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 FA 시장에 나왔던 선수 19명이 모두 계약을 완료했다.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나주환과 이재영이 원 소속 팀이었던 SK 와이번스와의 재계약을 지난 1일 마무리한 것이다. 나주환은 1+1년 5억5000만 원, 이재영은 1+1년 4억5000만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좀 더 자세히 보자면 나주환은 2015년에 연봉 2억 원과 옵션 5000만 원을 받는다. 2016년 옵션이 성사되면 연봉 2억5000만 원과 옵션 5000만 원에 1년을 더 뛸 수 있는 조건이다. 이재영도 2015년에 연봉 1억5000만 원과 옵션 5000만 원을 받고, 옵션이 성사되면 2016년에 연봉 2억 원과 옵션 500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2014 FA 시장 종료... 매년 최고가 경신하는 몸값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 7회 초 원아웃 SK 정상호 타석에서 1루 주자 나주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와 SK의 경기에서 나주환이 2루 도루에 성공하고 심판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이번 FA 시장에서 재계약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이에 따라 2014년 겨울 FA 시장은 모두 마감됐다. 선수들의 몸값 총액은 630억6000만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 겨울 523억5000만 원을 뛰어 넘었고, 개인 계약에서도 역대 최고 금액이 경신됐다.

FA 시장 전체적인 가격 인상의 시작은 LG 트윈스의 베테랑 박용택(4년 50억 원)이 끊었다. 박용택은 이병규와 함께 LG을 이끌고 있는 간판 베테랑으로 이번 계약을 통해 은퇴 준비시기까지 안정적인 계약을 보장받았다.

이후 SK의 간판타자 최정(4년 86억 원)이 역대 최고 금액 기록을 경신하면서 FA 폭등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후 윤성환(4년 80억 원)과 안지만(4년 65억 원)이 각각 선발·구원투수 역대 최고 금액으로 삼성 라이온즈와 재계약했다.

그러나 3일 만에 롯데 자이언츠 출신 FA 선발투수 장원준(4년 84억 원)이 그 기록을 경신하며 두산 베어스와 계약했다. 지난 겨울 최대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던 강민호(롯데 자이언츠, 4년 75억 원)는 계약 총액 순위가 1위에서 4위로 밀려나게 되었다.

그러나 FA 시장에서 자신에 대한 냉정한 평가로 큰 금액을 받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나주환과 이재영을 포함하여 차일목(KIA, 2년 4억5000만 원 재계약)과 이성열(넥센 히어로즈, 2억5000만 원 재계약) 등은 외부 FA 시장에서 다른 구단들의 러브콜을 받지 못했다.

FA 시장에서 초특급 대박 계약을 맺는 선수들과 그렇지 못한 선수들의 격차가 너무 심해지자 KBO에서는 이사회에서 등급제 도입 등 FA 제도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팀에 따라서 내부 출혈이 없었던 팀이 있는가 하면, 소속 선수들을 붙잡지 못한 팀도 생겼다.

SK는 내부 FA 5명(최정·김강민·조동화·나주환·이재영)을 모두 붙잡는 데 성공했지만, 롯데는 3명(장원준, 박기혁, 김사율)의 FA 중 한 명도 잡지 못했다. 게다가 박기혁과 김사율이 1군에 첫 진입하는 kt 위즈로 이적하면서 롯데는 이들에 대한 보상선수를 지명할 수 없다.

10개 구단들 중 외부 FA 영입에 있어 돋보인 팀은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였다. 한화는 내부 FA 김경언과 3년 8억5000만 원 재계약한 것을 시작으로 KIA 타이거즈에서 FA로 풀린 송은범(4년 34억 원), 삼성에서 FA로 풀린 권혁(4년 32억 원)과 배영수(3년 21억5000만 원)까지 영입하며 필요했던 전력 보강에 성공했다.

kt 역시 박기혁(3+1년 11억4000만 원)과 김사율(3+1년 14억5000만 원) 그리고 박경수(4년 18억2000만 원)의 영입으로 필요한 포지션에 베테랑을 보강하는 성과를 거뒀다.

최근 몇 년 동안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던 한화와 2015년에 처음으로 1군에 진입하는 kt다. 두 팀은 이번 FA 시장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로 전력 평준화를 꾀하는 FA 제도 본연의 취지를 충실히 활용했다.

매년 FA 최고액이 경신되는 상황인 만큼, 벌써부터 다음 시즌 FA 시장에서 최대어로 분류될 선수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두산의 간판타자 김현수와 삼성의 간판타자 박석민이 다음 겨울에 FA를 신청하게 된다. 이대로 인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김현수와 박석민은 최정의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FA 계약기간이 최대 4년임을 감안하면 아직 만 27세의 김현수는 건강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경우 은퇴하기 전까지 4번 이상의 FA를 신청할 수도 있다.

계속되는 인플레이션... 메이저리그 벤치마킹 필요

김현수 '진짜 금 맞어?' 한국 야구 대표팀 김현수가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으로부터 금메달을 건네받은 뒤 깨물어보고 있다.

▲ 김현수 '진짜 금 맞어?' 한국 야구 대표팀 김현수가 지난 9월 28일 오후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건네받은 뒤 깨물어보고 있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게 된다. ⓒ 유성호


미국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풀타임 6년을 소화하면 FA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고교 졸업선수가 9년, 대학 출신선수가 8년을 뛰어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한국보다 상당히 짧은 편이다.

게다가 메이저리그에서는 계약이 만료되지 않은 선수라도 언제든지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잔류시킬 수 있고, 구단에 갓 입단한 선수들도 다년 계약이 가능하다. 게다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고도 계약 내용에 따라 중간에 옵트 아웃을 행사,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경신할 수도 있다.

2008년 중반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던 클레이튼 커쇼(로스앤젤레스 다저스)는 원래 2014년까지 마치면 FA 시장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커쇼가 FA를 선언하기 전에 7년 2억1500만 달러라는 역대 투수 최고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며 다저스에 잔류시켰다. 물론 5년째인 2018년 시즌을 마치면 만 30세가 되는 커쇼를 위해 옵트 아웃 조항을 삽입, 다시 한 번 계약 경신의 기회도 보장했다.

우리나라에도 선수 계약에 있어서 좀 더 자유로웠다면 어떨까. 김현수나 박석민의 소속 구단인 두산과 삼성의 재력을 감안하면 커쇼처럼 진즉에 연장 계약을 체결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프랜차이즈 스타 중에는 금액 규모보다 기간에 중점을 두고 잔류한 사례도 볼 수 있다. 30개 구단들 중 가장 적은 규모로 구단을 운영하는 탬파베이 레이스는 2008년에 3루수 에반 롱고리아가 데뷔한 뒤 6경기 만에 6년 175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맺었다. 2013년까지 계약이 끝난 뒤 2014년부터 3년 동안 총 3천만 달러를 받는 팀 옵션이 발효 중이다.

그러나 레이스는 이 계약이 끝나기도 전인 2012년 겨울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1억 달러를 받는 계약을 더 추가시켰다. 2023년 옵션이 걸려있는 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16년 동안 한 팀에서 뛰는 셈이다.

2010년에 마이애미 말린스(당시는 플로리다 말린스)에서 데뷔한 지안카를로 스탠튼의 사례도 들 수 있다. 사실 말린스 역시 대도시 마이애미로 이전하며 구단 재정에 약간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전체적인 구단 운영에 있어 몸값이 비싼 선수들을 오랫동안 데리고 있지 못했다.

다저스에서 은퇴한 조시 베켓 역시 말린스 출신이지만 연봉 조정 대상자가 되자 보스턴 레드삭스로 트레이드됐다. 2012년에는 호세 레이예스와 마크 벌리 등을 장기계약으로 영입했지만 1년 만에 팔아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린스는 2014년 시즌이 끝난 뒤 스탠튼과 무려 13년 3억25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메이저리그 역대 최장기간, 최고 금액 규모이다. 모든 구단에 대한 트레이드 거부권이 있으며 6년째인 2020년, 시즌이 끝나면 옵트 아웃도 가능하다.

한국 프로야구는 그 동안 선동열·이만수·장종훈·송진우·이종범 등 프랜차이즈 스타들의 맹활약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다. 향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여 조기 연장계약을 가능토록 하고 FA 연한을 축소하는 등 선수 계약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그맇 한다면 전력유지와 흥행보장 그리고 구단 재정 계획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멈추지 않는 FA 시장의 가격 거품을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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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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