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불후의 명곡 - 전설의 노래하다'

KBS 2TV '불후의 명곡 - 전설의 노래하다' ⓒ KBS 2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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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말, 나는 KBS 2TV '불후의 명곡'의 이선희 특집에 박정현, 임창정 등의 쟁쟁한 가수들이 출연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2011년의 MBC '나는 가수다' 팬이었던 나에게는 눈이 뒤집히는 소식이었다. 평소에는 '나는 가수다'보다 수준이 낮은 것 아닌가 하는 짧은 생각 때문에 보지 않았던 '불후의 명곡'이지만, 이번 특집은 꼭 챙겨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심지어 이번 특집은 다른 특집과는 다르게 2주 동안 무려 12명의 가수가 경연을 벌이는, 좀처럼 보기 힘든 무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너무 기대를 많이 한 탓일까? 지난주 이선희 특집 1편을 본 결과, 몇몇 무대를 제외하고는 실망스러운 느낌이었다. '나는 가수다'에서도 지적되었던 것인데, 관객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과장된 기교나 무대 장치를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맛과 향이 강한 음식을 먹고 나면 다음에 먹는 음식이 웬만큼 자극이 크지 않고서야 맛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그 덕에 이번 주 방송에 많은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무대를 하나씩 보다가 마지막 무대를 보는데 낯선 신인 가수가 나와서 나를 한눈에 사로잡아버린 것이 아닌가.

'리틀 이선희' 벤, 무대와 하나 되어 노래하다.

그녀는 마치 30년 전 이선희의 2014년 버전인 듯했다. 단순히 가창력과 음색 때문에 '리틀 이선희'라는 별칭이 붙는다면 조금 억지스러운 면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제의 무대 이후로 정말로 '리틀 이선희'라고 불려도 좋을 것 같다.

그녀가 부른 노래는 1986년도에 발표한 이선희의 '알고 싶어요'라는 노래였다. 이 노래의 가사는 어린 소녀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마음을 차마 직접 표현하지 못해서 혼자서 일기장에 적어가는 그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그렇기에 벤이라는 작은 키의 어린 신인 가수가 부르기에 너무나 적합했다. 선곡이 참 좋았다.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에서는 가수가 무대에 오르는 그 순간부터 가수의 모든 행동이 노래에 담겨 표현되는 프로다. 임재범의 '나는 가수다' 무대를 다시 떠올려보면 임재범이 무대에 오를 때 그의 표정과 물을 마시고 내려놓는 모습, 그리고 노래를 부르다가 무릎을 꿇는 모습까지, 모든 것이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가수 벤이 불후의 명곡 이선희 특집 2편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노래하고 있다.

가수 벤이 불후의 명곡 이선희 특집 2편에서 두 손을 공손히 모아 노래하고 있다. ⓒ KBS 2TV 불후의 명곡


벤의 무대는 그녀의 청순미를 돋보이게 한 화장과 무대 의상, 악기라고는 피아노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깔끔한 무대, 그리고 공연 시작 전에 공손하게 손을 모아 수줍게 웃으며 인사하는 모습 등 모든 분위기와 환경이 이 노래를 표현하기에 완벽한 화음을 이루었다. 그녀의 모습을 보면 누구나 '저 사람이 바로 노래 가사의 주인공이구나', '저 가수가 지금 정말로 저런 감정으로 노래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관객들은 그 덕분에 오롯이 그녀의 무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여기에 그녀의 빼어난 가창력과 이선희가 떠오르는 음색이 덧붙여졌으니, 그야말로 '리틀 이선희'라고 할 만하지 않겠는가. 실제로 지난밤, 벤은 이날의 우승자인 '더 원'보다도 오랫동안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 있었다.

나는 앞으로 계속해서 '불후의 명곡'을 볼 생각이다. 어제 벤의 무대와 같이 노래와 가수가 혼연일체 되어 '저 노래의 주인이 저 사람이구나.', '저 가수가 정말 저런 감정으로 이 노래를 부르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무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불후의 명곡 이선희 베베미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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