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중 한 장면.

<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중 한 장면. ⓒ mbc


몰래카메라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웠다. 1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 '유혹의 거인'편 말이다. '예능쟁이' 서장훈은 충분히 집요했고, 10년째 손발을 맞춰온 정준하와 그의 호흡도 '진상'의 끝을 보여줬으며, 유재석의 흥겨운 진행은 거칠 것이 없었다. 몰래카메라의 긴급점검은 <무한도전> 녹화 전날 "술을 한 모금도 대지 마라". 

"모두가 깊이 잠든 새벽,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왠지 모를 불안감은 현실이 됐습니다. <무한도전> 멤버 노홍철의 음주운전. 믿을 수 없는 소식에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왔습니다. 그렇게 저희는 5명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5명만 남겨진 지금 저희를 향한 시청자들의 걱정과 우려 속에 저와 제작진은 큰 결정을 하나 내리게 됐습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패러디한 이 인트로는 분명 신선하다 못해 절박해 보였다. 길에 이어 노홍철까지 하차한 상황에서 그것을 정면으로 언급하는 패기는 역시 <무한도전>다웠다. 게다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일 만한 '음주'라는 아킬레스건을 스스로 자인하는 특집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거기엔, 김태호 PD와 제작진의 결기가 자리하고 있었다.

음주 관련 몰래카메라 속 피어난 웃음과 절박함

 <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중 한 장면.

<무한도전> '유혹의 거인' 중 한 장면. ⓒ mbc


'유혹의 거인'은 서장훈이면서 서장훈이 아니었다. 멤버들과 두루 친분이 있다는 서장훈이 불러내는 술자리에서 멤버들이 술에 입을 대느냐 마느냐. 이 '유혹'을 이겨내느냐 마느냐. 사실 '절친'이나 10년을 넘게 알아온 멤버들이 불러내는 술자리는 그 자체로 '관계'로 이어지기에 거부하기 힘든 힘을 지닐 수밖에 없다.

하하까지 걸려든 후 박명수가 "술 마시고 뭘 타는지 보라고, 왜 술 마시는 거 가지고!"라는 항변 아닌 항변은 그래서 일정 정도 설득력과 웃음을 던져 줄 수 있었다. 맥주에 소주까지 타 마시려던 그였으니, 녹화 날이 아닌 밤 시간에 불러내 찍는 몰래카메라에 충분히 역정이 날 수 있었으리라.

특히나 평소 실생활을 아는 멤버들과 제작진이라면 그들이 술을 입에 댈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걸 모를 리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3주간에 걸친 몰래카메라 화면도 술자리에서 벌어지는 상황보다 그 자리에 앉히기까지 공을 들이는 모습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런 상황 속에서 피어나는 웃음과 함께 엿보이는 절박함의 정체는 <무한도전>의 생존과 결부된 것이지 않았을까.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인 <무한도전>의 오늘과 내일

 400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무한도전> 박명수와 노홍철.

400회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무한도전> 박명수와 노홍철. ⓒ mbc


논란 속에서, 노홍철이 끝내 하차했다. '쩐의 전쟁2'에서 그의 분량은 통편집되다 못해 CG를 통해 지워지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노홍철의 빈자리는 '사기꾼' 캐릭터의 활용은 물론 전체 구도가 흔들리기에 충분하다. 길의 하차와는 또 다르다.

이 시점에서 기획된 '유혹의 거인'은 멤버들을 다잡기 위한 재정비와 더불어 '무한도전' 멤버들을 흔들지 말아 달라는 간곡한 청과 다를 바 없다. 비록 몰래카메라라는 형식을 빌어 왔지만, 제작진은 이러한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 보였다. 유재석이 '곤장'을 맡고 새 출발을 다짐했던 때와 또 다른 느낌일 수밖에 없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은 지금, <무한도전> 멤버들이 느끼는 긴장감과 부담감, 그보다 더 큰 프로그램에 대한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이러한 모습이 시청자 여러분께 더 큰 웃음을 드리기 위한 노력으로 비춰지길 바라며, 혹시라도 <무한도전>촬영 전날 멤버들이 과음하는 현장을 목격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제작진에게 제보를 주시기 바랍니다."

방송 말미, 김상중의 톤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라고 표현하는 유재석의 목소리가 더욱 비장하게 느껴지는 건 비단 작금의 상황 때문일까. '유혹의 거인'은 400회 특집을 마친지 얼마 안 돼 맞은 최악의 악재를 이겨내고자 하는 제작진의 진심을 엿볼 수 있는 의외의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다음 주 대중성을 담뿍 지닌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의 후속편이 방영된다. 김건모를 지누션, 이정현, SES 등 대중성 높은 반가운 얼굴들의 출연이 예약돼 있다. 대체로 떠들썩했던 '무도'의 올 연말은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최근 김태호 PD의 두 번째 이적설이 나돌았던 <무한도전>, 가수들의 섭외처럼 '무도'의 전진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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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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