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생> 예고편 중. 장그래는 고졸 출신으로 인턴기간을 거쳐 신입사원이 되는 인물이다.

tvN 드라마 <미생>의 장그래는 고졸 출신으로 인턴기간을 거쳐 계약직 신입사원이 되는 인물이다. ⓒ CJ E&M


tvN <미생>. 혹자는 이 드라마가 < TV 손자병법 >(KBS2·1987~1993)의 뒤를 잇는 최고의 회사원 드라마라고 했다. 이 드라마의 동명 원작인 윤태호 작가의 웹툰은 허영만 작가의 < 미스터Q >에 이어 최고의 회사원 만화로 여겨지기도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이어 tvN에서 또 한 번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미생>은 총 20부작으로, 지난 10월 17일 첫 선을 보인 후 지난 6일까지 총 16회를 방영했다. 1회 1.6%로 출발한 시청률(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 이하 동일)은 16회에 7.03%까지 올라 대단한 인기를 반영하고 있다. 공중파에서도 인기 드라마의 시청률이 10% 안팎을 기록하고 있는 최근 추세에서 한마디로 성공한 드라마인 것.

<미생>에는 다양한 회사원 캐릭터들이 등장해 나름의 개성과 매력을 보여주는데, 그 중 아무래도 주인공 장그래(임시완 분)의 이야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고졸 검정고시 출신으로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계약직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고 있는 그의 앞날은 남은 4회에서 어떻게 그려질지 예측해봤다.

미리 그려보는 장그래의 미래...상사맨이 될 것인가?

예측1 - 회사 그만두고 바둑기사 데뷔

 tvN <미생>의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털 입사 전까지 바둑만 바라보고 살았다.

tvN <미생>의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털 입사 전까지 바둑만 바라보고 살았다. ⓒ CJ E&M


첫 번째로 예상할 수 있는 장그래의 행보는 '바둑기사 데뷔'다. 알려진 대로 장그래는 어릴 적부터 원 인터내셔널에 인턴으로 입사하기 전까지 바둑을 뒀다. 어머니의 말에 의하면 천재소년으로 주목 받았지만, 프로 바둑기사 입단에는 번번이 실패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을 꾸리다가 결국 회사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장그래가 원 인터내셔널에 들어온 것도 바둑 스승님 영향이 있었으며, 입사 첫날부터 첫 번째 중대 업무인 바이어와의 미팅에서 바둑의 덕을 봤다. 이후에도 그의 바둑 이야기는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와 장백기(강하늘 분) 등이 장그래를 이해하게 해주는 명분이 됐다.

바둑은 장그래만의 스펙이자 무기인 셈이다. 비록 바둑이 아닌 영업을 위해 오랜만에 방문한 기원에서 씁쓸함을 맛보기도 했지만, 그에게서 바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생과도 같다.

그가 비정규직인 인턴사원으로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면, 차라리 안타깝게 실패하곤 했던 프로바둑기사 입문에 과감히 다시 매진해보는 결말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싶다. 아니면 바둑 학원 선생님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사교육 시장이 왕성한 대한민국이니.

예측2 -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미생>의 영업 3팀 삼인방. (왼쪽부터) 장그래(임시완 분),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

<미생>의 영업 3팀 삼인방. (왼쪽부터) 장그래(임시완 분),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 ⓒ CJ E&M


"그냥 정규직 시켜주지."
"우리 '그래' 너무 안쓰럽다."

장그래가 비정규직의 서러움을 절절히 겪는 걸 보는 '어머님'들은 이런 말을 절로 했을 법하다. 내 얘기 같은 드라마에 공감하는 직장인들 뿐 아니라 내 가족 얘기라 공감하는 주부 시청자들도 있으니 말이다.

한때 인턴사원 제도는 신입사원을 정식으로 채용하기 전 수습기간으로 여겨졌고, 현재도 인턴을 거쳐 정규직 사원이 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미생>의 장그래는 '낙하산'으로 입사했고, 스펙이 부족해 회사 내에서 홀대 받거나 정규직이 되지 못할 처지에 놓여있다. 물론 인턴은 사회생활을 경험하는 기회를 주는 데 의미가 있는 제도지만, 어쩌면 그게 전부일 것이다.

인턴을 거쳐 계약직이 된 장그래는 입사 여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회사 업무에 애정과 열의를 보이고 있다. '우리 회사'라는 표현을 써서 사장에게 의외의 감동을 준 장그래가 현실의 벽을 넘어 마침내 정규직이 되는 결말을 맞이한다면 어떨까.

물론 리얼한 회사생활을 그리고 있어 호평을 받은 드라마이기에 어울리지 않는 결말일 수도 있지만, <미생>도 어떤 면에서는 '샐러리맨 판타지'다. 이런 대기업에 오상식 차장(이성민 분)같이 비정규직을 신경써주는 상사가 어디 있겠으며, 김대리처럼 친형 같은 사수를 쉽게 볼 수 있겠는가.    

예측3 -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열린 결말

 지난 6일 16회를 방송한 <미생>은 종영까지 4회를 앞두고 있다.

지난 6일 16회를 방송한 <미생>은 종영까지 4회를 앞두고 있다. ⓒ CJ E&M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 화제의 드라마로 부상한 <미생>에서는 비정규직의 고초를 대변해야 하는 일종의 책임감 내지는 의무감이 엿보이기도 한다. 특히 이야기가 중반을 지나는 최근의 에피소드들에서 그런 부담감 같은 것이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초반에서 중반까지의 탄탄함이 다소 늘어지면서 장그래나 다른 원 인터내셔널 임직원들의 캐릭터적 이야기보다는 사회 현실 반영적 메시지들이 강조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공감이 되면서도, 끝으로 갈수록 다소 암울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예측해보는 장그래의 행보는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막을 내리는 열린 결말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둑기사나 정규직이 되는 가능성을 남겨둘 수 있다는 점에서는 효율적이지만, 그런 식의 여지를 암시하면서 행복한 결말을 내놓는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물론 원작자도 장그래가 회사의 중역이 되는 결말은 아니라고 표현한바 있으며, 비정규직이지만 상사와 동료들에게서 신뢰받는 장그래로 남는 것도 나쁘진 않을 수 있다.

장그래가 비정규직인 상태에서, 또는 비정규직인 채 퇴사하며 끝난다고 해도 슬퍼할 일만은 아니란 얘기다. 이미 장그래는 원 인터내셔널에서 소중한 경험들을 쌓아 자신감을 키웠다. 상사와 동료들을 겪으며 새로운 지인도 생겼고 자신을 좋아하는 여인까지 생겼다.

평생 바둑만 알던 그에게 원 인터내셔널에서의 경험은 이후 어떤 일을 하더라도 밑거름이 될 것이다. 그저 계속 일이 하고 싶은 그래로서는 비정규직이냐 정규직이냐보다 중요한 게 있을지도 모른다. 비정규직이더라도,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정규직 못지않게 행복할 수 있는 것, 진정 장그래가 바라는 건 그런 결말 아닐까. '완생'이 되지 못한 '미생'을 다루는 이 드라마의 해피엔딩은 결국 우리 모두의 몫이기도 할 테니까.

미생 장그래 임시완 이성민 계약직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