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연예인들이 학교생활을 다시 체험하는 것만으로 어떤 예능적 재미를 뽑아낼 수 있을까?' 싶었던 JTBC <학교 다녀오겠습니다>가 무던한 출발을 보였던 가운데, 두 번째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포스터

JTBC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포스터 ⓒ JTBC


두 번째 학교로 선정된 곳은 신장고등학교. 지난 선정고등학교 편과는 다르게 남녀공학이면서 남녀 합반을 하는 곳이다. 똑같은 남녀 공학이지만, 이전의 학교와 다른 남녀 합반은 그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예능적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전편의 허가윤과 강준 대신 배우 홍은희와 2AM 조권의 가세도 새로운 재미 포인트다.

'선비'같은 남학생들과, '삐삐'같은 여학생들의 대조적인 모습에서부터, 남녀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공기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요즘 학생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남녀공학이라면 일어날 수 있는 '누가 누구와 사귄다'라는 흔한 해프닝에서 그것이 알려지면 전 국민이 알게 된다며 조심하는 학생들의 예능감도 색다른 묘미다. 여학생이 남학생 앞에서 반바지 위에 걸쳐 입은 치마를 불쑥 벗는 게 더 이상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문화 충격은 덤이다.

매점이 없다거나, 실내화를 신어야 한다는 등 달라진 환경에 조금은 당황하면서도, 이미 학교생활을 한번 체험한 성동일 혜박 윤도현 등은 이미 그 이전 학교에서부터 일관해온 자신의 캐릭터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선배 같기도 하고, 때로는 아버지 같기도 한 성동일의 여유로움. 일단 '매점'부터 찾고 보는 기센 '짱' 같은 혜박의 적극성. 모범생 모드로 일관하지만 맞춤법 맞추기 등에서 좌절하고 마는 윤도현의 절치부심은 이젠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예능적 기반이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편에선 이들보다도 새롭게 학교생활을 시작한 홍은희와 조권의 적응기에 비중을 두었다. 오랜만에 학교를 다시 찾은 홍은희는 간밤 잠을 설치다 그 누구보다도 먼저 등교해버린 바지런함과 서글서글함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자신과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짝꿍에게 학부형 같은 질문을 연신 던지며 다가가고, 한때 날리던 실력으로 공기 판을 휘어잡는가 하면, 어머니의 마음을 그린 안도현의 시에 눈물을 보인다.

아직은 서른다섯 나이에 이제 겨우 12살과 6살의 아이들을 둔 젊은 엄마이지만, 홍은희의 모습은 신장고등학교 학생들의 실제 어머니가 그 자리에 와도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어미 게가 스며드는 간장을 견디다 못해 뱃속의 알들에게 '이제는 잘 시간이야'라고 말한다는 시인의 표현에 눈물을 흘리는 모성은, 그저 연예인의 신기한 학교 체험을 넘어서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의 백미를 이룬다.

 JTBC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 중인 배우 홍은희

JTBC 예능 프로그램 <학교 다녀오겠습니다>에 출연 중인 배우 홍은희 ⓒ JTBC


학부형 모드로 일관한 홍은희와 달리, 아이돌 그룹인 2AM의 조권은 백발에 가까운 획기적인 헤어스타일로 교문에서부터 수업 시간에 이르기까지 논란의 중심이 된다. '교칙'을 위반한 조권의 머리는 그것이 그가 출연하는 뮤지컬 때문에 불가피한 것이지만, 그것이 '학교'이기에 문제가 된다. 덕분에 아이돌 수업을 받기 위해 제대로 즐기지 못한 학창 시절을 제대로 맛보겠다는 조권의 야심찬 의도는 첫 날부터 삐걱대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권이 누군가, 그 누구보다도 오랜 연습생으로서의 시간을 견디며 '깝권'으로 재탄생되었던 이 아이돌은, '차라리 자신도 여자 친구로 봐 달라'는 특유의 적응력과 체육 시간 한 시간 동안 모든 종목을 섭력해 보이는 열성으로 그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듯하다. 몇몇 인물들을 제외하고 출연자간의 개별적 특성이 그다지 부각되어 보이지 않았던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홍은희와 조권의 등장으로 전편에 비해 한결 풍부한 예능적 재미를 탑재한 느낌을 준다.

이제 겨우 두 학교를 방문한 것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을 연예인들의 학교생활 적응기에 할애하고는 있지만,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는 학교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려 준다. 그저 수능 시험 대비 장소로만 여겨졌던 학교에 생각 외로 다종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연예인들이 수업에 함께 하면서 따분하게 진도만 나가기보다는 이벤트 성 행사가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걸 감안한다 하더라도,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속 학교는 그저 수능 시험만을 위한 수련 이상의 풍부한 배움이 있다. 가사 시간의 바느질 하나조차도 보살핌을 받지 못한 신생아를 돕기 위한 의미 있는 행동이 되는 것을 보며, 아직도 우리의 교육 현장이 '산교육'을 향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며 그것을 위해 선생님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홍은희 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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