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일본, 한국에선 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포스트시즌이 진행되고 있다. 한 시즌 내내 흘린 굵은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중요한 경기인 탓에 스포츠를 사랑하는 이라면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은 당연한 일.   

덕분에 박진감 넘치는 승부의 세계와 그 속에 숨겨진 감동은 오랜 기간에 걸쳐 <메이저리그>(1989), <머니볼>(2011) 등 다양한 성격의 '야구 영화' 제작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동안 할리우드가 선보였던 여러 야구 소재 영화들에는 어떤 작품이 있었는지 간략히 살펴보자.

그라운드의 전설을 부활시키다

10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메이저리그는 수많은 스타 선수들을 배출하면서 하나의 신화로 만들어냈다. 전설의 홈런왕 베이브 루스, 전설의 타격왕 타이 콥, '철인' 루 게릭, 최초의 흑인 메이저리거 재키 로빈슨의 삶은 후일 영화로 옮겨지면서 진한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영화 '42' 포스터

영화 '42' 포스터 ⓒ Warner Brothers

<42>(2013)
재키 로빈슨은 백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메이저리그에 처음 등장했던 흑인 선수였다. 그를 시기하던 백인들의 살인 협박, 동료들의 시샘에 시달리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지만, 신인왕과 MVP를 잇달아 수상하면서 그는 흑인들의 자존심을 훌륭히 지켜냈다. (그의 번호 42는 메이저리그 전 구단 영구결번)

이러한 재키 로빈슨의 이야기를 <LA컨피덴셜> <미스틱 리버>의 시나리오를 쓴 브라이어 헬겔런드 감독이 영화로 옮겼고 신예 채드윅 보스먼이 로빈슨 역으로 출연,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미국 흥행에도 비교적 성공했지만 아쉽게도 한국에선 미개봉이다.

<야구왕 루 게릭>(The Pride of the Yankees, 1942)
지금은 그의 이름을 딴 질병의 이름으로도 기억되는 '철인'(2130 경기 연속 출전), 루 게릭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으로 그의 사망 이듬해인 1942년, 역시 은막의 전설 게리 쿠퍼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비교적 할리우드 초기 작품이지만 현대 야구 영화의 효시격으로 지금껏 평가를 받고 있다.

<베이브>(1993)
루 게릭과 더불어 1920~30년대 뉴욕 양키스 타선을 이끌었던 홈런타자 베이브 루스의 삶을 다뤘다. 뚱뚱한 외모의 연기파 배우 존 굿맨이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외모로 출연, 관심을 모았지만 흥행에선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타이 콥>(1994)
호타준족의 타격왕이자 한때 메이저리그 최다안타 기록을 보유하기도 했던 타이 콥의 굴곡졌던 인생도 후일 영화로 제작되었다. <도망자>로 주가 상승중이던 토미 리 존스가 나름 열연을 펼쳤지만 비평가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흥행 실패했다.

험난한 유망주 발굴, 스카우트의 길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기본적인 사항 중 하나는 바로 신인 선발이다. 이러한 업무를 담당하는 스카우트들의 애환은 적잖은 숫자의 작품 제작으로 이어진 바 있다.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포스터

영화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포스터 ⓒ 워너 브러더즈 코리아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2012)
노장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사선에서>(1993) 이후 근 20년 만에 자신이 연출작이 아닌, 다른 감독 작품에 출연해서 관심을 모은 영화다. 나이 먹고 감에만 의존한 노장 스카우트를 중심으로 그와 갈등하고 살아온 외동딸, 그리고 온갖 데이터로 중무장한 신예 스카우트들과의 경쟁을 통해 벌어지는 이야기를 잔잔하게 그려냈다. 에이미 아담스, 팝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함께 출연했다.

<스카우트>(1994)
우리나라에서도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등장한 적이 있지만 미국의 이 영화는 180도 성격이 다른 코미디 물이다. 신인 발굴에 실패하고 한직으로 밀려난 뉴욕 양키스 소속 스카우트가 중남미, 밀림이 우거진 오지에서 160km를 훌쩍 넘기는 강속구 투수를 발견하고 그를 미국으로 데려오지만 막상 그의 선수 적응은 순탄치 않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이라> 시리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브랜든 프레이저, <브로드캐스트 뉴스> 앨버트 브룩스가 주연을 맡았다.

<밀리언 달러 암>(2014)
야구 불모지 인도에서 유망주를 찾아라! 야구와는 전혀 거리가 먼 인도의 시골 마을에서 무시무시한 강속구를 던지는 청년들을 데려와 메이저리거로 키우겠다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다소 엉뚱한 이야기를 그렸는데, 놀랍게도 이 내용은 2007년 유명 에이전트 J.B번스틴의 실화를 바탕에 둔 것이었다. 스포츠 영화 특유의 감동과 디즈니 영화다운 잔잔한 감성을 덧붙인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다.

어린이들의 꿈을 실현시키다

성인 선수들의 주요 무대인 프로야구지만, 1990년대 들어선 어린이들을 주인공 삼아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기도 했다. 어린이 선수, 구단주, 감독이라는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과 해피엔딩이라는 다소 뻔한 결말로 이어진 탓에 비평가들에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보는 이들에겐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는 데 성공했다.

 '외야의 천사들' DVD 표지

'외야의 천사들' DVD 표지 ⓒ 클레버컴퍼니

<외야의 천사들>(1994)
고아나 다름없는 소년 로저는 자신이 응원하는 캘리포니아 에인절스(현 LA에인절스)팀이 우승하면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다는 아버지의 말을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이 팀의 현실은 월드시리즈 우승과는 전혀 거리가 먼 '만년 꼴찌팀'. 그런데 로저의 소원을 들은 천사들의 도움으로 에인절스는 승승장구하기 시작한다. 

말도 안되는 황당 스토리이지만 도전을 향한 신념과 용기가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영화의 주제만큼은 결코 비현실적이지 않았다. 지금은 할리우드의 잘 나가는 스타 중 한명이 된 조셉 고든-레빗의 아역 시절 대표작이기도 하며, <리썰 웨폰> 대니 글로버가 우직하지만 고아 소년들을 위해 애쓰는 감독으로 등장한다.

<루키>(1993)
동네 리틀 야구단의 고만고만한 꼬마 선수가 갑작스런 부상을 당한 후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뿌리게 되면서 프로팀에 입단, 승승장구한다는 다소 황당한 줄거리의 가족 코미디 영화. 실제 우승과는 거리가 먼 시카고 컵스가 극 중 주요 무대로 등장을 했고, <나홀로 집에>의 '어리숙한 도둑' 대니얼 스턴의 감독 데뷔작으로 제작되었다.

<미네소타 트윈스>(1994)
갑작스런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의 구단주가 된 12살 소년 빌리의 성공담을 그려낸 코미디. 어린이 구단주의 등장을 선수단이 환영할리 만무했고 이어진 불화로 인해 빌리는 급기야 팀의 감독 자리까지 도맡아야만 했다. 

1990년대 초반 촉망받는 아역배우 중 한명이었던 루크 에드워즈의 깜찍한 연기와 제이슨 로바즈, 데니스 파리나, 케빈 던 등 노장·중견배우들의 호흡이 인상적이었다. 

덧붙이는 글 기자의 블로그 httpL//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야구영화 메이저리그 베이브루스 루게릭 포스트시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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