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인디포럼 2014 포스터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인디포럼 2014 포스터 ⓒ 여성영화제&인디포럼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와 상반기 독립영화 최대영화제인 인디포럼2014(이하 인디포럼)이 29일 나란히 개막식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막을 올린다.

여성영화제는 여성감독들의 작품, 여성과 성소수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들을 소개하는 영화제로 해마다 화제작들을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해외 여성영화제들과의 교류를 강화하며 국제적인 위상도 한층 증대됐다.

지난해에는 삼성의 후원 거부를 감수하며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을 완성시켜 공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최근 삼성이 백혈병 피해자들에게 사과하는 데 일정부분 기여를 한 셈이다.

인디포럼은 1996년 독립영화 감독들을 중심으로 인디포럼 작가회의가 결성된 이후 시작돼 횟수로 19회째를 맞고 있다. 작가회의 의장 이송희일 감독을 비롯해 부지영, 박정범, 김곡·김선 감독 등 국내 대표적 독립영화 감독들 및 평론가 프로듀서 등이 상임작가로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독립영화제로 비경쟁영화제 형식을 빌려 독립영화축제의장으로 성장해 온 인디포럼은 2006년부터는 기존 신작위주의 영화상영 형식에서 벗어나 '상영', '포럼', '영화제작워크숍' 등이 공존하는 차별화된 영화제를 시도해 왔다. 월례상영회 등을 통한 지속적인사업들도 꾸준히 펼쳐오는 중이다.

특색 있는 영화제로 성장해 온 두 영화제는 올해는 공교롭게 개막부터 폐막하는 6월 5일까지 일정이 겹치게 됐다. 여성영화제가 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디포럼 행사 기간에 끼어든 탓이다. 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이 인디포럼 측에 정중히 사과를 했지만, 작품의 성격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 양쪽 모두 난처한 입장에서 개막하게 됐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신자유주의 시대 99%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성

 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영화 <낮은 목소리3-숨결>의 한 장면

위안부 할머니들을 소재로 한 영화 <낮은 목소리3-숨결>의 한 장면 ⓒ 서울국제여성영화제


16회 여성영화제는 30개국 99편이 작품을 상영한다. 상영편수 99편은 금융위기 이후 1%의 부유층이 아닌 99%의 속하는 이 시대 여성들을 의미해 의도적으로 이 숫자에 맞췄다. 신자유주의 시대 각양각색으로 살아가는 99%의 모습과 99%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와 연애, 여성의 현실 등은 올해 여성영화제가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이다.

올해 여성영화제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 중 하나는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3부작 상영이다. 1995년 <낮은 목소리1>을 시작으로 1997년의 <낮은 목소리2>, 1999년 <숨결>까지 세 편으로 완성된 <낮은 목소리>는 일본군 위안부로 동원돼 큰 상처를 입은 '나눔의 집' 할머니들을 담은 영화다.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고 과거사를 부인하는 일본의 뻔뻔한 태도에 울림을 주자는 의미로 선정됐다. 소녀상 속에 새겨진 할머니들의 한과 분노를 풀고, 뒤틀린 한일관계를 바로 잡아보겠다는 것도 특별상영 작품으로 결정한 취지다.

<낮은 목소리>는 변영주 감독이 20대 때 만든 작품으로 할머니들 옆에서 그들이 토로하는 한과 아픔을 담아냈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최초로 극장 개봉된 작품으로 한국 독립영화사에서 의미가 크다.

개막작은 야스밀라 즈바니치 감독의 <그녀들을 위하여>가 상영된다. <그녀들을 위하여>는 2만 명의 무슬림 여성들이 집단 강간당하고, 인종청소의 광기 속에 10만이 학살당한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현재를 20년이 지나 다시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감독은 첫 데뷔작인 <그르바비차>를 통해 보스니아 내전 당시 군인들이 전쟁 범죄를 여성의 시선으로 고발해 56회 베를린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었다.

<그녀들을 위하여>는 그 후속편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스니아에서 희생된 이름 없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폭력의 역사를 일깨운다. 군국주의 폭력에 희생된 <낮은 목소리> 정신대 할머니들과 상통하는 부분이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낙태 여성들을 정면으로 드러낸 조세영 감독의 <자, 이제 댄스타임>, 배우이기도 한 추상미 감독의 <영향 아래의 여자>, 사우디 아라비아 최초 여성감독의 영화인 <와즈다> 등 여성 감독들의 신작 22편이 선보이며, 일본 대표적 여배우 와즈다 교코의 회고전이 마련됐다. 이밖에 미국영화 <질, 이성애 도전기>, 스웨덴 영화 <레즈보포비아> 등 성소수자 및 여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영화들이 상영된다.

지난해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프로그램 옥랑문화상 수상으로 완성된 이길보라 감독의 <반짝이는 박수소리> 역시 기대되는 작품들 중 하나다. <반짝이는 박수소리>는 청각장애자인 부모님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감독 및 동생에 대한 이야기다. 여성영화제는 6월 5일까지 8일간 신촌 메가박스에서 개최된다.

[인디포럼] '밀양 할매'들과 1990년대 봉준호·김태용 감독의 16mm 영화

 다큐멘터리 영화 <밀양, 반가운 손님> 등장하는 밀양 할매

다큐멘터리 영화 <밀양, 반가운 손님> 등장하는 밀양 할매 ⓒ 인디포럼


여성영화제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강조했다면 인디포럼은 송전탑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밀양 할머니들을 내세웠다. 올해의 얼굴상에 '밀양 할매들'을 선정한 것이다.

올해의 얼굴상은 2007년부터 매년 '자본과 검열로부터의 독립', '배제 없는 공동체의 삶'이라는 독립영화 명제에 가장 적합한 활동을 선보인 사람들에게 주는 상이다 그간 내성천을 지켜온 지율 스님과 트위터 글을 리트윗해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은 박정근씨, 제주 강정마을의 양윤모 평론가 등이 수상했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이송희일 감독은 "세월호 침몰은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운 부조리한 사회 구조가 민낯의 비명으로 우리들 앞에 드러난 사건'이며 밀양 역시 '국가가 원주민의 삶의 권리를 도외시한 채 성장만을 외치며 파괴와 개발을 일삼은 또 다른 세월호"라며 "원주민  할머니들이 죽음을 불사하면서까지 정부와 외롭게 싸워온 송전탑을 주목해야 또 다른 비극과 위험을 막을 수 있다"고 올해의 얼굴상 선정 이유를 밝혔다. 밀양 할매들은 개막식에 VIP로 초청돼 이 상을 받는다.

밀양을 소재로 한 박배일 감독의 <밀양전>과 하샛별 노은지 감독 등 5명의 감독이 옴니버스로 만든 <밀양, 반가운 손님>은 올해 인디포럼의 특별한 선택을 뒷받침해주는 작품들이다. 

올해 인디포럼의 또 다른 특징은 기획전으로 마련된 1990년대의 16mm 영화 상영이다.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백색인>, 김태용·민규동·박은경 감독의 <열일곱>, 박찬옥 감독의 <느린 여름>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감독들의 작품을 비롯해 한국 실험 영화의 선구자들인 김윤태 감독의 <다우징>, 임창재 감독의 <오버미>, 채기 감독의 <애절한 운동>, 이난 감독의 <스윙 다이어리> 등 독립영화 역사에 중요한 작품들이 16mm 필름으로 상영된다.

특히 명필름 이은 대표가 1990년대 제작한 독립영화 <파업전야>와 이지상 감독의 <둘 하나 섹스>가 상영돼 관심을 끌고 있다. <파업전야>는 당시 영화가 상영될 때마다 헬기가 뜨고 경찰이 상영관에 투입되는 상황에서 수많은 관객을 불러 모아 독립영화의 전설로 불리는 작품이다. 쉽게 접하기 어려운 영화들을 엄선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인디포럼에서는 모두 71편의 장단편이 상영된다. 처음 공개되는 신작들은 모두 53편으로 출품 공모에 응한 734편에서 엄선했다. 초청작에는 서울독립영화제 우수작품상을 수상한 구자환 감독의 <레드 툼>과 장률 감독의 <풍경>이 선정됐다. 인디포럼은 6월 5일까지 강남 신사동 룻데시네마 브로드웨이와 같은 건물에 있는 독립영화관 인디플러스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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