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7일 개봉 예정인 영화 <여배우는 너무해>(감독 유정환)는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패셔니스타로 손꼽히던 차예련(나비 역)과 훈남 배우 조현재(홍진우 역), 명품 몸매를 뽐매는 조연 이엘(세라 역)까지. 극 중 여배우로 등장하는 차예련은 하루에 3벌 이상의 옷을 갈아입기도 하면서 화려한 비주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유정환 감독은 "남녀간의 연애가 감독과 배우의 관계와 닮아 있다는 생각에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감독의 생각을 연기로 표현해 주기도 하고 때로는 감독을 뛰어넘는 해석으로 자극을 주기도 한다는 점이 연애의 밀당과 비슷하다는 것. 하지만 그 발상에서 시작된 영화라는 것은 듣기 전까지는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한 깊은 생각을 끌어내기에 영화는 편안한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나비(차예련 분)가 홍감독(조현재 분)과 엠티에서 무궁화꽃 게임을 하고 있다.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나비(차예련 분)가 홍감독(조현재 분)과 엠티에서 무궁화꽃 게임을 하고 있다. ⓒ 골든타이드픽쳐스


깨알 웃음이 있는 가벼운 영화

언론시사회에서 차예련은 "스트레스를 풀고 웃고 가는 영화"라고 말했고, 조현재는 "말 그대로 가벼운 영화"라고 말했다. 그렇다. 실제로도 가벼웠다. 생각을 많이 요하지 않기에 작품 자체를 받아들이는데 큰 스트레스가 있는 건 아니다. 엉성하게 편집된 특수효과나 뿅뿅대는 효과음이 웃음을 자아낼 뿐이다.

극 중 캐릭터들도 전혀 무겁지 않다. 진지하고 악독한 연기를 많이 해왔던 배우들이지만 이번에는 우울에 빠지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도 않는다. 현실적인 선택을 하고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다. 나비가 여배우로 거듭나는 과정에서도 그의 백치미와 허술한 모습들이 관객들이 힘을 풀게 만들었다.

성상납을 요구하는 악독 기획사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유머러스하게 처리됐다. 동영상 유출 사건에 휘말린 나비가 자신에게 휩싸인 루머를 해명하는 기자회견장에서 보인 행동은 얼마 전 가수 나훈아의 기자회견장에서 실제로 보였던 바지 탈의 사건을 패러디했다. 영화에서 대놓고 패러디를 한다는 것 자체가 독이 될 수 있었지만 과감하게 시도했다.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나비(차예련 분)와 홍감독(조현재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여배우는 너무해>에서 나비(차예련 분)와 홍감독(조현재 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골든타이드픽쳐스


스토리는 있는데 스토리텔러는 없다

영화는 연극 '욕망의 실타래'의 캐스팅과 연습 과정, 실제 공연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하지만 이야기 구성은 투박하기 그지없다. 시간의 흐름은 있지만, 사건의 전후관계도 뒤죽박죽이다. 그토록 서로를 경멸하는 인물들이 갑자기 사랑에 빠지고 연기에 열정이 없던 인물이 한순간에 연기의 신이 된다. 한 마디로 기승전결이 없다. 이야기는 있지만 이를 구성해 주는 화자가 없다보니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가 없었다.

사건 사이에 유머 요소는 꽤 큰 비중을 차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의도가 뻔히 보이는 장면도 많았다. 어찌보면 평범한 스토리에 이것저것 향신료를 뿌린격이다.

로맨스든, 여배우의 삶이든 중심 사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이야기를 다루니 몰입도가 떨어졌다. 중심 인물은 분명 나비와 홍감독이다. 하지만 그외의 축은 그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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