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송된 tvN < SNL 코리아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8일 방송된 tvN < SNL 코리아 >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한 장면. ⓒ CJ E&M


"내가 술을 잘 먹는 게 한국 엄마를 닮았대. 한국 사람들은 술 먹을 때 노래 불러준다며?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

tvN < SNL 코리아 >의 입양인 비하 콩트가 SNS 상에서 파문을 낳고 있다. 지난 8일 방송된 이후 영상을 접한 국내 시청자들은 물론, SNS를 통해 퍼진 동영상을 본 외국인들과 입양인 모임에서까지 비난이 일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 제이슨 두영 앤더슨'이란 제목으로 4분 30여 초간 방송된 콩트. 영어를 쓰고 한국어에 서툰 입양인인 제이슨 두영 앤더슨이 공항에서 한국인 어머니를 만나고 대화 직전 준비해 온 편지를 읽는 상황을 담았다.

"반갑습니다. 엄마. 제이슨 두영 앤더슨입니다. 왜 날 버렸냐. 똥꾸멍이 째지게 가난했었냐? 자식 새끼 버리면 죄 받아, 죄 받는다. 하지만 난 괜찮아요. 엄마를 이렇게 만났으니까. 미국 엄마한테 들었다. 내가 술을 잘 먹는 게 한국 엄마를 닮았대."

< SNL 코리아 >는 이 콩트에서 입양인의 어설픈 한국어 발음과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웃음의 소재로 삼았다. 이어 술과 관련된 내용으로 웃음을 유발코자한 후, '우리 헤어지지 말자'는 대사와 어머니와의 포옹으로 콩트를 마무리했다.

한국인 어머니는 뒷모습으로만 등장한다. 한국의 해외입양 세태를 풍자한다는 취지를 이해한다고 해도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설정이다. 이 영상을 본 일부 SNS 사용자들은 입양인과 그 가족의 만남을 콩트의 소재로 삼고 희화화한 < SNL 코리아 >와 제작진의 배려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 SNL 코리아 >, 해외입양인의 서투른 한국말을 보며 웃고 즐기는 방송을 했었구나. 해외라면 담당PD는 해고될 사안이라는데. 강자에 대한 풍자는 허용되지만 약자에 대한 풍자는 금기시되는데 여기선 약자만 풍자하고." (@do******)

"한국계 입양아를 풍자해서 웃음거리로 만든 < SNL 코리아 >. 개념 관광보내셨습니까? 이러니 우리나라 국민 의식 떨어진다는 소리가 나올 수밖에요. 평생 상처를 입고 살아온 친구들입니다. 풍자할 게 따로 있죠. 사과하세요." (@st*******)

"< SNL 코리아 >의 영문으로 된 사과문 및 관련자 처벌 등 향후 방지책의  공식적 발표 기다립니다." (@Ky*********)

"전 세계 입양인과 가족들에게 잔인한 공격을 한 것"

 한 미국인 트위터 사용자가 < SNL 코리아 > 계정에 비판 의견을 건냈다.

한 미국인 트위터 사용자가 < SNL 코리아 > 계정에 비판 의견을 건냈다. ⓒ 트위터 갈무리


한편, 이 영상이 SNS를 통해 퍼지면서 국내외 거주하는 해외입양인들과 외국인들에게까지 비판이 일고 있다. 그 중 진실과 화해를 위한 해외입양인모임인 '푸른아시아'(TRACK)에는 'Dear SNL Korea'란 글이 게재됐다. 이 글은 입양인을 비하하는 콩트(SKIT)가 얼마나 많은 입양인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꼬집으며 < SNL 코리아 > 제작진에게 유감을 표시했다.

미국인 입양아 어머니는 < SNL 코리아 > 공식 트위터 계정에 "당신들의 입양인 콩트는 나와 내 아이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다"며 "이 잔인하고 흉측한 묘사로 얼마나 많은 어린 입양아들이 모국에 나쁜 감정을 가질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당신들은 한국인을 포함한 전 세계 입양인과 입양인 가정들에 불필요하고 잔인한 공격을 한 것이다"라고 일갈했다.

자신을 입양인이라고 밝힌 한 유튜브 사용자는 "저 입양아인데요 이 동영상은 너무 무식하지않나요? 너무 모욕입니다. 입양인뿐만 아니라 어머니의 경우도 좀 사려해야죠. 이 상황은 절대 웃기지 않습니다"란 글을 영문과 함께 유튜브에 남겼다. (I am a Korean adoptee who has been reunited with my family and what an insensitive portrayal of Korean adoptees and birth parent - child reunions. Both sides experience an array of emotions and painful experiences just like any forcefully separated family would. This is just not funny.)

한편, 최근 방송을 재개한 < SNL 코리아 > 시즌5는 정치 풍자를 버리고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으로 낮추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날 방송된 < SNL 코리아 > 박성웅 편은 동시간대 케이블 시청률 1위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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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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