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은 백승기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손이용

11일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은 백승기 감독(오른쪽)과 주연배우 손이용 ⓒ 성하훈


"<명량>이 흥행하고 있지만 진정한 12척은 우리 영화다. 사실 우리 영화는 이순신 장군의 12척 배 옆에 있는 돛단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영화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

지난 11일 저녁 영화 상영 전 인사를 위해 극장을 찾은 백승기 감독은 몇 안 되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러 와주셔 고맙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상영 후에는 자신과 배우의 사인이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는 등 팬서비스도 아끼지 않았다.

180억 대작 영화 <명량>이 천만 관객을 넘어서던 날 독립영화 <숫호구>의 누적 관객은 1218명이었다. 아주 보잘 것 없는 수치일 수도 있지만 하마터면 묻힐 뻔했던 영화인지라 관객 한명 한명이 소중하고, 그래서 더 감사하고 싶은 감독의 마음은 다르게 와 닿았다. 

<해적>이 200만 관객을 넘긴 11일,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8만을 넘어서며 10만 도달을 예약했다. 영화를 수입한 전주국제영화제 관계자는 "20만도 기대해 보겠다"면서 들뜬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개봉 20일을 넘긴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적은 상영관에서 불구하고 관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초반에 비해 크게 줄어들지 않은 일일 관객 수는 영화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입소문이 좋은 것인데, 주말 전 10만 돌파가 확실한 상태다.

21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족구왕>은 <군도: 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 바다로 간 산적> <해무>를 잇는 5대 블록버스터라고 자부하고 있다. 일단 막강한 재미를 갖춘 게 이 영화의 힘이다. 언론시사회에 나온 감독과 배우들은 10만 공약을 내놓을 만큼 자신감을 내보였다.

영화 내내 빵빵 터지는 웃음과 젊은 대학생들의 사랑 등이 담긴 청춘영화지만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족구를 내세웠던 게 이 영화의 특징이다. <1999, 면회>로 주목받은 광화문시네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당시 전회 매진되며 큰 박수를 받았다.

여름 성수기 4대 블록버스터라 불리는 대작들의 흥행 속에  독립예술영화들의 고군분투가 눈에 띤다. 대작들이 스크린을 상당수 점령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패기와 열정으로 무장한 작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대작영화들에 묻혀 관심은 덜하지만 재미와 감동은 못지않다는 평가다.

하마터면 묻힐 뻔한 100만원 초저예산 C급 영화의 진수

 영화 <숫호구>의 한 장면

영화 <숫호구>의 한 장면 ⓒ 엣나인필름


<숫호구>는 애절한 짝사랑 이야기다. 30세가 넘도록 여자친구도 없고 섹스 한 번 못해본 승호가 동네 북카페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사랑앓이를 하는 내용이다. 우연히 아바타 실험에 참여하게 되면서 짝사랑에 전환점을 이룬다. 멋진 외형으로 만들어진 아바타의 모습으로 접근할 때는 좋아하던 여성이 자신의 본 모습으로 접근할 때는 아무 관심도 두지 않으면서 의기소침해 지고 힘들어 하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숫호구>는 '메이드인 인천' 영화다. 감독이 나고 자란 인천이 배경이다. 제대로 성글지 않았다 싶을 만큼 화면도 조악하고 어수룩하지만, 100만 원이란 초저예산으로 완성해 내 영화를 완성해 낸 감독의 역량이 놀랍기만 하다. 이게 다 인천 토박이로서 지역을 다져 놓은 덕분이었다.

원래는 500만 원 정도가 들어가야 했지만 주변의 적극적인 협조로 제작비를 더 줄인 것도 이 영화의 무용담이다. 배우들도 비전문연기자들이고 감독의 부모님이 직접 출연했을 정도다.

하지만 끊임없이 터지는 웃음은 이 영화에 은근한 매력을 갖게 만든다. 2012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출품돼 후지필름 이터나상을 수상할 만큼 장르영화로서 인정받았다. 그럼에도 배급은 꿈도 못 꾸고 있다가 엣나인필름(정상진 대표)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감독의 의지를 높이 사면서 관객과 만나게 됐다.

감독은 자신들의 영화를 B급도 아닌 C급영화라고 말한다. 황당한 설정이 많고 화면도 거칠지만, 호탕하게 웃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독의 무한한 재능이 느껴진다. 한 여성을 짝사랑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감독의 마음이 전달된다. 80분의 상영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진다는 게 특징이다. '숫호구 환불사태'라는 제목의 홍보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http://t.co/bTUWQTMrol)

꿈의 10만 향해 질주하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한 장면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한 장면 ⓒ 찬란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말을 잃은 채 살아가는 피아니스트 폴이 우연히 이웃 마담 프루스트의 집을 방문하면서 겪는 일들이 아름다운 동화 같이 펼쳐지는 영화로 평단과 관객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한창호 평론가는 "보테로와 마네, 보티첼리 등의 그림을 활용하여 영화를 풍부하게 해석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흥행속도를 보면 관객들의 지지가 어느 정도인지 바로 확인된다. 개봉 19일차인 11일 8만 관객을 돌파했는데, 12일까지 누적 8만 5667명을 기록했다.

8만 돌파 기록은 지난해 다양성영화 중 최고 인기작이었던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보다 5일 빠른 수치이며, 올해 흥행작 <인사이드 르윈>과는 하루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재 40개 정도의 스크린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다양성 영화 '꿈의 10만'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개봉 이후 시간이 흐른 가운데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을 만큼 뒷심이 만만치 않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가 수입한 작품이기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지금껏 전주영화제가 제작, 수입해 개봉한 영화들이 흥행과는 거리를 두고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젊은 영화인들의 패기 느껴지는 <족구왕>, 10만 기대

 21일 개봉하는 영화 <족구왕> 포스터

21일 개봉하는 영화 <족구왕> 포스터 ⓒ KT&G 상상마당


오는 21일 개봉하는 <족구왕>은 아예 대놓고 '10만 관객'을 외치고 있는 영화다. 그만큼 재미를 보장하고 있다. <1999, 면회>로 존재감을 드러낸 광화문시네마의 작품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앞으로 한국영화에 광화문시네마 시대가 올지 모른다는 예감이 들 정도로, 젊은 영화인들이 패기가 영화에서 느껴진다. 

<족구왕>은 군대에서 제대한 복학생이 취업 준비 등으로 삭막해진 캠퍼스 안에서 족구를 활성화하고 족구대회에 나서는 이야기다. 대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여대생과의 연애, 학내 구성원들 간의 사랑과 갈등, 그리고 화해가 버무려 있다. 우문기 감독의 말대로 "우울할 수도 있는 청춘을 웃기게" 담았다. 제목처럼 모든 매개는 '족구'다.

<족구왕>에는 가난한 고학생의 학자금 대출과 취업에 목매인 대학현실. 뻣뻣한 재단의 모습 등이 곁들여 있지만, 대부분이 코믹하게 그려졌다. SF 요소를 곁들인 판타지 영화의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도 이 영화의 특징이다.

사라진 족구장을 다시 만들려는 주인공 홍만섭의 노력과 현란한 실력으로 전직 국가대표 축구선수와의 족구대결에서 완승하는 모습은 영화 속 갈등의 출발이면서 흥미를 끄는 요소다. 족구를 즐기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애정이 듬뿍 갈 수밖에 없는 영화다.   

<족구왕>은 개봉에 앞서 지난 2일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상영돼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수상했다. 독립영화지만 대작 상업영화의 뒤를 잇는 5대 블록버스터라는 자신감이 결코 허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지난 8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감독과 배우들은 10만 관객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하나같이 공약을 내걸었다. 대부분이 영화를 본 관객들과 프리허그를 하겠다는 것. 영화에서 학교 홍보모델로 활동하는 여대생 안나 역의 배우 황승언은 "지난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차가 밀려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야심차게 내걸었던 비키니 프리허그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우리 영화가 10만이 넘는다면 극장에서 나오는 모든 분들과 프리허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숫호구 족구왕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독립영화 명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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