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의 '달인'에서부터 현재 SBS <정글의 법칙>의 '족장'까지, 김병만은 그 누구의 도움도 별반 필요 없는 사실상의 원맨쇼를 벌여왔다.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저런 이유로 그의 모습이 조금은 힘겨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병만, 그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연 어떤 점이 그럴까?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공식 포스터.

▲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공식 포스터. ⓒ SBS


김병만의 원맨쇼, 장점일까? 단점일까?

따지고 보면, 개그계에서 김병만의 위치는 조금 애매하다 할 수 있다. <정글의 법칙> 등 굵직한 프로그램을 이끌고는 있다지만, 진행 실력만을 놓고 본다면 유재석, 강호동, 신동엽 등과 비교하기 쉽지 않고, 그렇다고 개그맨으로서 폭발적 웃음과 재치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는 것.

하지만 김병만은 이른바 '몸 쓰는' 개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개그는 일종의 슬랩스틱이라 할 수도 있지만, 그는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자신의 온몸을 동원해 특징적이며 독창적인 결과물들을 종종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의 차별화를 이뤄왔다.

거의 말로써 웃음을 만들어내는 요즘의 추세와는 달리, 김병만은 말이 많지 않은 개그맨에 속한다. 그러한 그의 특징은 <정글의 법칙>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달인 시절에도 기발한 몸동작이 거의 다였지만, 족장으로서 부족을 이끌고 있는 지금도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부족원들의 대화에 가끔 추임새만을 넣을 뿐이다.

족장으로서 김병만의 존재감과 역할 수행능력은 <정글의 법칙> 내 능력치의 거의 반(혹은 그 이상)을 넘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어려워하는 일도 그의 손을 거치면 곧바로 이뤄지는 일이 많으며, 그에 따라 부족원들이 족장을 믿고 따르는 일은 당연시되곤 한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긍정적인 쪽으로만 흐르지는 않았는데, 미션의 대부분에 김병만의 힘이 필요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부족원의 역할은 줄어드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그러한 역학관계가 장기적으로 지속하다보니 족장은 족장대로 지쳐 보였고, 부족원은 스스로 잘 할 수 있을 일들임에도 왠지 수동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시청자들은 자의든 타의든 혼자 커다란 짐을 진 김병만에게 많은 격려와 응원의 말을 남기기도 했지만, 때로는 "힘들어 보인다. 쉬엄쉬엄했으면.", "다른 부족원에게도 일 할 기회를 줘라."는 등 걱정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브라질 사막에서의 멤버들의 모습.

▲ '정글의 법칙 in 브라질' 브라질 사막에서의 멤버들의 모습. ⓒ SBS


이제 힘 뺀 김병만, 그러나 부족의 중심 족장의 본분은 잊지 않아

한 예능을 이끌고 있는 사람으로서 김병만의 일거수일투족은 평범함에서 조금 빗겨나 있다. 그는 병만족의 중추지만, 부족원의 가운데에 잘 서지 않는다. <정글의 법칙> 관련 사진 등을 보면 그는 늘 부족원을 중심에 세우고 귀퉁이에 서 있곤 한다. 그것이 겸손함 등 그의 품성을 나타내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리더가 중앙에 위치하는 것이 관례라 보면, 그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말할 수도 있겠다.  

실제의 역할에서도 마찬가지다. 예능에서 지휘의 역할을 맡은 이에게 가장 많은 일이 할당되는 것, 특히 몸 쓰는 일의 중심이라는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사소한 허드렛일까지 도맡아 한다는 것은 자칫 족장으로서 카리스마를 잃을 수 있는 위험부담 또한 큰데도 말이다.

어쨌거나, 그간 김병만의 활달한 모습은 늘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모든 것에 관여하고 또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했던 그의 모습에는 부담감 또한 언뜻언뜻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김병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어발 같던 자신의 행동양식을 조금씩 제어해나가기 시작한 것. 그에 따라 부족원에게 할당된 일의 양은 자연스레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많은 일이 보다 분업화되고 있다. 따라서 일의 능률도 올라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왠지 힘겨워 보이던 김병만의 모습에는 요즘 들어 여유가 넘친다.

그러나 힘을 조금 뺐을 뿐, 김병만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방송 분량은 줄어들었지만, 그는 전과 다름없이 부족의 중심에서 지휘를 하고 있으며, 가장 힘들고 까다로운 일은 여전히 그의 몫으로 남아 있다. 부족원들 또한 족장에 대한 믿음과 존경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부족의 일이 비교적 공평하게 나뉘어져도, 그래서 화면에 그의 모습이 많이 잡히지 않아도, <정글의 법칙>의 족장 김병만의 존재감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아마도 그것은 그가 '힘을 뺀' 것이지, '힘이 빠진' 것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SBS 정글의 법칙 인 브라질 김병만 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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