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첫 경기를 마친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의 순위는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다.

이번 대회 우승후보로도 거론되던 벨기에가 알제리를 꺾고 조 1위로 나섰고, 벨기에와 함께 16강행 티켓을 잡으려는 한국과 러시아가 1-1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렸다. 가장 월드컵 경험이 적은 알제리는 벨기에전 패배로 꼴찌가 됐다.

H조는 벨기에가 당연히 16강에 진출하고, 한국과 러시아가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일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경기 내용을 들여다 보니 이 같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벨기에가 비록 알제리에 2-1 역전승을 거뒀지만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으로 고전한 반면 알제리가 기대 이상의 탄탄한 전력을 선보이며 서로 비긴 뒤 알제리를 1승의 제물로 삼으려던 한국과 러시아를 긴장시켰다.

한국이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하려면 남은 2경기에서 모두 승리하면 된다. 1승 1무를 기록해도 상당히 안정권이다. 하지만 벨기에를 상대로 무승부조차 장담할 수 없고, 알제리도 절대 얕볼 수 없는 상대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경우의 수'가 더욱 복잡해졌다.

영국 <가디언>은 조별리그 1차전이 모두 끝난 뒤 발표한 '파워랭킹'에서 한국을 18위에 올려놓았다. 러시아보다 공 점유율과 패스 정확도가 뛰어났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러시아는 20위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1승을 거둔 벨기에가 12위로 가장 높았고 알제리는 26위를 차지했다. 1차전 내용만 놓고 본다면 4개 팀 모두 서로 물고 물릴 수 있는 관계다. H조가 '죽음의 조'로 불릴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한국, 두 대회 연속 '1승 1무 1패'... 결과는 딴판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승리를 위하여! 18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브라질월드컵 러시아전 거리응원에서 시민들이 열띤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 권우성


러시아와 비기며 승점 1점을 챙긴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 1승 1패를 기록해도 경우의 수에 따라 16강에 오를 수 있다. 물론 알제리가 아무리 복병이라고 해도 벨기에보다는 쉬운 상대다. 오는 23일 알제리와의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이유다.

한국은 앞서 두 차례 월드컵 모두 1승 1무 1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토고를 꺾은 뒤 프랑스와도 비기며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스위스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0-2로 완패한 한국은 스위스(2승 1무), 프랑스(1승 2무)에 밀려 조 3위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던 프랑스가 예상 밖의 부진을 겪으며 조 2위를 노리던 한국의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2010 남아공월드컵에서도 한국은 첫 경기에서 그리스를 2-0으로 완파했다.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1-4로 대패하며 먹구름이 드리웠지만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박주영의 극적인 프리킥 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결국 한국은 아르헨티나에 이어 조 2위를 차지하며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 전 프랑스와 달리 아르헨티나가 그리스, 나이지리아를 꺾으며 '정리'해준 덕분에 가능한 결과였다.

이처럼 조 2위를 목표로 하는 한국으로서는 이번에도 벨기에가 러시아를 꺾어주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드러난 벨기에의 경기력이 미덥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한국, 알제리 잡고 '벨기에, 러시아를 부탁해'

만약 한국이 알제리를 꺾더라도 다른 경기에서 벨기에가 러시아에 패하거나, 서로 비긴다면 H조는 엄청난 혼돈에 빠지게 된다. 마지막 상대로 벨기에를 남겨두고 있는 한국이 더욱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한국이 남은 경기를 모두 잡을 수 없다면 일단 알제리전에서 승리한 뒤 벨기에가 러시아를 꺾어주길 바라야 한다. 그리고 벨기에를 상대로 최소한 무승부라도 거두는 것이 16강으로 가는 가장 현실적인 길이다.

만약 한국이 러시아전에서 이근호의 선제골을 잘 지켜내 승리했다면 알제리를 꺾고 일찌감치 16강행을 결정지을 수도 있었기에 무승부는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하지만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일 뿐이다.

한국이 알제리전에서 비기거나 패한다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다. 하지만 한국에 패할 경우 탈락이 확정되는 알제리도 절박한 심정으로 경기에 나설 것이기에 결코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H조에서는 모든 경기가 끝나고 나서야 생존과 탈락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알제리는 오는 23일 오전 4시(한국시각) 서로의 운명이 달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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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월드컵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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