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

▲ 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 ⓒ 예술의전당


판사의 법복을 벗고 은퇴한 노교수는 어느 날 문득 연기를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난다. 노교수는 연기를 배우고 싶은 마음에 희곡작가이자 연출가인 유진원에게 연기 개인 레슨을 해주는 조건으로 하루에 백만 원의 수업료를 제안한다. 하루 백만 원의 수입을 마다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이상하다. 보통의 연기 수업이라면 연습실 같은 빈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게 맞겠지만, 노교수가 제안하는 레슨 장소는 무인도다. 아무리 거금의 일당을 받고 하는 연기 수업이라고는 하지만, 이상해도 한참 이상하다. 노교수는 대체 무슨 생각을 갖고 유진원에게 연기 수업을 받으려고 하는 걸까.

연극 <수상한 수업>의 노교수 역은 1977년에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 하랴>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박웅이 연기한다.

"2인극, 관객 이목 집중되는 만큼 긴장감 크지만 보람도 있어"

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과 유진원을 연기하는 김재만

▲ 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과 유진원을 연기하는 김재만 ⓒ 예술의전당


- 보통의 연극이라면 캐릭터가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수상한 수업>은 단 두 명의 배우가 극을 이끌어 가야 해서 부담이 만만치 않을 텐데.
"처음에는 <수상한 수업>이 2인극인 줄 몰랐다. 그리고 2인극이 이렇게 어려울 줄도 몰랐다. 아주 힘들겠다 싶으면 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수락한 건 2인극에 도전해보고 싶어서다. 배우라면 경력이 10년이든, 20년이든 새로운 작품을 만나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 처음부터 겁먹지 말고 하자는 심정으로 도전하고 있다.

배우는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켜야 한다. 이런 몫이 배우에게는 부담이 되면서도 연기를 해 나가면서 무대에서 이루어지는 성취감은 크다. 2인극은 관객의 이목이 단 두 명의 배우에게 집중된다. 책임감도 그만큼 크다. 그래서 보통 연극에 비해 긴장감이 크다. TV 드라마 작업이든 영화든, 배우가 긴장감을 갖고 연기할 때가 작업이 끝나고 나서도 보람도 많다."

- 노교수는 연기 발성도 안 되면서 굳이 유진원에게 연기를 배우려고 한다.
"노교수는 사연이 있는 남자다. 과거 노교수의 딸이 유진원의 아버지에게 희생됐다. 노교수의 딸을 죽인 범인은 형무소에서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유진원은 노교수의 딸이 죽은 것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

하지만 왜 범인의 아들을 지목했을까. 노교수는 유진원을 미워하지 않았다. 노교수는 법관으로 있다가 은퇴하면서 유진원이 6살부터 자라오는 과정을 쭉 보아왔다. 형무소에 수감된 범인이 아무리 미워도 범인에게 직접 복수를 할 수는 없다. 형무소에 수감된 유진원의 아버지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주고 싶어서 복수를 위한 오랜 계획을 가지고 유진원에게 접근한 것이다." 

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

▲ 수상한 수업 에서 노교수를 연기하는 박웅 ⓒ 예술의전당


- 성우를 하다가 연기자가 되었다.
"동아방송에 입사할 당시에는 라디오 방송이 활발하던 때였다. 입사해서 성우로 활동하며 살펴보니 모든 것의 뿌리가 연극과 연관되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성우는 얼굴 없는 배우다. 왜정 시대부터 연류된 용어가 성우다. 배우의 '우'에 소리 '성' 자가 합쳐진 단어가 성우다. 직역을 하면 '소리 배우'다. 하지만 '소리 배우'라는 건 없다. 액터, 배우가 된다.

라디오 시대가 지나가면 영상이 주가 되는 시대로 접어든다. 스위스의 독일어권 극작가 뒤렌마트 같은 경우 라디오 드라마를 많이 집필했다. 작품을 구상할 때에는 이 작품이 청취자에게 괜찮겠는가를 염두에 둔 시놉시스 발표회를 갖는다.

발표회에서 긍정적인 시놉시스, 이를테면 이 시놉시스는 다룰 만하다는 평가가 나오면 그 시놉시스를 갖고 연극이나 소설로 만든다. 대본을 작성하고 바로 작품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발표회를 통해 검증된 시놉시스로 영화나 연극을 만드는 게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이렇게 만든 독일의 초창기 작품이 우리 극단 무대에 많이 오른다.

성우 초창기에는 신인이라 성우 분량이 많지 않았다. 장민호, 윤일봉, 최무룡, 백성희, 최은희 선생님 등이 기라성 같은 성우로 활동을 많이 했다. 성우 동료들 역시 동국대, 중앙대, 한양대 등 연극영화과 1기생이 많았다.

제 나이 위의 선배들은 연극영화과가 없어서 다른 과를 이수하고 연기를 하신 분들도 있었다.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하고 넘어온 분들이다. 지금까지 활동하는 분들이 박정자, 사미자씨 등이다. 방송국 PD도 연극 무대에서 연기하는 분이 많았다. 연극하는 분들이 방송계 곳곳에서 중요한 몫을 할 때가 많았다. 방송을 해도 연극하는 분들과 만나게 되어서 성우였지만 연기와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박웅 수상한 수업 연극 김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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