 소리에 스마트폰에 시선을 떨어뜨리고 있던 승객들이 고개를 들었다. "괜찮습니다, 마음껏 사진 찍어 주세요!" "어? 저랑 눈 마주쳤으니 셀카 찍어야 돼요!" 이국주 특유의 넉살은 내내 이어졌다. 조금 전의 '격렬한 뜀뛰기' 탓에 흐르는 땀을 닦는 것도 잠시, 빠르게 승객들에게 향하는 이국주 덕분에 일일 스태프를 비롯한 제작진도 그의 뒤를 쫓느라 분주해졌다. 승객들과 사진을 찍는 이국주 뒤에서 교묘히 <영스트리트> 피켓을 들어 배경을 만들어 주고, 배지를 나누어 주며 승객들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스태프의 몫이다.

목적지인 왕십리역에 닿을 때쯤엔 모두의 이마가 젖어 있었다. 그럼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서도 계속해서 사람들과 사진 찍기를 멈추지 않던 이국주는 개찰구를 지나서야 한숨을 돌렸다. "대중교통을 타는 건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동안은 매니저와 차를 타고 같이 다녔으니까요". 1회용 교통카드 보증금 환급기를 배경으로 마지막으로 포즈를 취한 이국주는 "많은 분들이 나를 알아봐 주시고, 먼저 다가와 주셔서 반가웠다"며 "시간이 후딱 지나간 것 같다"고 했다. "다음엔 뭘 하지? 진짜 2호선을 한 번 타야 할까요? (웃음)"

라디오, 듣기만 한다고? "앞으로도 시민들 찾아갈 생각"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SBS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 DJ 이국주가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 SBS


저녁을 먹고 급격히 피로해진 몸을 의자에 기대기가 무섭게, 생방송을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어느새 쌩쌩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이국주는 게스트인 유키스 훈·수현과 함께 이날의 '무용담'을 늘어놓기에 바빴다. 드디어 약속의 8시, 이국주가 오프닝 곡인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에 맞춰 춤을 추는 것으로 생방송이 시작됐다. 제작진도 부스 안과 연결되는 모니터를 통해 청취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전하고, 전화를 연결할 청취자들과 미리 통화를 하며 주의 사항을 알려주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덕분에 이날의 핵심인 '영스 스무고개' 코너도 성황을 이뤘다. 훈과 수현, 그리고 이국주는 첫 문제부터 대혼란에 빠졌고, 결국 두 게스트는 약속된 한 시간을 훌쩍 지나 <영스트리트> 막바지까지 함께 했다. 이 같은 돌발 상황에도 제작진은 익숙한 듯 척척 선곡표와 대본을 수정해 냈다. "사실 이 코너의 목적은 정답을 맞히자는 게 아니라, 추리하는 과정을 재밌게 들려주자는 것"이라는 전진실 작가는 "그런 점에서 훈과 수현은 '잘 하는' 게스트에 속한다"며 흡족해 했다.

폭풍 같았던 일정이 모두 끝난 건 오후 10시가 넘어서다. 이날 방송을 위해 가장 먼저 출근한 이들이, 가장 늦게 스튜디오를 나선 셈이다. 이미 문을 닫아 어두워진 쇼핑몰 복도를 지나며 마지막으로 <영스트리트> 제작진은 "DJ가 이국주니까 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종종 부스 밖에서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니 어느 날 갑자기 이국주가 밝게 인사를 건네거든, 그저 놀라는 데 그치지 말고 함께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어 주길. 그리고 그 뒤에 "<영스트리트> 사랑해 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제작진이 건네는 배지도 웃으며 받아 주길.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에 출연한 유키스 훈이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에 찾아와 준 팬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SBS 파워FM(107.7MHz) <이국주의 영스트리트>에 출연한 유키스 훈이 지난 2일 서울 성동구 행당동의 한 쇼핑몰에서 방송에 찾아와 준 팬들에게 선물을 건네고 있다. ⓒ SBS



이국주 영스트리트 유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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