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고 있는 이지아의 모습.

▲ '힐링캠프' 자신의 결혼생활에 대해 담담히 털어놓고 있는 이지아의 모습. ⓒ SBS


지난 11일 밤의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이하 '힐링캠프)>가 화제다.

이날의 손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해 '단군 이래 그만한 스캔들은 이전에도, 현재도, 앞으로도 다시는 없을 것'이라는 바로 그(!) 스캔들의 주인공인 배우 이지아였다.

세간의 관심사 차분히 털어 놔 화제성과 시청률 잡아

이지아는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전남편이었던 서태지와의 힘들었던 결혼생활에 대해 입을 열었고, 그와 이혼 후 사귀었던 사람과의 만남과 이별 과정 등에 대해서도 털어 놓았다. 그리고 여러 일들을 겪은 후 부쩍 성숙해진 자신을 드러내며 무척이나 행복해 하는 모습이었다.

방송은 더할 나위 없이 나긋나긋하고 다정한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성형을 했느냐", "'빽'으로 배우가 된 것이 아닌가" 등, 진행자들의 질문은 때로 무례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님의 대답은 전체적으로 물 흐르듯 유연했고, 그것들이 결코 진실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진솔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삶이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로 인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고, 잘못된 선택의 결과로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했던 시간들에 대해서도 담담히 털어놓았다. 시간 내내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갔음에도, 여전히 그에게는 미처 말하지 못한 사연이 많이 남아 있는 듯했다.

이지아의 이야기가 그간 많은 이들이 궁금해 하던 것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전반적으로 조용했던 방송의 분위기와는 달리, 그 내용에 대한 세간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한동안 여러 포털사이트의 검색어 순위에서는 관련인들의 이름이 사라질 틈이 없었고,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그의 발언에 대한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았다.

이날 <힐링캠프>의 시청률은 7.9%(닐슨코리아 제공)로 전 주에 비해 1% 상승했다. 게스트에 의해 시청률이 좌지우지되는 일이 많은 이 방송으로서는 꽤나 성공적인 것이었으며, 극단의 화제성까지 덩달아 챙겼으니 일석이조였던 셈이다.

일방통행 식의 '힐링'이 성공의 공식 될까 우려

방송뿐 아니라, 이지아로서도 잃은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날의 방송은 그에게 얹혀 있던 정체 모를 소문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였고, 달관한 듯 담담한 말투와 태도는 적절한 언어 구사 능력과 더불어 신뢰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한마디로 프로그램과 손님, 양쪽이 다 이득이었다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언제나 일방의 이야기는 합리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프랑스의 학자 장 보드리야르는 '대중 매체에서는 새로운 실체인 초실제가 만들어지며, 그것은 이미지에 이미지가 뒤섞인 환영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그것은 외부의 실제에 뿌리를 두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한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인 존 톰슨은 '미디어 이미지는 말하기와 다시 말하기, 해석과 재해석, 논평, 비웃음, 비판 과정을 거쳐 변형된다'고 말했다.

그 진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는 그 어떤 근거도 없는(이지아의 이야기가 거짓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상태에서라면 대중들의 반응이 엇갈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이지아가 털어놓은 것들에 대한 많은 이들의 공방은 그 결론에 도달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얘기다. 아니, 불가능하다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이번 <힐링캠프>는 과연 진정한 의미의 '힐링'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일까? 아니라면 일방적인 토로를 통해 소모적인 공방만을 불러 모은 것은 아닐까. 상업적 이해가 공공의 이해를 압도하는 상황이 된 것은 아닐까. 방송의 성공을 통해 앞으로도 일방통행 식의 '힐링'이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시점이다.

힐링캠프 이지아 서태지 정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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