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28년 만에 금메달에 도전할 축구 대표팀 명단이 곧 확정될 예정이다.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는 12일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회의를 열고 아시안게임 엔트리(참가자 명단)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 최종명단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손흥민(레버쿠젠)의 합류 여부다. 현재 만 22세인 손흥민은 23세 이하 위주로 구성되는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차출가능한 연령대로 포함된다. 이미 이광종 아시안게임(AG) 대표팀 감독이 손흥민의 발탁 의사를 분명히 밝힌 바 있어서 최종명단의 한 자리를 차지할 것은 확실시된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하루 앞둔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공항을 나가던 중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구단 바이엘 레버쿠젠의 손흥민이 FC서울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지난 7월 29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 공항을 나가던 중 팬들을 향해 미소를 짓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 카드, 축구 엔트리 논란 불씨 될까

문제는 소속팀 레버쿠젠의 동의다. 아시안게임이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 차출 규정에 적용되지 않는 대회이기 때문에 구단에서 출전을 허락해야만 합류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레버쿠젠 구단은 지난 한국 투어 때 손흥민의 아시안게임 차출에 대한 공식입장을 분명히 밝히지 않았다. 분데스리가와 유럽챔피언스리그 개막이 임박한 상황에서 팀의 주축 선수인 손흥민의 장기차출을 섣불리 허용하기가 부담스러운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아시안컵의 경기 시점이다. 아시안컵은 불과 4개월의 격차를 두고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린다. 1월이 분데스리가의 휴식기라고는 하지만 후반기를 대비한 팀훈련과 재정비가 이어지는 시즌의 연장선이다. 레버쿠젠 입장에서는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시안컵까지 손흥민을 내줘야 할 경우, 거액을 주고 영입한 팀의 주축선수를 1시즌의 절반 가량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막대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 손흥민 '혹사 논란' 역시 배제 할 수 없다.

손흥민의 차출 여부는 대단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문제다. 원칙적으로 대회 자체의 비중으로 본다면 연령대별 대표팀이 출전하는 종합대회인 아시안게임보다 정예 A 대표팀이 나서는 대륙별 선수권인 아시안컵이 더 중요하다. A매치인 아시안컵 성적이 FIFA랭킹에도 반영되는 데다 우승팀에는 다음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권도 주어진다. 축구 선진국들의 경우, 보통 연령대별 대표팀과 A대표팀의 차출 범위가 겹치는 선수는 상위 레벨인 A대표팀에만 전념하도록 한다.

하지만 한국스포츠에서 아시안게임의 특수성을 무시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병역혜택'이라는 민감한 문제 때문이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엔 병역혜택이 주어진다. 손흥민과 비슷한 나이의 선수들에게는 이번 대회가 사실상 연령제한에 얽매이지 않고 병역혜택을 노려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우승 가능성도 매우 높다.

손흥민은 지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 런던올림픽에서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몇몇 특출한 선수라면 와일드카드(정상적인 방식으로는 플레이오프에 진출을 못했지만, 특별한 방식으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팀 또는 선수)로 훗날 다시 기회를 노릴 수도 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확률이 더욱 희박해지는 게 사실이다. 한국축구의 '보물'로 꼽히는 손흥민이 장기적으로 유럽무대에서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병역혜택은 절실하다. 축구팬들 중에서도 이번만은 손흥민을 배려해 아시안게임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이 적지않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의 손흥민 동시 차출은 무리가 있어보인다.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의 손흥민 동시 차출은 무리가 있어보인다. ⓒ wikipedia


유럽-국내 구단 차별로 읽힐수도... 축구협회 역할 중요

하지만 여론만으로 섣불리 결정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일단 현재 A대표팀 감독이 부재인 상황이다. 새로운 감독이 선임될 경우 당장 내년 1월 아시안컵에서 첫 데뷔전을 치러야 한다. 시작부터 FIFA 규정과는 무관하게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손흥민을 아시아게임엔 부르고 아시안컵에는 차출하지 못하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전력 누수는 둘째치고 대표팀 감독의 고유권한에 대한 침범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될 수 있다. 아시안게임 합류가 유력한 23세 이하 멤버들이나 와일드카드 후보들 역시 프로팀 소속이 대부분이다. 이들 중에서 아시안컵 멤버가 다수 나올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손흥민만 배려하고 다른 선수들은 아시안컵까지 이중차출이 가능하다면 피해를 입은 소속 구단들이 불만을 표시할 수도 있다. 국내 구단과 유럽구단을 대하는 다른 태도 때문에 차별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또, 주목받는 스타 선수가 병역혜택이 걸린 대회만 참여하고, 정작 중요한 A대표팀이 나서는 대회에 불참한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 병역 혜택이 걸린 대회에 가장 많이 참여했던 박주영(무소속)의 경우,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로 병역혜택을 얻기 전까지 2006년과 2010년 아시안게임에도 연이어 출전했으나 이듬해 2007, 2011 아시안컵에서는 부상을 이유로 연달아 불참해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최근 야구 엔트리 논란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대회 자체의 가치보다 '프로선수의 병역면제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따가운 시선도 있다. 축구 엔트리 과정에 기름을 끼얹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축구협회의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시점에서 손흥민과 레버쿠젠, 차기 대표팀 감독 모두가 만족스러운 해답을 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해서도 곤란하다. 우선순위를 분명히 정하는 것은 축구협회의 몫이다. 대표팀을 위해서는 손흥민이 가능한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에서 모두 차출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하나를 과감히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손흥민을 진정 한국축구의 중요한 자산으로 여긴다면 협회가 나서서 모든 책임과 부담을 감수하고 분명한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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