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요정과 소녀 DJ 캐준을 연기하는 박해준

▲ 달빛요정과 소녀 DJ 캐준을 연기하는 박해준 ⓒ 극단 차.이.무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에서 배우 박해준이 연기하는 캐준은 DJ다. 한데 어딘가 배우의 이름과도 비슷하다. '해준'과 '캐준' 말이다. 연출가가 해준이라는 배우의 실명 대신 캐준으로 가자고 해서 캐릭터 이름이 고정된 사연이 숨어있다.

뮤지컬에서 송아리영은 세상과 이별하기 위해 아파트 옥상에 선다. 하지만 '사랑의 전화' 상담원은 송아리영이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하지 못하게끔 전화로 설득하기 바쁘다. 바로 그 시간에 DJ 캐준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고 이진원의 노래와 사연을 라디오 전파로 들려준다.

DJ 캐준이 들려주는 고 이진원의 노래는 생을 스스로 마감하려는 어린 소녀에게 어떤 마법을 발휘할 수 있을까. 드라마 <미생>에서 천관웅 과장을 연기했던 박해준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주는 DJ 캐준의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은가. 참고로 차이무 극단 선배이자 <미생>에서도 호흡을 맞췄던 이성민은 뮤지컬을 관람하고 난 다음 박해준에게 "잘 해!"라는 짧고도 강렬한 격려사를 남겼다고 한다.

"무대에서 관객 사연에 즉흥적으로 답하기 어렵지만..."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의 한 장면.

뮤지컬 <달빛요정과 소녀>의 한 장면. ⓒ 극단 차.이.무


- DJ 캐준은 많고 많은 가수 중에서 고 이진원씨의 노래를 소개한다.
"고 이진원씨의 노래는 직설적이다. 세상에 대해 여과 없이 노래를 한다. 절망적인 상황에 굴하지 않는다. 절망이라는 벽에 부딪히면 좌절하는 것이 아니라 절망을 부수고 나아갈 것을 솔직하게 토하는 가사가 많다. 절망적인 상황을 비켜가지 않고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할 것을 주문한다. 현실은 비극적일 수 있고, 차갑고, 어렵지만 그래도 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노래 안에 담겨 있다. 이런 노래 속 메시지가 극에 꼭 필요하다고 본다."

- DJ라면 그동안 극단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서 눈 감고도 할 수 있는 역이 아닌가.
"눈 감고도 소화할 줄 알았다. 하지만 관객과 만나면서 눈 감고도 소화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공연할 때마다 관객이 적는 사연이 담긴 엽서를 받는다. 극 중에서 관객의 사연에 대한 답변을 한다. 사연이 매일 같을 수 없다. 사연에 대한 답변은 대본에도 없다. 답변을 충분히 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무대에서 즉흥적으로 관객을 위로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극 전반부에 분위기를 잡아주어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 공연하며 어떤 에너지를 받고 있는가.
"다른 공연처럼 캐릭터에 몰입해서 상대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게 다가 아니다. DJ로서 관객을 공연으로 몰입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런 점이 힘들지만 관객들과 바로바로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좋다. 공연 내내 관객을 지켜보면서 관객이 힘든 부분과, 시선으로 응원해주시는 것들이 저절로 느껴진다. 저뿐만이 아니라 배우들이 응원을 많이 받으며 공연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관객과의 소통이 많다."

"<미생> 천 과장 연기하며 직장인의 고충 이해하기도"

박해준 "제가 만일 관객이라면 아주 묵직하고 경쾌한 감동을 <달빛요정과 소녀>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게 음악을 듣다가, 경쾌하게 배우의 연기를 보며 한방울의 눈물도 흘릴 수 있을 것이다."

▲ 박해준 "제가 만일 관객이라면 아주 묵직하고 경쾌한 감동을 <달빛요정과 소녀>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게 음악을 듣다가, 경쾌하게 배우의 연기를 보며 한방울의 눈물도 흘릴 수 있을 것이다." ⓒ 극단 차.이.무


- 드라마 <미생>에 나올 때보다 살이 더 빠져 보인다.
"사실 드라마 끝나고 살이 좀 붙었다. 그런데 공연 연습하면서 살이 빠졌다. 공연을 하면 볼살부터 빠지는 스타일이다. 얼굴살만 빠진 거지, 몸의 살은 그대로다.(웃음)"

- <미생>에서 천관웅을 연기하면서 직장인의 애환을 더욱 이해했을 법한데.
"직장을 다니지 않아서 <미생> 속 캐릭터의 고충을 몸소 체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천관웅을 소화하기 위해 역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야만 했다. 연기하면 할수록 직장인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점차 많아지기 시작했다. 배우인 저로서는 전혀 상상해보지 못한 부분, 이를테면 직장에서 줄을 잘 타야 하는 라인의 중요성 등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 그동안 드라마와 영화에서 센 역할만 맡아오다가 <미생>을 통해 인기몰이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센 역할이라도 많이 맡았으면 좋겠다.(웃음) 기왕 할 거면 그동안 제가 해보지 않았던 이상한 역할도 맡고 싶다. <미생>의 천관웅도 제가 보기에는 센 역할이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직장인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마어마한 구덩이를 파놓고는 직장인이 갖는 다양한 고충을 구덩이 안에 담아놓은 캐릭터였다. 영업 3팀 안에서 많은 비밀을 담고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심리적인 부분까지 보면 천관웅 역시 기존에 제가 맡았던 역할처럼 센 역할이었다."

- 센 역할을 많이 연기해서 상남자 이미지로만 보았는데 인터뷰에서 만나 보니 의외로 수줍음이 많다.
"수줍음만 많은 게 아니다.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것도 떨릴 때가 많다. 그렇지만 이런 수줍음이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과는 다르다. <미생> 첫 촬영할 때에는 촬영장 분위기를 몰라서 힘들었다. 촬영이 실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처럼 흘러갔다. 촬영이 계속 흘러가는 중에 능수능란하게 일을 하는 것처럼 대사를 해야만 했다. 적응하면서 조금씩 나아가는 중에 드라마가 끝났다."

- <미생>을 보고 <달빛요정과 소녀>를 찾는 관객이 있을 것이다. 이분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
"<미생>에서 연기한 천 과장을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미생>은 매 회 방영될 때마다 감동이 있었다. 제가 만일 관객이라면 아주 묵직하고 경쾌한 감동을 <달빛요정과 소녀> 안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즐겁게 음악을 듣다가, 경쾌하게 배우의 연기를 보며 한방울의 눈물도 흘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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