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유희열의 원맨 프로젝트인 토이의 7집 <다 카포>(Da Capo) 재킷 사진

가수 유희열의 원맨 프로젝트인 토이의 7집 <다 카포>(Da Capo) 재킷 사진 ⓒ 안테나뮤직


|오마이스타 ■취재/이언혁 기자| 지난 2007년 6집 < Thank You(땡큐) >를 발표한 지 7년.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진행을 맡고,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 시즌3의 심사위원이 되고, tvN <꽃보다 청춘>을 통해 페루로 여행을 떠나 소년처럼 그 순간을 즐기는 유희열의 모습을 보노라면 "6집 이후 음악을 안할 줄 알았다"는 그의 말이 엄살처럼 들리곤 한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피아노의 화음이 이어지는 연주곡 '아무도 모른다'와 이적의 보컬으로 힘을 더한 'Reset(리셋)'을 들으면 그동안 숱하게 고민했던 시간을 어렴풋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적의 목소리를 빌려 "무너져도 쓰러져도 빛을 잃어도 네가 있다면 노래할게"라는 구절이 전달되면 3년 동안 준비하고 한 곡당 100번 정도 수정했다는 새 앨범의 제목이 왜 < Da Capo(다 카포) >(악보에서 처음부터 되풀이해서 연주하라는 뜻으로 약자 D.C.로 쓰임-기자 주)인지 알 수 있다.

40대 들어 처음 음반을 내놓은 유희열은 발라드 곡을 써달라는 요구를 받을 때마다 거절해왔다. 토이 표 발라드를 듣고 싶어 하는 이들은 여전히 많지만, 청춘 드라마 같은 감성은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타이틀 곡 '세 사람'을 쓰며 비로소 '내가 제일 잘하는 게 이런 스타일이구나'를 깨달았다. 그는 "김동률의 발라드는 대륙적이고, SG워너비와 바이브의 노래는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다"면서 "반면 내 발라드는 애잔하지만 절제된 감성이 담겼다"고 했다.

"내가 부른 '취한 밤', 신해철 보내던 밤에 취해서 썼다"

미리 들어본 토이의 정규 7집 < Da Capo >는 이적부터 악동뮤지션 이수현, 성시경, 김동률, 크러쉬, 빈지노, 다이나믹듀오, 자이언티, 김예림, 권진아, 선우정아 등 객원가수들의 화려한 라인업과 달리 유희열의 감성을 그대로 지닌 곡들로 가득했다. '뜨거운 안녕'의 심화학습 편이라는 'Goodbye Sun, Goodbye Moon(굿바이 선, 굿바이 문)', '좋은 사람'의 10년 후 버전인 '세 사람', 김동률이 "이 곡 아니면 안 부르겠다"고 했던 '너의 바다에 머무네' 등은 기대했던 토이의 색깔 그대로다.

반면 아메바컬쳐 식구들이 총출동한 'U&I(유앤아이)'와 '인생은 아름다워'는 참여한 가수들의 명단이 공개된 후 '힙합일 것'이라고 예상됐던 것과 확연히 다르다. "힙합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한다"는 유희열은 "'인생은 아름다워'는 퓨전 재즈에 가까운 곡인데 나도 '어떻게 완성해낼 수 있을까' 미지수였다"고 고백했다. 신나는 곡을 원했고, 그에 걸맞은 결과물이 나왔다. 유희열은 "개인적으로 이 곡이 앨범에서 가장 흥미롭다"면서 "최근에 제일 많이 듣게 되는 노래"라고 전했다.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정규 7집 음악감상회를 연 유희열

1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처에서 정규 7집 음악감상회를 연 유희열 ⓒ 안테나뮤직


'피아니시모' '그녀가 말했다' '언제나 타인'에는 여성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유희열은 "김연우나 김형중 등과 작업하지 않았다고 '배신했다'고 실망하시는 분들도 있더라"면서 "내가 아는 범주 내에서 가장 이 곡과 잘 어울리는 가수를 찾았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선우정아를 존경하는 아티스트로 꼽은 그는 "'언제나 타인'은 1960, 70년대 이탈리아 에로 영화의 OST처럼 만들려고 했다"면서 "처음 나온 가사가 너무 야해서 조금 순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와 '취한 밤'은 유희열이 직접 불렀다. '우리'가 유희열의 이야기를 담았다면, '취한 밤'은 신해철이 세상을 떠나던 날, 술에 취해서 쓴 곡이다. 유희열은 "술을 잔뜩 마시고, 집에 와서 뭘 끄적이다가 곡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직업이 잔인하게 느껴지는 게, (신)해철이 형은 세상을 떠났지만 나는 그 감정으로 곡을 쓰더라"면서 "참 그 형 답더라. 과거에 나를 라디오 <음악도시>로 불러준 형이었는데 가는 상황에서도 내게 곡을 한 곡 주고 갔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객원 가수와 호흡..."그들일 수밖에 없었다"

유희열은 토이의 이번 음반에서 가수들을 그야말로 '혹사'시켰다. '스토리텔링'이라는 이유로 가사가 쏟아지는 곡을 소화하기 위해 성시경은 열흘 동안 담배를 끊었을 정도. 그 결과, "오빠 돌아왔어요"라고 자신 있게 소리칠 수 있을만한 곡이 나왔다. 이적도 'Reset'을 부르며 "내 음역이 아니다"면서 중간에 몇 번이나 포기하려고 했다고. 반면 자신이 부른 '우리'와 '취한 밤'은 음역의 폭이 넓지 않은, 안정적인 곡이다.

37살에 발표한 지난 6집에서 세상의 흐름과 떨어져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은 관조적인 태도를 취했다면, 이번에는 오히려 현역 선수 같은 느낌을 보여주려고 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만난 후배 가수들과 교류하면서 이번 앨범에서 함께 호흡했고, 한 편의 작품을 만들어냈다. 그러면서 동시대를 보낸 이적, 김동률과 처음으로 한 앨범에 이름을 올렸다. 유희열은 "예전처럼 뾰족한 부분이 많이 사라지면서 둥글둥글해졌다"면서 "무장 해제돼서 속마음을 많이 털어놨다"고 했다.

"토이의 앨범은 사실 '민폐'다. 이적, 김동률의 소속사 대표도 두 사람은 카니발로 못 묶는데 내 앨범에 모두 참여했고, 다이나믹듀오와 자이언티, 크러쉬도 함께 했다. 작업하면서 이제는 콜라보레이션이 비즈니스적으로 일반화돼서 점점 어려워진다는 것을 느꼈다. 많은 가수들과 함춘호씨 등 연주자들, 함께 프로듀싱한 페퍼톤스 신재평군 등 많은 이들이 바쁜 와중에도 시간을 내줘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정말 감사하다."

컴퓨터 앞을 떠나, 다시 피아노 앞에서 손으로 악보를 그려 가수들에게 나눠주고 녹음했다는 유희열은 토이의 정체성에 대해 "마치 라디오 DJ가 되어서 선곡하면서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담고 싶은 어법을 가장 잘 어울리는 틀과 가수를 찾아 들려주는 것이 토이의 역할이다.

"1990년대의 음악적인 치열함을 담고 싶어서, 가장 잘하는 것을 찾았다"는 유희열은 "노래를 들으면서 한 장면이라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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