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개막 시리즈에서 연패를 당하지 않기 위한 야신의 총력전이 성공을 거뒀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 경기에서 9이닝을 2실점으로 막은 투수진의 호투에 힘입어 4-2로 승리했다.

전날 10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자멸했던 한화 마운드는 이날 두산의 강타선을 5피안타 3볼넷으로 깔끔하게 막아냈다. 특히 지난 3월 28일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110개의 공을 던졌던 미치 탈보트는 이날 5이닝 4피안타 비자책 2실점의 호투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빅리그 10승 투수, 삼성-마이너-독립리그-대만 거쳐 한화로

널리 알려진 것처럼 탈보트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추추트레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와 한솥밥을 먹었던 선수다. 특히 2010년에는 클리블랜드에서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10승을 따내기도 했다.

하지만 2011년 조쉬 톰린, 카를로스 카라스코 등과의 선발 경쟁에서 밀린 탈보트는 그 해 2승에 그치며 빅리그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2011 시즌이 끝나고 자유 계약 선수가 된 탈보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디펜딩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였다.

불과 2년 전 빅리그에서 10승을 따냈던 거물 투수의 등장은 야구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고 탈보트는 2012년 삼성에서 14승 3패 평균 자책점 3.97의 준수한 성적으로 승률왕을 따냈다. 하지만 KBO리그를 호령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평균 자책점(19위)이나 이닝(138.1이닝, 21위), 피안타율(.266, 19위) 등에서 팬들을 만족하게 하기엔 조금 부족했다.

탈보트는 설상가상으로 시즌 후반부터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삼성은 그 해 다승 3위였던 탈보트와의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탈보트는 2013년 마이애미 말린스와 뉴욕 메츠의 마이너팀에서 활약하다가 지난해에는 미국 독립 리그와 대만 리그에서 공을 던졌다.

2년 동안 한국 무대를 떠나 있던 탈보트는 지난해 12월 한화와 총액 6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며 다시 KBO리그에 컴백했다. 마이너리그나 대만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활동하고 싶은 탈보트와 국내 무대에서 검증된 외국인 투수가 필요했던 한화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다.

시범 경기 3경기에서 2승을 따내며 컨디션을 점검한 탈보트는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됐다. 그리고 자신의 공식 복귀전에서 6이닝 5피안타 5볼넷 1실점 호투로 합격점을 받았다. 비록 승패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풍부한 경험에서 나오는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은 여전했다.

짧은 휴식도 탈보트의 에이스 본능을 막지 못했다

 7일 오후 대전 중구 한밭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5 프로야구 시범경기 LG와 한화 경기. 김성근 한화 감독이 9-3으로 승리한 후 관중들에게 인사 하고 있다.

김성근 한화이글스 감독 ⓒ 연합뉴스


개막전에서 110개의 공을 던진 탈보트는 4일의 휴식을 취한 후 2일 다시 선발로 등판했다. 시즌 초반인 만큼 4일 휴식 후 등판이 크게 무리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개막 후 4번의 경기에서 1명의 투수가 2번이나 선발 등판하는 것은 결코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에게는 다른 뜻이 있었다. 홈 개막전에서 쉐인 유먼을 투입하고도 3-6으로 패한 한화가 홈에서 연패를 당하면 초반부터 치고 나간다는 김성근 감독의 시즌 구상에 커다란 제동이 걸리게 된다. 따라서 주말 NC다이노스와의 3연전을 생각하기 전에 2일 경기를 반드시 잡겠다는 복안이었다.

한화는 탈보트의 호투 덕분에 시즌 초반의 작은 고비를 슬기롭게 넘겼다. 탈보트는 5이닝 동안 73개의 공을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2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막아냈다. 5회에 내준 2점은 김태균의 실책이 빌미가 됐기 때문에 탈보트의 자책점으로 기록되지 않았다.

탈삼진은 단 2개에 불과했지만, 싱커볼러답게 15개의 아웃카운트 중 절반이 넘는 8개를 땅볼로 유도했고 빠른 공의 구속도 시속 148km까지 나왔다. 올 시즌 11이닝 1자책점을 기록 중인 탈보트는 0.82의 평균 자책점으로 깔끔하게 시즌을 출발하고 있다.

4이닝을 1피안타 8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은 필승조의 활약도 돋보이고 있다. 특히 마무리 윤규진은 빠른 공과 포크볼의 절묘한 조화로 아웃카운트 5개 중 4개를 삼진으로 잡아냈다. 윤규진은 올 시즌 3경기에서 6.1이닝 동안 9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김성근호'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타선에서는 이용규와 김경언이 나란히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공격을 주도했고 김태균은 안타 없이 볼넷과 땅볼로 2타점을 올렸다. 반면 이글스파크의 명물로 떠오른 나이저 모건은 3타수 무안타(2삼진,1볼넷)에 그치며 주춤했다.

반면 두산은 3명의 젊은 투수가 볼넷 11개를 내줄 정도로 제구가 크게 흔들리면서 시즌 첫 패를 당했다. 다만 팀 내 최고참 투수 이재우가 2이닝을 1볼넷 5탈삼진으로 틀어 막으며 호투한 것은 두산에게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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