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나홀로 연애중> 출연진

JTBC <나홀로 연애중> 출연진 ⓒ JTBC


정말 당황스러웠다. 처음에는 정말 그냥 별 생각없이 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내가 이따위 TV 프로그램에 설레다니!"라는 성시경의 말처럼 나 역시 빠져들고 있었다. 더욱이 당황스러운 것은 내 나이 36세. 이미 결혼을 했고 네 살짜리 아이도 있는 애 아빠라는 점이었다. 그럼에도 JTBC <나홀로 연애중>에 빠져 버렸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았다.  유부남에 한 아이의 아빠인 내가 이 프로그램에 빠져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이유를 분석하다 보면 <나홀로 연애중>의 성공 가능성을 보다 명확하게 짚을 수 있으리라.

가장 큰 이유는 가상 연애 상대 때문이었다. 첫 회 출연한 정은지는 <응답하라 1997>에서 처음 본 후로 팬이 되었다. 실제 정은지라는 인물이 어떨지는 모르지만 '한 번쯤 연애해 본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은 해 보았다. 그러나 그럴 기회가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있다 해도 해서는 안 되기도 하고. 그래도, 궁금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TV에서 이렇게 판을 깔아주니 저절로 몰입이 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반적인 여성의 마음을 훔치는 것이 아니라 정은지라는 실제 인물의 성격에 맞추어 연애를 진행해야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더욱더 몰입도가 높았다.

그렇구나! 이 프로그램에 몰입할 수 있는 이유는 일단 가상 연애 대상으로 걸그룹 멤버를 선택했다는 점 때문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많은 남성들이 걸그룹 멤버와의 연애를 한 번쯤은 꿈꾼다 생각해보면 이 프로그램은 대리만족을 하기에 굉장히 좋은 프로그램 아니겠는가. 다음 주자는 소녀시대 유리라는데 모르긴 몰라도 많은 남성들이 TV 앞에 앉아 프로그램에 집중하지 않을까?

두 번째 이유는 가상 연애 체험단의 진실성 때문이었다. 체험단이 약간 가식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아닌 척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프로그램에 쉽게 공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열심히 몰입하는 나만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질 것 아닌가.

 JTBC <나홀로 연애중>에 출연하는 가수 성시경

JTBC <나홀로 연애중>에 출연하는 가수 성시경 ⓒ JTBC


그러나 진짜 연애가 하고 싶은 것처럼 보이는 김민종이 선택의 순간마다 심사숙고하는 모습이나, 그러지 않으려 해도 화면 속 정은지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살짝 올리는 성시경의 모습 등이 더욱 더 몰입도를 높여 주었다.

덕분에 난 TV 앞에 앉아 있지만 마치 TV 속 그들과 진짜 경쟁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해주었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저들을 이기고 내가 최종 승자가 되어서 웃어야지라'는 유치한 생각마저 하게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아무래도 예전과 달리 혼자 사는 남자들이 많이 늘어났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다. 특히 나이가 들어서도 혼자 사는 남자들이 늘어났다는 것이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조심스레 하게 한다. 나이가 들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니 마음도 맞고 조건도 맞는 이상형을 찾기는 어려워지고, 그래도 연애는 하고 싶고…. 그런 이들에게 <나홀로 연애중>은 실제 연애 정도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적적함을 조금이라도 메워 줄 수 있는 프로그램 아니겠는가.

그 외에 화끈하게 쏘는 경품도 시청률 상승에는 도움이 될 것처럼 보였다.  가상으로 연애하는 상황에서 이럴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들이 출제되고, 답을 고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답을 맞히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주었다. 그렇게 해서 남성 시청자들이 답을 맞히겠다는 의지를 더 높였다고 볼 수 있고, 아무래도 남자보다 여자의 심리를 더 잘 알 여성 시청자도 경품을 노리고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게 만든 점도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보면 <나홀로 연애중>도 언젠가는 <마녀사냥>처럼 인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예상이 맞으면 내 선견지명에 감탄하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내 주변에도 여전히 결혼하지 못하고 있거나 않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게 될 것 같아 그야말로 '웃픈' 상황이 될까 한편으로 마음 한 구석이 씁쓸하기도 하다.

나홀로 연애중 정은지 성시경 김민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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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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