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종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찬욱 감독과 정윤철 감독, 유지태 배우 등과 만나 영화계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지난 5월 29일 종로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찬욱 감독과 정윤철 감독, 유지태 배우 등과 만나 영화계의 요구사항을 듣고 있다. ⓒ 서울아트시네마


6.4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지만 영화계는 대체로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됐기 때문이다. 박 시장은 선거운동 기간인 지난 29일 서울아트시네마를 찾아 영화인들의 숙원 사업인 시네마테크 건립을 약속했다.

시네마테크는 이미 전에도 약속한 사안이었으나 박 시장의 재임여부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 영화인은 선거 전 "시네마테크 때문에라도 박 시장을 당선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시장은 영화박물관 건립에 대한 의사도 피력했다. 박 시장은 "부산에 있더라도 서울에도 영화박물관이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면서 관심을 나타냈다.

무난한 지원 예상 부산영화제, 새 시장 반기는 전주영화제

영화계에서 지방선거 결과에 가장 예민한 쪽은 국내에서 개최되는 영화제들이다. 부산·전주·부천·제천·청소년영화제 등은 지자체의 후원으로 열리고 있고 시장이나 구청장이 당연직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다. 따라서 단체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영향을 받게 된다. 시장의 간섭에 상승하던 영화제가 추락한 사례가 생겨난 적이 있어서다. 대부분 영화제들은 이번 선거 결과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맑은 날씨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온도차는 있어 보인다.

경기도는 새누리당 남경필 후보가 도지사에 당선됐으나 김문수 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던 DMZ다큐멘터리영화제가 조례 제정을 통해 사단법인으로 독립되면서 큰 영향은 받지 않게 됐다. 다만 다큐멘터리영화제의 성격 상 새로운 도지사가 김문수 지사만큼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는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는 서병수 부산시장 당선자 ⓒ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은 새누리당 서병수가 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해 영화제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부산영화제 관계자는 "새 시장님이 무난히 지원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게 선거 결과에 대해 촌평했다. 서병수 시장 당선자가 영화제의 주 무대인 해운대를 지역구로 하는 국회의원이었고, 해운대 구청장도 역임했다는 점에서 영화제는 허남식 시장만큼 관심을 기울여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서병수 당선자의 선거공약에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 전혀 없고, 문화 공약도 '예술인을 위한 문화-복지-고용 연계프로그램 추진' 등 정도에 불과해 빈약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문화계에는 부산시가 영화제만 지원해 준다는 불평도 나오는 상황이라, 국고 삭감 예산을 전액 시 재정으로 뒷받침해 준 현 시장만큼 영화제에 애정을 쏟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는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을 맡게 되는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 ⓒ 전주국제영화제


전주영화제는 김승수 후보의 당선을 반기는 모습이다.  경쟁했던 후보가 행정관료 출신으로 당선됐을 경우 대대적인 변화를 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전주영화제는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전반적인 구조나 지원을 재검토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전주영화제 관계자는 "결과에 흡족해 하고 있다"면서 "김승수 시장 당선자가 문화 쪽에 상대적으로 식견이 높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시장 재임시절 영화제를 만들었던 김완주 전북도지사 밑에서 부지사를 역임했기에 영화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도 영화제 측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부분이다. 새로운 시장이 영화제의 막후 실세로 알려진 지역 언론계 인사와도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 지역 문화 관계자들의 귀띔이다. 그간 전주영화제를 지원해 왔던 송하진 시장은 전북도지사에 당선됐다.

김만수 시장 재선 부천영화제 탄력 예상, 제천은 시장 교체

부천영화제는 김만수 부천시장이 무난히 연임에 성공하며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김 시장은 영화제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면서도 간섭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국내영화제들 중에서 최초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영화제 직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주목받기도 했다. 처우개선에도 지속적 관심을 나타내고 있는 등 영화제 환경을 안정적으로 변화시켰다. 김 시장은 "부천상동영상단지에 문화산업 집적화 기지를 구축하고, 부천영화제와 만화축제 등을 콘텐츠산업으로 전략적 육성하겠다"는 선거 공약을 밝히기도 했다.

 부천국제영화제 야외행사를 즐기고 있는 김만수 부천시장

부천국제영화제 야외행사를 즐기고 있는 김만수 부천시장 ⓒ 부천영화제


제천은 이번에 시장이 바뀌게 됐다. 새누리당 최명현 현 시장이 재선에 실패하고 새정치연합 이근규 후보가 새로운 시장으로 당선됐다. 제천영화제 측은 새 시장과의 소통에 기대를 걸면서도 이전과 비교해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10회를 맞지만 예산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관객들과 영화계의 반응과는 다르게 지역에서 영화제에 대한 안 좋은 여론이 형성돼 있는 것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부 시의원들이 영화제를 낭비성 행사인 것처럼 공격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제천영화제 관계자는 "영화제를 무슨 파렴치한 조직으로 인식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제천지역의 한 문화계 관계자는 "신임 시장이 고려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학생운동을 했고, 지역문인협회 회원이기도해 영화제에 좋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진보 교육감 당선에 청소년영화제 기대

 지난 6월 1일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독립영화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지난 6월 1일 광화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독립영화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나타내고 있는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 ⓒ 조희연 선거운동본부

서울시보다는 성북구청의 지원을 주로 받고 있는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는 김영배 구청장의 연임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지만 영화제 관련 논의가 선거 이후로 미뤄지며 어려움을 나타내고 있다. 8월말에 개최되는 영화제 일정상 예산 집행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진척이 더디기 때문이다.

또한 주 상영관인 아리랑시네센터와 개폐막식 장소에 대한 구청의 협조가 필수적이나 이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하다.

영화제의 한 관계자는 "상영관을 리모델링하면서 임시로 옮겨간 사무실도 다시 이전해야 하는데 공간 확보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구청 지원예산도 절반이상 삭감됐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새정치연합이 국회의원과 시의회 다수당을 형성하고 있지만 영화제 쪽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분위기다.

다만 교육감이 바뀌게 되면서 조희연 서울교육감 당선자가 청소년영화제에 관심을 나타내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은 엿보인다. 조 당선자는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지난 6월 1일 광화문에 있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를 찾아 <한공주>를 관람하고, 독립영화에 대한 응원의 마음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원순 시네마테크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 조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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